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지금 정말 행복한가?’ 어느 날 문득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간호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교대 근무에 치여 삶을 돌아볼 여유가 없었던 나. 지금 정말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어떤 가치를 가지고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 싶어 2017년 2월, 굿피플 해외봉사단원으로 케냐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케냐 몸바사. ‘꽐레’에 굿피플 사업장이 있었다. 내가 맡은 역할은 몸바사 사업장에 위치한 보건소에서 관리 및 의료 지원이 필요한 주민을 찾아 치료를 받도록 돕는 일이었다. 그 중 박테리아성 피부 감염증으로 보건소를 방문했던 3살 아이가 기억이 난다.
아이 얼굴과 온 몸에는 심각한 피부 발진이 있었고 곪아 터져있었다. 병의 원인은 위생불량과 영양부족으로 인한 감염증으로 초기에 항생제 투약과 피부 소독만 했어도 쉽게 치료할 수 있는 질병이다. 치료를 받으며 아파하고 무서워하는 모습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과 함께 ‘왜 병을 키워서 온 거지?’라는 생각에 눈물이 났다.
이유가 있었다. 아빠는 돌아가시고, 엄마 혼자 아이들을 키우면서 일을 나갈 수가 없어 치료비를 감당할 수 없었다. 흙바닥에서 놀고 잠이 드는 아이를 보며, 보건소와 지역 병원을 연계시켜 매일 피부 소독을 받고 약을 먹게 했다. 조금씩 호전되는 모습을 보며 이곳에서 내가 어떤 마음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제대로 생각하게 되었다.

‘빨리빨리’ 문화에 익숙한 나는 몸바사 현지 직원들의 일하는 방식이 답답했다. 하지만 다름을 인정하고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공감하는 자세가 필요함을 깨달았다.
이곳에서 보낸 시간 중 행복하지 않은 순간이 없었다. 푸른 하늘과 아름다운 일몰, 쏟아지는 별들을 보기 위해 뛰어나갔던 시간.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친구가 되었던 시간. “무중구(외국인)!”를 외치며 내게 인사를 건넸던 아이들. 아이들이 내 머리를 땋아주고 함께 노래를 불렀던 시간들.
불평이 많았던 내가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을 갖게 되고, 도전을 두려워했던 내가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용기를 갖게 되었다. 이곳 몸바사, 푸른 하늘 밑에서 보낸 시간들이 진정으로 나를 찾을 수 있었던 귀한 시간이었음을 고백해본다.

- 김지영(굿피플 해외봉사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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