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짐을 준비하는 몇 가지 마음-추억 만들기

어린 시절 즐거운 여행의 기억이라면 가족 캠핑입니다. 배낭과 텐트, 버너, 코펠과 식료품을 둘러메고 계곡을 찾아 캠핑하던 어린 날에는 깊은 밤까지 노래와 무용, 1인극을 하는 삼남매 장기 자랑에 TV 없이도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지요. 지금은 장성한 삼남매에 며느리까지 어렵게 일정을 맞춰야만 가족여행을 떠날 수 있어 예전처럼 대장 아빠의 한 마디에 쉽게 움직여지지 않지만 말입니다.

부부 둘만의 여행이나 동창 여행보다 가족여행이 즐거웠다는 말씀에 올해도 푸켓 가족여행을 계획했습니다. 혹시 몰라 챙긴 비상약만 해도 큰 파우치로 하나였고, 호텔식이나 현지식이 입맛에 맞지 않을까 준비한 즉석밥, 라면, 고추장 등 기내용 캐리어는 예비 짐으로 가득 찼습니다.
여행일정 중 라차섬에서 스노클링을 했는데, 부모님은 한사코 물에 들어오길 거절하셨습니다. 한참을 그늘막 밑에 쉬고 계시다가, 조금씩 조금씩 바다 속 우리에게로 다가오셨지요. 구명조끼를 입고, 물안경을 착용하고 바다로 들어오셨는데 처음엔 엉덩이만 담그셨다가, 잠시 후 허리춤까지. 우리 손을 의지한 채 드디어 바다에 뜨는 것에 성공하셨을 때 엄마가 즐거워하시던 모습이란!
매일 저녁 마사지로 여행의 피로를 풀어드렸는데, 무엇보다 부모님이 만족해하셔서 좋았어요. 평생에 그렇게 알뜰하신 분들이 비용을 아까워하지 않고 ‘좋다’고 하시니 사실은 제가 더 좋았습니다.

매년 장거리 여행이 가능하도록 건강하시기만 하셨으면 좋겠는데, 아빠는 여행 후 독감으로 두 달간 고생하시고 살도 많이 빠지셨습니다. 우리 가족 모두가 또 해외여행을 갈 수 있을까요? 여독이 질병으로 이행되는 부모님 연세를 생각하면 장거리 여행은 당분간 어렵지 않을까 싶습니다. 가까운 곳이라도 여행을 계획하게 되면 부모님 체력 훈련부터 비상약까지 챙겨야 할 것이 많습니다. 무엇보다 체력의 차이를 인정하고 휴식할 수 있도록 도와드리면 좋겠습니다. 어린 시절 산을 오르며 작은 배낭을 메고도 땀 흘리던 삼남매를 쉬어가게 하신 것처럼.
- 오은영(부천성모병원 간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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