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의용 교수의 ‘감사 기억법’

“청소년이나 청년들로 하여금 감사의 삶을 살게 하려고 하는데, 그게 쉽지가 않아요. 어떻게 하면 가능할까요?”
추수감사주일을 맞아 교회마다 감사 관련 프로그램들을 시도해보지만 생각보다 녹녹치가 않다. 불평과 혐오의 말들이 넘쳐나는 생활 속에서 그저 절기에 따른 형식적인 프로그램이 되기 쉽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동안 대학생들로 하여금 ‘감사일기’를 쓰게 해오는 등 적극적으로 감사운동을 펼치고 있는 <내 인생을 바꾸는 감사일기> 저자 이의용 교수(국민대·교회문화연구소장)에게 이 질문을 대신 던졌다.
“지금의 청년들은 반응을 안 하는 세대입니다. 왜냐하면 일방적인 교육을 받아왔기 때문에 표현하지 않는 것에 고착되어 있어요. 한마디로 ‘구경하는 세대’입니다. 수업도 구경하고, 운동도 구경하고, 다른 사람이 먹는 것도 구경하고. 구경한다는 것은 결국 아무 것도 안 해도 된다는 것이지요.”
그런 세대에게 ‘감사를 찾아보고, 감사를 표현하라’ 하고, 그것이 단번에 되기를 원한다면 안 된다는 것.
“말하기나 글쓰기는 ‘내 것’이 있어야 가능합니다. 그런데 청년세대는 외운 것을 답하는 시스템 속에서 ‘내 것’을 발견하거나 찾고, 표현하는 것을 안 해 본 것입니다. 그래서 감사를 표현해야 합니다.”

이 교수는 수업 중에 표현하는 것을 강조한다. 감사일기 쓰는 것은 기본이고, 자신의 것을 찾고 생각하고 표현할 수 있도록 돕는다. 특히 국민대학교 리더십과 코칭대학원 커리어코칭 과목 수강생들의 경우에는 수업을 통한 효과가 크게 나타났다.
“누군가를 코치해야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스스로 ‘긍정적인 상태’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해요. 그래서 일상생활이 행복하도록 감사일기를 쓰게 했어요. 또한 밴드를 개설해 한 학기 동안 각자 100개의 감사일기를 써 올리는 것에 도전하게 했지요.”
수강생 35명이 밴드에 써 올린 100감사는 서로를 더욱 가깝게 이어주었다고. 각자의 삶 속에서 일어난 일들 가운데 감사를 찾으니 서로에 대해 잘 알게 될 뿐 아니라 어려운 일에 대해서는 서로 위로하고 걱정하게 되었다는 것. 그런 이야기들을 모아 학기가 끝나면 책도 출판하기로 결정했다.
“대학원 졸업하면서 논문도 하나 쓰고, 감사일기 책도 한 권 쓰면 좋을 것 같아요. 뿐만 아니라 가족끼리, 교회 공동체가 이런 일을 하면 어떨까요.”
‘감사를 안 하고 사는 것은 형벌이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는데 남성과 여성, 감사일기를 쓰는 사람과 쓰지 않는 사람’이라고 강조하는 이의용 교수는 확장된 ‘감사의 기억법’을 제시했다.
“누군가 자기에게 베푼 배려로 인해 감사하는 것이 1차 작업이라면, 이제는 한 단계 더 나아가야 합니다. 내가 다른 사람이 감사하며 살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드는 것인데, 그것이 바로 ‘배려’입니다.”
수동적 감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다른 사람이 힘들지 않게 살아갈 수 있도록 구조를 바꾸기에도 힘써야 한다는 것.

“감사와 배려는 동전의 앞뒤면 입니다.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누가복음 6장 31절) 말씀처럼 우리는 다른 사람이 감사의 삶을 살도록 ‘배려’하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우리의 감사운동은 배려운동으로 승화되어야 합니다.”
한 두 번의 시도로 포기해서는 안 된다. 삶 속에서 각자 감사의 기억을 찾다보면 공동체의 기억도 건강해지고 튼튼해지지 않을까. 추수감사주일을 앞둔 교회마다 각각 창의적인 ‘감사의 기억법’이 필요하리라 보여진다.

‘고마운 사람 달팽이’ 감사지도
: 종이 한 가운데 ‘나’를 적어놓고 어떤 고마운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지를 포스트 잇에 적어서 달팽이처럼 회전각으로 붙여보도록 한다. 바로 발표하거나 제출하지 않고 일주일 동안 갖고 있으면서 순서를 바꿔보기도 하며 마지막에 사진을 찍어본다. 자신이 어떤 고마운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지 깨닫게 도와주며, 동시에 자신은 타인에게 있어 어떤 존재로 살아가고 있는지 돌아볼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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