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이를 더 이상 만들지 않아
요즈음 ‘스피너’라는 장난감 열풍이 일고 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인터넷에 스피너가 도배하듯 유행하더니 순식간에 전국적으로 깔렸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장난감이 유행하는 경우에 공식이 있는데 이를 설명해 보겠습니다. 예전에는 팽이를 직접 만들어서 놀았는데, 탑블레이드가 나온 후로는 만들어 쓰는 팽이는 상상조차 못하게 되어버렸습니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별 생각 없이 자녀들에게 선물로 사 주었고, 순식간에 전국의 모든 어린이들 손에 탑블레이드가 쥐어졌습니다. 또한 신상품들이 쏟아져 나오면 자녀들은 부모에게 더 비싸고 좋은(?) 탑블레이드를 사 달라고 졸라댑니다. 부모들은 마지못해 사 주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자녀가 다른 애들에게 기죽지 않도록 경쟁적으로 더 비싸고 화려한 장난감을 사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경제논리가 그대로 적용되는 장난감
이런 아이들은 장난감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더 비싼 장난감을 소유하고 있는 것을 자랑합니다. 여기에 씁쓸한 공식이 있는데 값싼 장난감이 절대로 비싼 장난감을 이길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장난감에도 경제논리가 그대로 적용됩니다. 그러다보니 어린이들은 놀이를 즐기는 기쁨을 잊어버렸습니다.

우리 어렸을 때는 전혀 그렇지가 않았습니다. 우리는 어떻게 놀았나요? 친구들만 있으면 우리는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놀았습니다. 팽이, 제기, 딱지, 자치기 등 거의 모든 놀이감을 직접 만들어서 놀았지요. 우리나라 전래놀이들은 땅따먹기, 오리망, 달팽이놀이, 오징어와 같이 땅바닥에 줄만 그어도 놀 수 있는 놀이들이 7할 이상이었습니다. 장난감을 직접 만들어 놀고 즐기면서 놀이의 주인이었고 주인공이었지, 요즘처럼 장난감의 노예가 되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었습니다.

시중에는 장난감 산업의 음모를 폭로한 책들이 여럿 나와 있는데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 중 <놀이의 힘>의 저자 데이빗 엘킨드는 바비 인형이 미친 폐해를 적확히 지적하고 있습니다. 블론드 머리칼에 기형적인 12등신의 바비 인형은 어린이들을 열등감에 빠지게 하고 서구인의 미모에 탐닉하게 만들며, 이는 어린이들로 하여금 더 비싼 장난감을 구입하도록 만드는 의도된 음모라고 폭로합니다. 비싼 장난감일수록 자녀들에게 유해합니다. 그러므로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비싼 장난감을 사주지 못하는 것을 미안해해서는 안 됩니다. 즐겁고 행복하고 편안하고 안전한 시간을 부모가 자녀들과 더 자주, 많이 가지는 것만큼 크고 유익한 선물은 없습니다.

전국재
평생의 관심사는 초지일관 ‘놀이’다. 현재 청소년과 놀이문화연구소(www.ilf.or.kr) 소장과 장신대 초빙교수로 일하면서 지도자 양성과 저술 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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