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선교사님이 계십니다. 그분은 어려운 가운데서도 일부러 선교지의 가난한 아이들을 그 나라의 고급 식당에 데리고 가 식사를 사주십니다.
같은 돈을 가지고 아이들에게 공부 한 글자라도 더 시키고, 노트나 연필을 사주는 게 보다 유익하지 않느냐는 반론도 있겠지만, 저는 무엇을 바래서 그러는 건지 그 마음을 알 것 같습니다.
함께 동역하는 장학재단에서 장학금을 받는 아이들과 깜짝 저녁 파티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사장님이 아이들에게 한턱 쏘셨지요. 이름 하여 ‘꿈짱맛저’, 꿈짱들의 맛있는 저녁식사 뭐 이런 의미입니다.
시간이 흐르며 낯설고 서먹하게 시작한 자리의 온도가 조금씩 바뀌어 가는 것을 느꼈습니다.
아이들은 한 사람씩 앞에 나와서 자신의 비밀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했습니다.
엄마 몰래 스마트폰을 사용한 것도, PC방에 간 것도 자신의 비밀 이야기라고 꺼내놓는 게 얼마나 귀여웠는지 모릅니다. 부모가 없는 아이, 동생이 암으로 투병하고 있는 아이….
아이들의 사연과 웃음의 틈새 속에서 함께 웃고 있는 우리 모습을 보며 생각했습니다. ‘실용적이고 조금 더 생산적인 것들이 얼마든지 있겠지만 좋은 웃음, 이런 기억을 남길 수 있다는 한 가지 이유만으로도 이 시간이 정말 감사하구나.’ 아이들을 대하며, 웃으며 마음으로 이런 기도를 드립니다.
‘시간의 주인이신 주님, 이 시간을 사용해주세요. 아이들의 인생 속에 이 시간들이 좋은 기억으로 남기를 기도합니다.’

이요셉
색약의 눈을 가진 다큐 사진작가. 바람은 바람대로, 어둠은 어둠대로, 그늘은 그늘대로 진정을 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풍경을 글과 사진과 그림으로 노래한다. 문화예술 아카데미 Tiissue 대표, 매거진 <Band-aid> 편집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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