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를 준비하는 사람들-구세군 자선냄비

어린 시절 크리스마스 즈음이 되면 빨간색 냄비 앞에서 불우한 이웃을 돕자며 종을 치는 사람들을 물끄러미 보았다. 그것은 크리스마스 캐럴이 흘러나오고 눈발이라도 내릴라치면 딱 크리스마스에 어울리는 풍경이었다. 그러나 어려서 그런지 그 추운 날 발을 동동거리며 종을 치는 사람들이 ‘왜’, 어떻게 그 자리를 지켰는지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보지 못했다.

구세군의 자선냄비란?
구세군의 대표적인 자선 모금 운동으로 1891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구세군 참령 조세프 맥피(Joseph McFee) 사관에 의해 시작되었다. 당시 추운 겨울 날 샌프란시스코 근교 해안에서 배가 좌초되어 난민들이 생겨났다. 그래서 맥피는 난민들과 도시 빈민 등 1,000여 명을 위해 모금을 궁리하던 중에 자선냄비를 고안하게 된 것. 옛날 영국에서 가난한 사람들을 돕기 위해 사용했던 방법을 떠올렸다. 그는 오클랜드 부두로 나가 주방에서 사용하던 큰 쇠솥을 삼각대 모양의 다리 위에 걸어 거리에 내걸었다.
“이 국솥을 끓게 합시다”라고 써 붙여 기부금을 넣게 했고, 어려움을 당한 이들에게 따뜻한 식사를 제공할 만큼의 충분한 기금을 마련하게 되었다. 이것이 자선냄비의 기원이 되었고, 현재는 100여 개 국에서 매년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지면 모금 활동을 벌이고 있으며, 한국에서는 1928년 12월 15일 서울에서 처음으로 시작되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매년 자선냄비가 끓는 이유
“지난해에도 경제 불황과 어지러운 시국에 기부금이 줄어들지 모른다는 우려와 예상이 있었어요. 그런데 이런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지요. 순수 거리 모금액은 조금 줄어들긴 했지만, 지난해 자선냄비의 총 모금액을 살펴보면 77억 4천만원으로 2015년보다 5억 1천만원이 더 걷혔어요. 힘든 상황 속에 구세군의 자선냄비는 그야말로 펄펄 끓은 셈이지요.”
구세군 측에서 밝힌 감동스러운 스토리도 있다. 폐품 수집으로 2년간 모은 돈을 성금으로 낸 익명의 노인은 “돈이 이것뿐이에요. 더 힘든 사람들에게 보탬이 될까 하고 왔다 가오”라는 메모만 남기고 모습을 감췄다. 또한 “돌아가신 부모님의 작은 정성”이라고 100만원 수표를 자선냄비에 넣고 간 사례도 있었다.
어떻게 매년 자선냄비가 이렇게 잘 진행될 수 있는지에 대해 묻자, 구세군 측은 “오랜 기간 동안 구호활동을 벌여온 긴 역사와 빨간색 자선냄비에 대한 명확한 상징성에 대한 신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길거리 모금활동을 허가받은 단체는 2015년까지 구세군이 유일했습니다. 자선냄비 모금액의 철저한 관리 및 투명한 감사를 통한 나눔사업으로 큰 신뢰를 받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라고 설명했다.
848원으로 시작된 자선냄비 모금액은 6·25 한국전쟁 시기를 제외하고는 지속적으로 성장해 왔는데 주목할 점은 1990년 이후 모금액이 급격하게 증가했으며, 특히 1997년도 IMF 이후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는 것.
“추울수록, 힘들수록 우리 국민들은 십시일반 나눔의 정신으로 이 국솥을 끓게 하였습니다.”

자선냄비 어떻게 쓰이나?
구세군 자선냄비는 빈곤 아동들에 대한 시설보호, 탈 성매매 여성, 노숙인, 에이즈 감염자 등 보호가 필요한 계층을 지속적으로 보호하는 등 돌봄이 필요한 대상자의 기초생계, 역량 강화, 건강 증진 및 환경개선 변화를 위해 사용되고 있다.
한편 2017년 겨울 자선냄비 거리모금은 12월 1일 시종식을 시작으로 전국 약 420개 처소에서 약 5만 명의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12월 31일까지 전개되며, 거리 모금 외에도 톨게이트, 교회, 온라인, 미디어, 찾아가는 자선냄비, 기업 모금 등도 함께 진행한다. 후원 문의(1600-0939) 혹은 ARS 모금(060-700-9390)을 통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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