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목전에는 천 년이 지나간 어제 같으며 밤의 한 순간 같을 뿐임이니이다(시편 90:4)”

올해 노벨물리학상은 중력파를 검출한 학자에게 돌아갔고 언론은 우주의 탄생과 진화 과정을 알려줄 금세기 최고 발견이라는 찬사를 보냈다.
과학은 실험으로 증명하고 같은 실험으로 재현해야 진리로 인정받는다. 재현할 수 없다면 가설로 남을 수밖에 없는데, ‘천지창조’가 바로 그런 것이다. 현재 과학계에서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우주 나이 138억년, 지구 나이 46억년이라는 빅뱅이론 역시 가설이다. 사실 과학계에서는 빅뱅이론으로 설명하지 못하는 물리 현상도 많고, 지구 나이 46억년에 맞지 않는 여러 현상도 발견되고 있다. 지구의 나이는 수천 년간 논쟁의 대상이었는데, 20세기에 방사성 동위원소 반감기를 이용한 연대 측정과 운석 연구로 46억이 주장되었고, 지금까지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가설과 결과가 나온다면 언제든 결과는 바뀔 수 있다. 과학은 과거의 정설을 뒤집는 혁명적인 발견들의 연속이었다. 절대 진리로 여겨지던 뉴턴의 ‘중력’ 개념을 바꾼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이 그랬고,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는 ‘천동설’을 뒤집은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도 그랬다.

진화론과 창조론의 논쟁에서 가장 중요한 사안 중 하나가 ‘연대’다. 진화론은 확률적 과정에 의한 우연을 강조하기에 시간이 길수록 유리한 반면 창조론은 처음부터 창조되었다고 보기 때문에 시간의 길고 짧음에 상관없다.
6천년 ‘젊은 지구론’의 근거는 창세기에 나타난 아담 이후 족보로부터 계산된 수치와 46억년 가설에 맞지 않는 여러 현상이다. 하지만 크리스천 과학자들 중에는 ‘오랜 지구론’을 지지하는 사람들도 많아 창조과학회 내부에서조차 첨예한 논란이 된 적이 있었다.
과학은 균일한 가정에 의해 아담과 하와도 태아기, 유아기가 있어야 하겠지만, 창세기의 기록으로는 아담과 하와는 성인으로 창조되었다. 창조 당시 그들의 나이는 한살인가? 만약 하나님이 46억년짜리 지구를 6천 년 전에 창조하셨다면 지구의 나이는 도대체 몇 살이라고 해야 할까?

지구의 나이가 6천이건 46억이건, 100년도 채 못 사는 인간들에게는 둘 다 까마득한 옛날의 일이다. 과거로 갈수록 우리의 지식은 제한되고 상상과 가설에 의존하는 비율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연대 문제에 있어서 부정확성은 불가피하다. 성경을 이성적, 과학적 관점만으로는 이해할 수 없다. 말씀으로 천지를 창조하고, 처녀가 아이를 낳는 것을 과학으로 증명할 수 없다. 이것은 믿음의 문제다. 하지만 성경을 과학이나 이성과는 동떨어진 신화의 세계로 이해하는 것은 더 큰 왜곡을 낳는다. 자연과학, 의학, 고고학이 발달할수록 성경이 진리임이 밝혀지기를 하나님은 원하실 것이고, 실제로 그랬다. 창조를 믿는 이들에게 연대논쟁은 비본질적인 문제일 수 있다. 안티기독교 세력이 커지는 현실에서 비본질적인 것을 놓고 기독교 내부에서 과도하게 논쟁하는 것은 하나님이 주신 시간을 낭비하는 일일 수 있다.
“본질적인 것에는 일치를, 비본질적인 것에는 자유를, 이 모든 것들에는 사랑을.”

이종훈
닥터홀 기념 성모안과 원장이자 새로남교회 월간지 편집장을 맡고 있는 저자는 대학시절부터 성경 속 의학적 이야기에 대해 관심을 기울였다. 저서로는 <의대를 꿈꾸는 대한민국의 천재들>과 <성경 속 의학 이야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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