내가 자라고 내가 일하는 이 곳. 결혼, 유학, 출산, 육아로 12년 만에 돌아왔는데 새삼 이 자리에서 아이들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 그렇게도 행복할 수가 없었다. 캠프에 가면 뭐하냐고, 무엇을 배우냐고 물으면 나는 대답을 못하고 한참 있는데 그건 내가 말로 전달하다가 그 가치를 깎아 먹을까 두려워서이다. 캠프에서 중요한 건 프로그램이 아니고 ‘만남’인데 아이들 한 명 한 명이 경험했을 자기 자신과의 만남과 하나님이 창조하신 자연과의 만남, 자기를 사랑하게 된 친구들과 선생님과의 만남을 어찌 내가 대신해서 프로그램을 나열함으로써 설명할 수 있을까….
캠프에선 관람할 것 없고 체험할 것도 없다. 누가 재미있게 해 줄 것을 기대하고 온다면 분명 실망할 것이다. 모든 교육환경이 세련되게 바뀐 세상에서 캠프는 날 것의 환경 속, 사람과의 만남만이 프로그램이 되는 ‘놀이를 위한 인공적인 장치의 디톡스’라고 한다면 좀 이해가 될지.
캠프를 준비하며 아마도 캠프 오는 어떤 아이보다 더 설레어 내 아이 셋이 잠든 늦은 밤 혼자 가발을 썼다가, 스카프를 둘렀다가 공들여 분장을 하고 유튜브로 러시아어 강의를 듣다가 포기하고 캠프에서는 스페인어를 사용하였다. 아이들을 만난 난 내가 만든 작은 상상 속의 세계를 나누었는데, 아이들은 그걸 받아 눈덩이 같이 살을 붙여 그 어디에도 없는 그들만의 세상을 만들어 내게 보여주었다.
흑인으로 분장한 한 선생님의 가발이 벗겨지고 누가 봐도 자기 선생님인데도 불구하고 하루를 마무리하는 저녁 시간에 “선생님, 아까 그 흑인 우리 선생님이랑 정말 닮았는데 우리 선생님이 아니었어요.” “러시아 할머니는 불로초 먹고 러시아로 잘 돌아가셨을까요? 지금쯤 어디 계실까요?”라며 ‘믿고 싶기에 믿는’ 아이들을 보며 캠프의 힘을 느꼈다. ‘꿈이란 건 현실 가능하기에 꾸는 것이 아닌 꿈을 꾸는 일이 행복하고 아름답기에 꾸는 것’이란 사실을 이번 캠프를 통해서 느꼈다.
게다가 큰 아들 이안이가 처음으로 캠프에 왔고 내가 어렸을 때 했던 놀이, 숲과 계곡뿐이 없는 환경에서 내가 그랬듯 이야기와 놀이거리를 창조하는 것을 지켜봤다. 깨끗했고 아름다웠다. 매해 여름 겨울 그 세계를 키워나갈 것을 기대한다. 그런데 이안이는 이안이고 나는 이번 여름 또 어떻게 놀까? 기대 중. 나는 지금도 캠프에 놀러가니까 다음번엔 무엇이 되어 놀러 갈지, 누구와 어떻게 놀지가 제일 기대된다.
전국재
평생의 관심사는 초지일관 ‘놀이’다. 현재 청소년과 놀이문화연구소(www.ilf.or.kr) 소장과 장신대 초빙교수로 일하면서 지도자 양성과 저술 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전국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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