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 패션? 스타일과 지속가능함은 별개 아니다

패션업계는 우리에게 매 시즌 달라지는 유행에 따라 옷을 구매할 것을 요구한다. 통이 큰 청바지는 모두 갖다버리고 피부에 딱 달라붙는 스키니진으로 옷장을 바꿔라, 짧은 패딩은 슬그머니 넣어두고 롱패딩을 입어야 한다는 등.
‘패스트 패션’(Fast Fashoin)은 패션산업의 교묘한 전략이다. 그렇게 옷 한 벌을 빠르게 입고 버리는 동안 다량의 이산화탄소와 폐수가 배출되고, 제3세계의 누군가가 값싼 노동력으로 착취당한다는 것은 화려한 마케팅 뒤에 숨은 불편한 진실이다.

유니폼 프로젝트
옷 하나를 입는 데도 윤리가 필요하다. 패션몰 마케팅에 따라 아무 생각 없이 사서 한 번 입고 처박아둔 옷 때문에 지구환경이 훼손되고, 소중한 노동이 가치를 상실하게 됨을 알아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새로운 아름다움을 찾는 본능을 억압하고 유행에 뒤떨어져야만 윤리적이 되는 것일까?
2009년, 인도 출신 뉴요커 쉬나 마데이큰(Sheena Matheiken)은 ‘유니폼 프로젝트’(사진 아래)라는 이름으로 소비를 줄이는 멋진 실험 하나를 진행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일하는 쉬나는 검은 원피스 하나로 365일 다른 패션이 가능하며 적게 소비하면서도 자신을 아름답게 꾸밀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앞면에 단추가 세로로 길게 달려 여러 모양으로 레이어드가 가능한 검정 원피스에 재활용품 혹은 직접 만든 빈티지 아이템을 코디해 매일 새로운 자신의 모습을 유니폼 프로젝트 홈페이지(www.theuniformproject.com)에 올리고 있다.
쉬나가 매일 업데이트한 사진을 보며 전 세계 사람들은 검정 원피스 하나로도 형형색색의 패션이 가능하다는 걸 배워갔다. 곳곳에서 놀랍다는 반응을 남겼고, 그녀는 옷 한 벌의 실험으로 ‘패스트 패션’에 대항해 ‘스타일과 지속가능함은 별개가 아님’을 멋지게 증명하고 있다. 비록 그녀가 검정 원피스에 매일 다른 신발을 신었다는 건 생각할 여지를 남겼지만.
또한 쉬나는 사진을 게시하며 인도 빈민층 어린이들의 교육을 위해 매일 1달러를 적립했다. 사진을 보러온 이들 또한 홈페이지에 별도로 마련된 기부금 코너를 통해 동참할 수 있어, 이 프로젝트는 지속가능한 패션과 인도 빈민 어린이를 돕는 두 가지 목적을 성공적으로 이루어냈다.

윤리적 패션 실천해보기
우리 또한 때로는 아무 것도 사지 않으면서 때로는 무엇을 구매하는 방식으로 윤리적 패션을 실천해볼 수 있다.

1. 일단 새 옷 소비를 멈추자
옷장을 열어 지금 가지고 있는 옷을 새롭게 입어보자. 쉬나처럼 지금 가지고 있는 옷과 아이템을 활용해 창의적으로 새로운 패션에 도전해보자. 혼자서 하기 어렵다고? 유니폼 프로젝트 홈페이지에서 쉬나로부터 영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2. 한국 윤리적 패션 네트워크(KEFN)www.facebook.com/kefn.kr/에 접속해보자
이곳에 들어가면 윤리적 패션을 지향하는 브랜드들을 만날 수 있다. 옥수수 양말을 만들어온 콘삭스(CORNSOX), 업사이클링을 통해 새로운 감성과 가치를 만드는 리블랭크(REBLANK), 공정무역을 통해 저개발국 여성들의 자립을 지원하는 페어트레이드코리아 그루(g:ru), 친환경 제품, 생산자와 디자이너의 플랫폼을 통해 지속가능한 패션을 실천하는 오르그닷(Orgdot) 등.

3. 직접 공정무역 가게를 방문해보자
서울숲에 있는 더페어스토리(the fairstory.com)라는 가게에서는 나미비아와 캄보디아 저소득층 여성들이 손으로 만든 세련된 자수 제품과 업사이클링 가방을 만날 수 있다. 또한 연남동의 비타트레이드(vita-u.com)에서는 콜롬비아의 전통 수공기술로 만든 전통가방을 비롯해 키르기스스탄의 현지 여성 장인이 제작한 스카프, 액세서리 등 이국적인 제품을 구경할 수 있다.

이렇게 윤리적 패션에는 창의성을 발휘하고 브랜드를 선별해내는 수고가 필요하다. 하지만 패셔너블하면서도 윤리적인 사람이 되는 일이야말로 한 번 도전해 볼만한 멋진 일이 아닌가! 새해를 맞아 옷장을 한 번 제대로 들여다보자.

박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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