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문화공간 ‘보드레 안다미로’ 김지영 대표

“지금까지 인터뷰 안 하려고 숨어 왔는데~”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복합문화공간 ‘보드레 안다미로’(bodre-andamiro.com) 김지영 대표는 코끝을 찡끗하며 웃는다. 내세울 것 없는데 민망하다며 말을 아꼈다.
5살 때부터 피아노를 치기 시작해 독일에서 석박사까지 마치는 등 피아니스트라면 누구나 걷고 싶어 하는 길을 쉼 없이 걸어왔던 김 대표였다.
“피아니스트로서 인정받은 것은 지금 개인적으로 자랑거리가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그 길을 걷게 하신 이유를 분명히 알기 때문입니다.”
유학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왔을 때만 해도 모든 것이 탄탄대로인 듯 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몸이 아프기 시작했다.
“1년 동안 걸을 수가 없었어요. 병원에 가도 이유는 나오지 않고, 심지어는 미국과 독일에 있는 병원까지 찾아갔어요. 그런데 거기서도 못 고치더군요.”
기도를 시작했다. 100일 동안 하루 3시간씩 기도하였다. 그런 가운데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기도를 시작한 지 100일이 되는 날 하나님께서 고쳐주셔서 걸을 수 있게 되었어요.”
그 경험은 김 대표로 하여금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되어, 신학대학원에 진학한 후 2012년 감리교단에서 목사안수를 받았다.

음악인과 미술인들을 세우다
분당 만나교회에서 음악감독 사역을 여러 해 동안 하게 되었다. 그런데 특별히 눈에 들어오는 사람들이 있었다. 실력은 뛰어난데도 무대에 설 기회나, 앨범을 낼 기회를 갖지 못하는 신진 음악인들이었다.
“그런 클래식 연주자들을 세우기로 결심했어요. 비용은 전혀 받지 않고 무대에 설 수 있도록 홍보, 섭외 모든 분야에서 2~3년간 도왔지요. 지금은 유명세를 타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어 기쁩니다. 무대가 고프고 그래서 조급하고, 불안해하는 예술인들이 많은데 하나님께서 그들의 눈물을 보게 하시고 또 닦아주신 것이지요.”
이어 카페사역에도 관심을 갖게 된 김 대표는 음악인들을 세우는 사역을 계속하기 위해 지난 2015년 4월 삼청동에 복합문화공간인 ‘보드레 안다미로’를 마련하게 되었다.
“무슨 뜻이냐고요? 보드레는 ‘부드러운’이라는, 안다미로는 ‘담은 것이 그릇에 넘치도록 많이’라는 뜻의 순우리말입니다.”
연주공간을 마련, 수요일마다 저녁 7시 30분에 ‘보드레 안다미로 콘서트’를 연다. 지난 10월 18일 공연이 벌써 70회째 공연이다. 연주자들은 그냥 무료로 서지 않는다. 보드레 안다미로를 통해 정당한 연주비를 받는다.
“저희는 연주자들을 섬기고, 작가들을 섬기기 위해 커피를 팔고 브런치를 팝니다.”
멋진 공간에서 맛있는 브런치를 나누며, 특별한 커피와 독일빵을 먹을 수 있는 이 건물 2층은 신진 작가들이 작품을 전시하는 갤러리로 운영하고 있다.
“음악을 보고 그림을 듣는다는 개념이지요.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이곳을 소개시켜 준 부동산 사장님이 어느 날 화가 한 분을 만나게 해주셨어요. 늘 다른 작가의 그림을 대신 그려주는 분인데, 그분 안에 말 못할 고통이 있으시더군요. 그 자리에서 복음을 전했어요. ‘연주자들만 힘든 것이 아니구나, 미술인까지 세워야 겠다, 도와야겠다’ 생각해서 무료 전시회를 시작했습니다. 감사한 것은 저희 갤러리에서 전시회를 한 작가들이 다른 전시회에 활발히 초대받게 되는 거예요.”
정기적으로 신진 작가를 모집해 2주에 한 번씩 새로운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그리고 만나게 된 ‘학교 밖 청소년’
피아노 건반을 바라보며 열정을 쏟던 김 대표에게 하나님은 처음에는 음악인을, 미술인을, 그리고 청소년을 만나게 하셨다. 서울시가 직업훈련 및 멘토가 되어달라고 위탁한 ‘학교밖 청소년’을 맡게 된 것.
“올해 3월에 1기를 맡게 되었고, 지금은 2기 청소년들이 훈련을 받고 있어요. 가정의 어려움 등으로 인해서 방황하는 아이들이었지만 짧은 기간 동안 변화되는 것을 보았습니다. 1기 청소년 가운데 몇 명은 정직원이 되었고, 용기를 갖고 대학진학을 결심한 친구들도 있어요. 내년 여름에는 오스트리아 빈에서 여기서 발굴한 신진 연주자들과 연주회를 갖게 되는데 그때도 1기 청소년들과 함께 갈 계획입니다. 넓은 세상을 보여주려고요.”
지난 생일에 아이들이 돈을 모아 생일선물로 텀블러랑 운동화를 사주었는데, 그게 그렇게 눈물이 나더라며 발을 들어 운동화를 자랑하는 김 대표의 얼굴이 빛이 난다.
“자꾸만 자꾸만 사람을 보여주세요. 개척교회 사모님과 목사님을 돕기 위해 매주 토요일 낮 12시부터 6시까지 카페 앞마당을 무료로 빌려드리고 있어요. 직접 만드신 공예품을 벼룩시장에서 판매하는데 그 이름이 ‘펀지점프’예요. 구경 오세요.”
이 많은 일들을 가능하게 뒤에서 지원하는 남편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는 김 대표는 교회를 세울 계획은 없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이게 교회인 것 같아요. 어차피 퍼주고, 나눠주고 하는 곳이 교회 아닌가요. 저는 하나님이 어떤 작가, 어떤 연주자, 어떤 아이들을 만나게 하실지 앞으로도 기대가 됩니다.”

김 대표의 삶의 연주는 특별한 연주다.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살맛나게 하며 영혼을 만지고 위로하는 연주. 세상에서 쉽게 들을 수 없는 그런 특별한 연주. 이번 가을, 클래식 음악이 흐르고 커피 향이 가득하고 그림이 가득한 그곳에 훌쩍 한 번 다녀오면 어떨까. 공간 가득 넘치는 그 ‘연주’를 들어보기 위해.

서울 종로구 삼청동 2길 3-8 보드레 안다미로
문의 : 070-7745-26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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