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2018년이라는 이름의 새 종이를 받아들었습니다. 무엇을 그리든 의미 있는 작품을 남겨야 할 책임이 우리에게 주어진 것입니다.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 부담이나 무게감이 갈수록 더 커지고 무거워지는 까닭은, 아마도 나이를 더할수록 삶에 대한 소중함이 더 깊어지기 때문일까요. 젊어서는 살아갈 날이 구만리 같다고 여겨서 그랬는지 해맞이의 소중함을 깨닫지 못했습니다. 한 해를 보내고 맞는 일은 어쩌면 우리 인생을 한 올 한 올 엮어가는 끈기 있게 해내야 할 과제인 것 같습니다.

같은 이치로 아름다운동행이 걸어오고 걸어갈 길을 생각해 봅니다. 열한 돌을 맞으며 돌아보니 오솔길과 큰길을 지나 때로는 수풀을 헤치며 길을 만들어서 고개를 넘고, 계곡을 지나왔습니다. 아마도 가야 할 길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 예상해 봅니다. 가끔 왜 이 길을 걷고 있고, 우리의 걸음이 향하는 목적지는 어디일까 생각하며 마치 늪에 빠지는 듯한 절망도 겪곤 합니다. 또한 누군가는 지친 우리를 향해 ‘왜 그렇게 낯선 길을 가느냐?’고 묻기도 합니다. 그렇게 좁고 험한 길을 지나오다 보니 상처도 생기고 다시 싸매고 낫기를 기다리느라 시간도 더 걸렸습니다.
하지만 느릿느릿 지나온 걸음은 보람도 커서 그동안 익숙하게 살아온 시간에는 만날 수 없던 신비한 풍경들을 선물처럼 보여주었습니다. 그러면 언제 그랬냐는 듯 우리는 상처를 잊은 채 감사의 제단을 쌓았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비로소 큰 깨달음에 이르렀습니다. ‘우리’의 걸음은 ‘나’의 걸음으로부터 출발하며, ‘나’의 걸음이 지속될 때 비로소 ‘우리’의 걸음도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을. 누군가의 말처럼 ‘나’의 존재는 ‘너’의 존재로 말미암아 의미 있습니다. 그래서 나의 걸음은 너에게로 향해야 하고, 우리에게로 향해야 합니다. 이를 ‘동행’이라 부르거나, ‘연대’라 부르며 이렇게 지금 걸어가고 있습니다. 우리가 향하는 목표는 이 걸음의 현장과 동떨어져 있지 않으며, 당장 맞닥뜨린 발등의 불을 최선을 다해 끄는 일과도 동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또 하나, 동행과 연대의 방식입니다. 우리는 그것을 ‘착한 누룩’이라는 생물의 존재방식에서 배웁니다. 낮게, 소리 없이, 스미어 퍼져가는 것입니다. 마치 주님이 우리에게 다가오시는 걸음처럼 그렇게 ‘문득’ ‘오랫동안’ 걸어야 합니다. 날마다 새로운 하루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겉만 보고는 눈치 챌 수 없는 미세한 변화들을 감지해야 할 것입니다. 이것이 우리가 한결같고도 민감해야 하는 까닭이며 동시에 ‘아름다운 동행’이고 ‘아름다운 연대’입니다.
2018년은 또 충견(忠犬)의 묵묵함으로 동행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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