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카페 안전 사각, 생태계 교란종 수입 위험

자연생태계는 수많은 생명체가 조화를 이루며 다양한 서비스와 자원을 제공하면서 인간 삶의 터전으로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생태계가 균형을 이루며 건강하도록 관리 보전하는 일은 인간의 사명이기도 하지요.

외래생물 중에서 생태계의 균형을 교란하거나 교란할 우려가 있는 생물, 혹은 특정 지역에서 생태계 균형을 교란할 우려가 있고 위해가 큰 생물을 ‘생태계 교란종’이라 부릅니다.
우리는 1998년 황소개구리, 큰입배스, 파랑볼우럭 3종을 시작으로 뉴트리아, 붉은귀거북, 미국쑥부쟁이, 양미역취 등 2016년 말 모두 18종이 지정되어 있습니다.
생태계 교란종을 관리하는 이유는 일단 이들이 자연상태로 확산되기 시작하면 엄청난 피해를 초래하고 막을 방법이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최근 동물카페에서 사람들의 인기를 끌고 있는 미국 너구리 라쿤(raccoon)은 요주의 대상입니다. 라쿤은 열매, 도토리, 파충류, 어린 쥐, 각종 동물의 알, 대형 척추동물과 그 새끼까지 먹어치우는 잡식성 동물인데요. 귀여운 생김새와는 달리 야생화 되면 생태계를 파괴하는 무법자가 될 수 있습니다.

일본의 경우 애완용으로 도입된 라쿤이 야생화 되면서 농작물에 막대한 피해를 일으켰고 생태계 교란종으로 지정됐습니다.
독일 역시 1945년 베를린 근교에서 사육 중인 라쿤이 탈출해 야생화 되면서 보호대상 조류가 위협받고 있으며, 미국 내 전체 옥수수 피해의 87%가 라쿤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11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는 북미너구리회충이 인체에 치명적인 병원체라고 발표했습니다. 2012년 모피, 애완용 목적으로 유럽에 수입된 라쿤이 야생화 되면서 광견병을 전파시킨 사례도 있고요. 상황이 이런데도 우리나라에서 라쿤 수입은 어떤 제재도 받지 않고 라쿤을 포함한 야생동물을 규제 없이 전시하는 동물카페는 전국에서 35개 이상 성업 중입니다. 카페 고객들이 야생동물을 손으로 만지며, 음식물까지 섭취하기 때문에 인수공통전염병의 위험이 크지만 뾰족한 대책은 없는 상황입니다. 생태계 파괴와 인체 피해를 막도록 대책마련을 서둘러야 합니다.

김익수
환경일보 편집대표이사이자 한양대학교 행정대학원 겸임교수. KAIST와 POSRI 연구위원, 한국환경공단과 한국에너지공단 비상임이사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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