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아버린 지붕을 바라보던 한 사람이 연거푸 한숨을 쉰다. 곧 닥칠 겨울 추위와 그에 따른 폭설이 염려되어 지붕을 다시 수리하기로 결심한 그 사람, 곧 사다리를 놓고 올라가 지붕 한 모서리를 걷는 순간 기겁한다. 꼬리에 못이 박힌 채 움직이지 못 하는 작은 도마뱀 한 마리가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꼬리에 못이 박혀 먹이를 구할 수 없는 이 작은 도마뱀이 어떻게 살아있을 수 있었을까?’
까닭을 알기 위해 몸을 감춘 채 지켜보았다. 얼마 후 부스럭거리는 소리와 함께 또 다른 도마뱀 한 마리가 작은 도마뱀 곁으로 다가온다. 그리고는 자신이 물어온 먹이를 꼬리가 못 박힌 도마뱀 앞에 놓고 급히 나가는 것이 아닌가?
순간 모든 의문이 풀렸다. 꼬리에 못 박힌 작은 도마뱀의 그간의 생존, 그것은 전적으로 다른 도마뱀의 ‘고마운 도움’이었던 것이다. 감탄한 그 사람은 조심스럽게 다가가 못을 빼준다.
12월은 입동(立冬)을 지나 동지(冬至)로 가는 시절이다. 삶의 모든 것을 결빙시키는 냉혹한 시기, 그래서 가난한 자들과 힘없는 자들의 생존이 위협받는 잔인한 계절이 겨울이다. 시베리아 겨울의 찬바람과 늘 부딪치며 살았던 러시아인들이 얼마나 가혹했으면 “러시아의 겨울밤은 25시간이다”라고 한탄했을지.
그러나 못에 박힌 도마뱀에게 봄을 안겨줬던 친구 도마뱀, 그들은 더 이상 파충류에 속하는 ‘미물(微物)’이 아닌 ‘참 미물(美物)’이었다.
세상에 결코 무시해도 좋을 만한 ‘작은 도움’은 없다. 받는 사람에게는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큰 도움’이기 때문이다. 바늘과 실을 가지고 속옷과 겉옷을 지어 항구도시 욥바에 사는 과부들에게 입혀준 여인 다비다의 작은 도움. 그것은 그 여인들에게 생(生)의 의지를 북돋게 해준 ‘큰 도움’이 되었던 것처럼 말이다.
삶이 점차 각박해져간다. 따라서 사람 사이에도 온기도 식어간다. 그러나 교부 아우구스티누스는 “주는 것이 받는 것이다”라고 했다. 그러니 이제 작은 도움부터 시작하자. 작은 촛불도 어둔 밤에는 태양의 역할을 하지 않는가?

김겸섭
성경해석 연구 공동체인 아나톨레와 문학읽기 모임인 레노바레를 만들어 ‘성서와 문학 읽기’ 사역을 하고 있으며, 현재 서울 방화동 한마음교회를 섬기고 있다. 저서로 <천사는 오후 3시에 커피를 마신다> <사랑이 위독하다>등이 있다.
저작권자 © 아름다운동행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