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나눔의 밥상> 통해 알게 되는 ‘빵의 의미’

<나눔의 밥상>Extending the Table
조에타 핸드릭 슐리박 지음 / 한얼 미디어


저자 조에타 핸드릭 슐리박 씨는 재세례파 중 최대교단인 메노나이트 교회의 행정요원으로 특히 식량과 기아문제를 다루는 일을 오랫동안 해왔다. 무엇보다 세계 곳곳을 다니며 그곳 사람들의 식탁문화를 관찰하고 수집하였다.
<나눔의 밥상>은 이런 시간과 경험과 노력을 한 데 모은 책이다.
좀 과장해서 말하자면 한 해에 한 권 만나기 힘든 책이랄까? 나는 이 책을 읽는 내내 행복했고, 많은 밑줄을 그어야 했고, 그 부분을 이 사람 저 사람과 나누었다. 기쁨과 감동도 엄밀히 말해 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빵으로 뭉뚱그려지는 식탁도 ‘내 것'이 아니라는 것, 이 책이 시종일관 말하는 것이다.
“내 빵이라는 것은 어디에도 없다. 빵은 우리 모두의 것이고 누군가 내게 준 것이다.”
이미 세상의 많은 사람들은 오래 전부터 그렇게 여기며 살아왔다고 이야기한다. 세상 사람들이 일상에서 만들어 먹는 요리와 그 요리를 만드는 방법과 그 요리에 얽힌 사람들의 이야기와 그런 사람들이 소중히 생각하여 만든 속담이나 잠언들이 증거물처럼 나열되어 있다. 그리고 그렇게 살아가지 않거나, 그런 질서를 깸으로써 인간이 얼마나 비참할 수 있는지도 잘 가르쳐준다.

▶ 이야기 하나 - 우간도 동부 테소족의 5월
우리도 1월을 ‘해오름달’이라고 부르듯 테소족에게도 1년 열두 달을 부르는 이름들이 따로 있다. 8월을 ‘배불리 먹는 달’이라 부르고 5월을 ‘아이들이 음식을 기다리는 달’이라 부른다. 배고픈 달은 참으로 느리고도 느리게 지난다. 그리고 무서운 영양실조가 전국을 휩쓸고 가면 많은 아이들이 제대로 먹기만 해도 걸리지 않을 병으로 죽어간다.
가슴 아픈 사실은 항상 아이들이 식량난의 첫 번째 희생자가 된다는 사실이다. 5월을 ‘아이들이 음식을 기다리는 달’이라고 부르는 것도 우연히 그런 것이 아니다. 이 땅의 어린이들에게 가장 푸르른 그 5월, 지구 저 편에선 우리 아이와 똑같이 생긴 아이들이 음식을 기다리며 5월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 이야기 둘 - 엘살바도르 어느 소작농의 소회
“나는 아침마다 대농장 주인집 개들에게 고기와 우유를 몇 그릇씩 주는 일을 했다. 하지만 그런 음식을 우리 자식들에게는 줄 수 없었다. 우리 자식들이 아파 죽어갈 때 농장 주인은 불쌍하다는 듯이 고개만 끄덕였지만, 주인집 개들이 아팠을 때 나는 수치토토에 있는 수의사에게 그 개들을 데려갔다.”
“자식이 눈앞에서 영양실조로 죽어가는 것을 보는 부모의 심정은 그것을 겪지 않고서는 그 누구도 알 수 없을 것이다. 영혼이 파괴되는 것 같은 아픔을 겪어보지 않고서는 그 누구도 폭력이나 비폭력에 대해서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저자는 이 슬픈 이야기 아래에 이런 속담 하나를 달아 놓았다.
“신은 모든 사람에게 축복을 내려준다. 사람들이 그 축복을 나눈다면 많은 사람들이 신의 축복 없이도 지낼 것이다.”
아프리카 하우사 족의 속담이라고 한다. 신의 축복 없이 인간이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그러니 신이 내려준 축복을 나누는 일은 곧 신이 축복을 내려주는 일과 같은 셈이다. 신은 결국 인간을 통해서 축복을 내리시고, 인간은 나눔이라는 아름다운 능력을 통하여 신의 축복에 동참하게 되는 것이다.
식탁의 재발견 또한 <나눔의 밥상>이 주는 큰 기쁨이다. 몇 가지 속담만으로도 사람들은 식탁을 나눔과 친밀함의 의미로 이해해 왔음을 알게 된다.
“빵과 소금을 나누는 사람은 적이 아니다.”(아라비아 베두인의 속담)
“살아가는 데 없어서 안 될 것은 음식과 주고받는 대화이다.”(소말리아 속담)
그렇다. 사람이 있는 곳에 축제가 있고, 축제가 있는 곳에 꼭 식탁이 마련된다. 공동체란 축제를 통하여 만들어진다고 한다. 그렇다면 공동체의 중심은 어쩌면 ‘식탁’인 셈이다. 그래서 식탁은 사람을 축제의 광장으로 인도하며, 공동체로 만들어주는 거룩한 시간이다.

▶ 이야기 셋 - 세르비아 어느 가정의 풍경
세르비아에 정교회를 믿는 가정에서는 크리스마스 아침에 먹을 빵을 구울 때 동전 몇 개를 넣는다. 크리스마스 날 아침, 함께 식사를 하려고 가족이 모인다. 아이들 중에서 한 명이 주기도문을 외운다.
가족 간에 다툼이 있었다면 빵을 자르기 전에 화해를 한다. 자기가 저지른 잘못을 인정하고 서로를 용서한다. 그런 다음, 모두가 일어나서 크고 둥근 빵을 자른다. 빵을 먹는 와중에 동전을 발견하는 아이들은 크게 기뻐한다. 식탁 위의 촛불이 그 따뜻한 풍경을 내내 비춘다.
이 풍경은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인간에게 빵이 되신 예수를 생각나게 만들고, 한 가정으로부터 출발하는 용서와 사랑의 불씨도 만난다. 이 불씨는 세상을 밝히며, 사람들의 마음을 풍요롭게 할 것이다. 그 첫 출발점이 가정의 식탁인 셈이다.

박명철 기자
저작권자 © 아름다운동행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