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짐을 준비하는 몇 가지 마음-추억 만들기
부부 둘만의 여행이나 동창 여행보다 가족여행이 즐거웠다는 말씀에 올해도 푸켓 가족여행을 계획했습니다. 혹시 몰라 챙긴 비상약만 해도 큰 파우치로 하나였고, 호텔식이나 현지식이 입맛에 맞지 않을까 준비한 즉석밥, 라면, 고추장 등 기내용 캐리어는 예비 짐으로 가득 찼습니다.
여행일정 중 라차섬에서 스노클링을 했는데, 부모님은 한사코 물에 들어오길 거절하셨습니다. 한참을 그늘막 밑에 쉬고 계시다가, 조금씩 조금씩 바다 속 우리에게로 다가오셨지요. 구명조끼를 입고, 물안경을 착용하고 바다로 들어오셨는데 처음엔 엉덩이만 담그셨다가, 잠시 후 허리춤까지. 우리 손을 의지한 채 드디어 바다에 뜨는 것에 성공하셨을 때 엄마가 즐거워하시던 모습이란!
매일 저녁 마사지로 여행의 피로를 풀어드렸는데, 무엇보다 부모님이 만족해하셔서 좋았어요. 평생에 그렇게 알뜰하신 분들이 비용을 아까워하지 않고 ‘좋다’고 하시니 사실은 제가 더 좋았습니다.
매년 장거리 여행이 가능하도록 건강하시기만 하셨으면 좋겠는데, 아빠는 여행 후 독감으로 두 달간 고생하시고 살도 많이 빠지셨습니다. 우리 가족 모두가 또 해외여행을 갈 수 있을까요? 여독이 질병으로 이행되는 부모님 연세를 생각하면 장거리 여행은 당분간 어렵지 않을까 싶습니다. 가까운 곳이라도 여행을 계획하게 되면 부모님 체력 훈련부터 비상약까지 챙겨야 할 것이 많습니다. 무엇보다 체력의 차이를 인정하고 휴식할 수 있도록 도와드리면 좋겠습니다. 어린 시절 산을 오르며 작은 배낭을 메고도 땀 흘리던 삼남매를 쉬어가게 하신 것처럼.
- 오은영(부천성모병원 간호사)
오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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