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통마을 교회를 방문했을 때는 벼를 벨 시기여서 주민들 모습이 별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벼가 익어야 할 때인데 비가 너무 많이 내린다며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천지를 지으신 하나님께 기도해주겠다고 넌지시 건네면 그들은 단칼에 거절하였습니다. 그렇게 주민들은 기독교인들을 싫어하고 마을에 교회가 들어온 것 자체를 불쾌해했습니다. 오랫동안 잘못 전해져 내려온 오해와 선입관이 그런 마음을 갖게 만든 것입니다. 공산주의자들은 기독교가 서구 제국주의 국가들 종교이고, 국가를 전복시키는 것이 기독교인들의 목표라고 가르쳤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복음을 전하는 것을 악한 행동으로 보며, 별별 이유들을 동원해 성도들을 핍박하고 사역자를 감옥에 보내고 있습니다.

예수님을 만난 완넝 목사
이곳에서 사역하는 완넝 목사도 그랬습니다. 외부로부터 상당히 고립된 곳이어서 예수를 믿는 사람이 하나도 없던 때, 완넝 목사가 예수를 믿은 것은 친구 덕분입니다. 마을을 떠나 도시에 나가 일을 하다가 복음을 들었던 친구는 완넝 목사에게 예수님을 전해주었습니다.
완넝 목사가 예수를 믿고 성경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깨닫게 된 것은 하나님은 우상을 매우 싫어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나라는 불교가 오래전부터 뿌리를 내려 무속신앙이 삶을 지배하고 있었습니다. 집들마다 구석구석 부적과 작은 신상들이 즐비했습니다. 예수를 믿고 나서 가장 마음에 걸린 것은 그런 신상들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집안에 있던 모든 부적을 뜯어내어 불태우고, 신상들을 꺼내어 부숴버렸습니다.

핍박을 받으며
한참 지난 후 이 사실이 친척들 귀에 들어갔습니다. 친척들은 예수 믿은 것도 모자라 신상들까지 없앴다는 것에 대해 분노했습니다. 온 동네가 모여 그를 성토하고 마을에 화를 끼치는 파렴치한으로 몰았습니다. 친척은 국가전복을 꾀하는 사람으로 신고까지 해 경찰은 그를 감옥에 가두었습니다. 그리고 예수 믿는 사람은 간첩활동을 하는 것이라 하여 정치범으로 처벌했습니다. 또한 거기에 죄목이 하나 더해졌습니다. 복음을 전하다가 어려운 사람들을 만나면 기도를 해 주었습니다. 아픈 사람을 위해서, 여러 가지 어려운 일들을 위해서 진심으로 기도해주며 예수 믿기를 권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문제였습니다. 아픈 사람을 위해 기도해 주는 것은 ‘의료행위’라는 억지 논리로 의사 자격증도 없는 사람이 의료행위를 했다는 죄목이 더해졌습니다.
이곳의 감옥은 우리가 상상하는 그런 감옥이 아닙니다. 그야말로 죽어서야 나올 수 있다는 열악한 곳입니다. 그는 그곳에서 1년 6개월을 보냈습니다. 그러나 그 기간이 그에게는 원망의 나날이 아니었습니다. 예수를 믿으면 핍박을 겸하여 받는다는 말씀처럼 그리스도인이라면 당연히 겪어야 하는 신앙의 한 여정으로 생각했습니다.

고통을 견딘 성도들의 교회
형을 다 마치고 석방된 그는 바로 사역자 훈련에 참여했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효과적으로 복음을 전하고 싶어서였습니다. 사역자가 되어 좁은 그의 집에서 교회도 시작했습니다. 한 명의 성도를 얻는 것이 하늘의 별따기처럼 힘든 여정이었지만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언젠가 이웃들도 예수를 만나고 나면 행복한 삶이 무엇인지 알게 될 것이고 그때가 되면 자신의 수고가 헛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 믿었기 때문입니다.
지금 이 마을 교회에는 열 명쯤 되는 성도들이 모여서 성경을 공부하고 예배를 드립니다. 그들도 하나같이 쫓겨나고 조롱당하며 감옥에 들어갔다 돌아온 성도들입니다. 그들이 어느 교회보다 귀한 까닭은 연단의 불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성도들이기 때문입니다.
완넝 목사는 얼마 전 다시 감옥에 투옥되었다가 돌아왔습니다. 크리스마스 기간 동안 전도를 하다가 허가 없이 이웃 마을에 출입했다는 죄목으로 다시 1년을 감옥에서 보내야 했습니다. 그는 감옥이라도 예수를 전하는 발걸음을 묶을 수 없다면서 복음 전하는 삶을 포기 없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날 밤, 마을에서 잠을 자는데 계속되는 생각으로 머릿속이 복잡했습니다. 어떤 곳에서는 교회를 개척하고 목회하면 존경받지만 이곳의 목회자들은 감옥에 가고 구타를 당합니다. 세상의 조롱을 받고 돌을 맞으며 살아갑니다. 그래도 복음 전하는 일을 포기할 수 없다고 합니다. 어떤 삶이 정말 행복한 삶일까요? 그리고 어떤 삶을 살도록 소망하고 기도해야 할까요? 이런 생각으로 몸을 뒤척이다보니 새벽이 오고 있었습니다.

박태수
C.C.C. 국제본부 테스크포스팀에 있으며, 미전도종족 선교네트워크 All4UPG 대표를 맡고 있다. 지구촌 땅 끝을 다니며 미전도종족에 복음을 전하는 일을 하고 있으며, 땅 끝에서 복음을 전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글로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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