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누룩의 빵을 나누며-세상 향해 나가는 ‘맛있는’ 복음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보는 한 덩이의 빵, 하지만 그것이 갖고 있는 시간의 궤적은 참으로 아득하다. 기록에 따르면, 빵이 인간의 역사에 처음 등장한 것은 4000년 전, 세계 최초의 도시 우르크에서다. 성경에서는 오병이어(五餠二魚)의 주인공이고, 배고픈 장발장은 그 빵 한 덩이 때문에 19년 형을 언도받는다. 사는 일의 고단함과 영광이, 시린 노동의 허기와 애달픔이 한 덩이의 빵에 오롯이 얹혀져 있다.
하지만 ‘다우리북카페’(대표 최돈회 목사·서울시 송파구 성내천로 100, 문정중앙침례교회 내)의 빵은 따뜻하고 향기롭다. 순전히 봉사를 통해 만들어지는 빵이고 소외된 이웃을 위한 빵이기 때문이다.
30여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매주 화요일 이곳에 모여 한 번에 500~600개의 빵을 만든다. 추억의 소보로에서 단팥빵, 모닝빵에 이르기까지, 또 달콤한 머핀에서 마들렌, 파운드케이크에 이르기까지 그 종류도 다양하다. 이렇게 만들어진 빵은 인근의 지역아동센터, 청소년쉼터, 장애우작업공동체, 미혼모 가정 등에 배달된다.

자비로 재료 마련
이들 빵 봉사팀이 결성된 것은 훨씬 전이지만, 지금의 자리에서 활동하기 시작한 것은 2014년 초, 대표인 최 목사가 교회 내에 북카페 공간을 마련하면서부터다. 이후 4년, 봉사자들은 한 주도 어김없이 이곳에 모여 빵을 만들어왔다. 처음에는 한 번에 100여 개씩 만들기 시작한 빵이 계속 늘어 이제는 많을 때는 600여 개에 달한다.
“화요일에는 거의 공장 비슷합니다.”
최 목사가 전하는 빵 만드는 날의 풍경이다. 하지만 북카페 안에는 제빵기 같은 빵을 만들기 위한 시설뿐만 아니라 커피머신과 한쪽엔 작은 도서관까지 갖춰져 있다. 고소한 버터 냄새에 향신료, 커피 향, 거기에 책 향기까지 어우러져 아찔한 영육의 향연을 펼친다. 공장은 공장이되 향기롭고 맛있는 공장이다.
이곳 북카페 빵의 특징은 봉사자들이 재료비까지 부담한다는 것. 직접 빵을 만들고 재료까지 봉사자들이 자비로 충당한다. 그렇게 해서 만든 빵을 관내 복지시설과 어려운 이웃들에게 나눠주고 그 나머지를 봉사자들이 먹는다. 빵을 통해 어려운 이웃과 연결되는 ‘맛있는 공동체’인 셈이다.

이방인을 향한 공간
북카페의 활동이 입소문을 타면서 최 목사는 조금씩 빵 봉사의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송파구청의 요청에 따라 지역의 어려운 청소년들에게 제빵 기술과 커피 만드는 법을 가르쳐주고 있고, 원하는 동네 주민들에게는 무료로 제빵 기술을 교육하고 있다.
“다우리는 성경에 나오는 ‘이방인을 향한 공간’이라고 생각합니다. 교회가 세상을 향해 걸어갈 수 있는 복음의 전초기지가 되었으면 합니다. 동시에 동네주민들이 스스럼없이 언제나 들어올 수 있는 열린 공간이 되길 바랍니다.”
빵을 통해 세상으로 나가고, 봉사를 통해 교회로 연결되는 ‘맛있는 다리’, 그것이 다우리북카페의 정체성이다. 이 맛있는 연결꼭지는 교회와 지역사회가 함께 풍요로워지는 행복한 건널목이 되고 있다.

인터뷰 / 문정중앙교회 최돈회 목사

지역주민과 함께 만들어낼 수 있는 ‘가치’에 주목

“이곳에 처음 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놀랍니다.”
다우리북카페는 최 목사의 말대로 주변과 다소 이질적이기 때문이다. 이 카페는 서울 외곽 주택가 한쪽에 위치한 어느 식품회사 건물 3층에 자리하고 있다. 건물 외관뿐 아니라 북카페까지 올라가는 공간이 다소 어둡기 때문에 카페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펼쳐지는 따뜻하고 아늑한 풍경이 전혀 어울리지 않게 느껴지기도 한다. 카페를 중심으로 한쪽엔 작은 도서관이 연결돼 있고 반대편으로는 예배 공간이 놓여 있어 더욱 그렇게 느껴지기도 한다.
북카페 대표이자 문정중앙침례교회 담임이기도 한 최 목사는 그 공간만큼이나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40대까지만 해도 다양한 사업을 하다가 늦깎이로 신학을 해 서 목사 안수를 받았다.
그런 이력 때문일까? 최 목사는 교회가 지역주민과 함께 만들어낼 수 있는 ‘가치’에 주목한다. 교회가 ‘복음의 섬’이 돼서는 안 되고 지역 공동체와 함께 숨 쉬는 복음의 공간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목회론이다. 그래서 교회와 북카페, 작은 도서관이 복합적으로 연결되는 사역을 진행하고 있고 기회가 된다면 지역주민과 함께 할 수 있는 사회적 기업도 계획하고 있다.
최 목사의 사모 역시 오랫동안 초등학교에서 교사생활을 한 경험을 살려 지역 어린이들에게 책과 요리가 결합된 독특한 프로그램으로 작은 도서관을 전도의 디딤돌로 활용하고 있다.

김지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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