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사님, 한사람을 위한 콘서트를 하신다는 얘기를 듣고 용기 내어 전화 드려 봅니다.”
약속장소에 저만치 목발에 의지한 사람이 걸어옵니다. 평생 목발에 의지한 채 장애인을 섬기며 살아오신 목사님이십니다. 문이 열리자 휠체어에 앉아 있는 한 사람이 보입니다. 미소가 빛납니다. 오늘 콘서트의 주인공은 상곤이 형님이십니다. 오십대인 형님은 아름다운 꿈이 있는데, 바로 시인이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 꿈을 위해 치열하게 살았습니다. 모두가 불가능하다 했지만 검정고시로 초, 중,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 국문학과에 들어갔습니다.

형님의 신청곡
형님을 위해 첫 노래를 불렀습니다.
“나의 맘속에 온전히 주님을 모셔놓고 나의 정성을 다하여 주를 섬기리. 기쁘나 슬프나 오직 한 맘 주 위해. 한 평생 주만 모시고 찬송하며 살리라~”
노래가 끝나자 형님이 곡을 신청했습니다.
“똑바로 보고 싶어요 똑바로 걷고 싶어요 주님 온전한 눈짓으로 온전한 몸짓으로. 하지만 내 모습은 온전치 않아 세상이 보는 눈은 마치 날 죄인처럼 멀리하며 외면을 하네요. 주님, 이 낮은 자를 통하여 어디에 쓰시려고 이렇게 초라한 모습으로 만들어 놓으셨나요. 당신께 드릴 것은 사모하는 이 마음 뿐. 이 생명도 달라시면 십자가에 놓겠으니 허울뿐인 육신 속에 참빛을 심게 하시고 가식뿐인 세상 속에 밀알로 썩게 하소서.”
제가 한 번 부르고 형님이 한 번 부르고…. 제 기타 반주에 형님의 어눌한 노래가 더해질 때 제 마음 속엔, ‘예수님이 노래하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노래가 그치고 목사님은 형님에게 자작시를 들려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많이 쑥스러워 하더니 이내 형님의 시가 그 작은 방 안에 울려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오늘 걷지 못해도>
나는 오늘 걷지 못해도
이 세상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오늘 나는 비록 걷지 못하여도
내 마음은 행복하다
왜, 하나님이 나와 동행하니까
오늘 노래할 것을 생각했다
“똑바로 보고 싶어요”
오늘 부를 거다
왜, 오늘 하나님이 그 노랠 부르라 하시니까
오늘은 행복하다
내 마음껏 말할 수 있고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고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이 주신
풍부함이니까
오늘은 많이 행복하다


휠체어를 통해 일어난 일
한 편의 시를 낭송한 후 하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제 귀엔 시로 들렸습니다.
“나는 항상 혼자 있을 때 시를 생각해요. 항상 누구와 만나도 시를 나눌 수 있고. 시인이 되니까 좋더라고요. 맘껏 얘기할 수 있고, 맘껏 노래할 수 있고. 좋은 거더라고요.”
이어 형님이 간증을 하고 싶다고 하였습니다.
아주 오래 전 어느 교회에서 휠체어를 준다고 연락이 왔다고. 그 교회가 장애인 교회더라고. 그 계기로 그 교회를 다니게 되었다고. 그 때 휠체어를 받지 못했더라면 시인이 되는 꿈을 가지지 못했을 것이고, 시인이 될 수 없었을 것이라고. 그 일이 벌써 30년 전 일이라고.
콘서트에 함께 가신 사모님께서 보탬의 말을 하셨습니다.
누군가에게 형님의 얘기를 들었다고. 그런데 교회 형편상 휠체어를 살 수가 없었다고. 그 때 누군가의 소개로 가수 윤형주 장로님을 알게 되었다고. 윤 장로님을 뵙고 사정을 얘기해 휠체어를 사게 되었고, 그 계기로 목사님과 윤형주 장로님은 연이 되어 장애인을 위한 콘서트를 열게 되었는데 올해로 27년차 27회 공연이 열린다고.

우리들은 다 알 수 없을 하나님의 아름다운 역사는, 작고 작은 점 같은 일들이 이어지고 이어져 보석같이 찬란한 아름다움으로 꿰어짐을 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결핍이란 인간의 느낌이었습니다. 정말로 하나님에겐 실수라는 것이 없으시다는 것을 깊이 느낄 수 있었고, 아픔이란 아름다움으로 빚어지는 과정에서 오는 ‘성숙의 소리’라는 것을 또한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아름다운동행 벗님들, 상곤이 형님이 소원이 있습니다.
상곤이 형님의 시집이 세상에 나올 수 있도록 손 우물 같은 기도 부탁드립니다.

박보영
찬양사역자. ‘좋은날풍경’이란 노래마당을 펼치고 있다. 오직 한 사람을 위한 콘서트라도 기꺼이 여는 그의 이야기들은 아름답고 감동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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