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더 이상 도시를 떠나지 않아도 된다.
생태적 도시인이 되면 정신없는 도시 생활도 충분히 즐겁다.


환경 생태 운동가 박경화가 쓴 <도시에서 생태적으로 사는 법> 앞표지에 적힌 문구다. 회색 공간에서 하루 종일 전자기기와 씨름하며 뿌연 미세먼지를 마시는 삶으로 생기 잃은 도시인이라면, 그렇다고 도시를 떠날 수도 없는 상황이라면, 생활방식 자체를 재고해봄직 하다. 라이프스타일에 약간의 변화만 주어도 권태로운 잿빛 도시생활이 느림과 공존의 연둣빛 생활로 피어날 가능성이 아직 우리에게 남아 있다. 다음은 도시 라이프를 생태적으로 바꾸는 몇 가지 제안이다.

#1. 공간을 새롭게
- 베란다와 책상 위에 공기 정화 식물 가꾸기: 초록은 마음에 안정을 주는 색이다. 실내에 초록식물을 둔다면 적당한 습기로 쾌적한 공간을 만들어 줄 뿐 아니라 전자파가 제거되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산세베리아는 보통 화분보다 30배 이상 음이온을 배출해 공기를 정화하고 새집에서 발생하는 독성물질인 포름알데히드를 흡수하는 효과가 있다. 스파티필름은 알콜, 벤젠 등을 제거하는 능력이 있어 화장대 옆에 두면 좋다. 싱고니움은 실내 공기에 함유된 모든 독성물질 제거 능력이 있고 어느 곳에 두어도 잘 자라는 유용한 식물이다.

- 환경호르몬 해결하기: 가구 재료인 합판이나 원목가구에서도 포름알데히드가 나오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이 때 식초와 올리브유를 1:3 비율로 섞어 가구광택제로 쓰고, 찬 홍차에 깨끗한 헝겊을 적셔 문지르고 마른 걸레로 닦아내면 독성 제거 효과가 있다. 세탁소에서 찾아온 옷은 비닐을 벗겨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충분히 걸어둔 뒤 옷장에 걸어야 한다. 소파 옆에는 숯과 고무나무 같이 유해물질을 빨아들이는 식물을 두면 좋다.

#2. 습관을 새롭게
- 아무 것도 사지 않는 날: ‘아무 것도 사지 않는 날’은 1992년 캐나다에서 시작된 캠페인이다. 도시인이 자신의 소비생활과 환경을 돌아보자는 취지로 시작된 운동이다. 우리도 한 달에 한 번 ‘아무 것도 사지 않는 날’을 정해 소비습관을 돌아보고 물건을 정리하는 날로 삼아보자.

- 정기적으로 재활용가게 방문하기: 신상품이 가득한 마트보다 누군가가 쓰던 물건을 저렴하게 구할 수 있는 재활용가게를 방문해보자. 가구나 옷은 재활용품일수록 환경호르몬의 위험에서 더 안전할 뿐 아니라, 지구의 쓰레기도 줄일 수도 있을 터.

#3. 마음을 새롭게
- 도시 걷기: 문화비평가 리베카 솔닛은 <걷기의 인문학>에서 역사 속 사건과 인물을 통해 ‘걷기’가 삶의 역동을 싹트게 한다는 것을 조명했다. 루소와 키르케고르는 걸으면서 창조적 사유를 펼쳤고, 찰스 디킨스와 버지니아 울프는 런던을 걸으며 괴로움을 치료받고 세상을 배웠다. 길거리를 나서면 “다른 사람들의 인생 속으로 어느 정도는 들어가 볼 수” 있으므로. 자신의 짐스러운 정체성에서 벗어날 수 있는 즐거운 경험으로서의 ‘걷기’는 자기 삶에 매몰된 도시인에게 같은 공간에 공존하는 이웃을 보여주며 찢어진 삶이 꿰매지는 경험을 선사할 것.

- 동네 앞 작은 가게 애용하기: 동네 슈퍼를 이용하면 작은 소비가 가능하다. 또한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잃어버린 가게 주인의 이름과 얼굴을 마주할 수 있다. 내가 사는 동네의 철물점 부부가 어떻게 성실하게 삶을 꾸리는지, 작은 카페가 얼마나 독특하게 커피 맛을 창조해내는지, 작은 빵집이 얼마나 신선한 빵을 매일 공급하는지 함께 호흡하며 인격적이면서도 느린 삶의 단면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생태적 도시인으로 산다는 건, 지금 내 눈에 보이는 공간을 푸르게 가꾸는 방식이자 눈에 보이지 않는 미래를 위해 작은 불편을 감수하는 일이며, 몸을 망각하고 익명성에 파묻히는 세계를 거스르는 일이다. 이 생태적 실천이 어떻게 도시 라이프를 연둣빛으로 바꾸는지, 공허함이 어떻게 충만함으로 채워지는지 몸으로 맛보시기를.

<참고도서>
『도시에서 생태적으로 사는 법』, 박경화, 명진출판, 2004.
『걷기의 인문학』, 리베카 솔닛, 반비, 2017.


박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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