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독서운동을 벌이고 있는 필자 기쁨지기는 많은 독서량뿐 아니라 진정성을 가지고 책을 권하는 삶을 살고 있어, 우리가 원하는 ‘북 소믈리에’라 할 수 있다. 그가 권하는 향기로운 책을 만나보자.

하나님도 아픔을 느끼실까?
<하나님의 아픔의 신학>
기타모리 가조 지음/이원재 역/새물결플러스
하나님도 아파하신다는 것을 독자들이 이해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고통은 인간이 겪는 것이지 신은 아파할 수 없다는 서구사상에 길들여져 있던 기독교계에 동양의 한 젊은 신학자가 파문을 일으켰다.
1946년 제2차 세계대전 패전의 상처로 인해 몸살을 앓던 일본에서 서른 살의 젊은 신학자가 발표한 <하나님의 아픔의 신학>은 일본 그리스도인들과 그리스도를 알지 못하는 일본인들에게까지 감동과 위로를 주었다고 한다. 이 신학의 탁월함은 곧 전 세계로 알려져서 각국 언어로 번역되고, 몰트만을 비롯해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신학계에 큰 영향을 미쳤다.
구약 예레미야서를 읽다가 영감을 받은 기타모리 가조는 성서학자로서가 아니라 신학자로서 하나님의 아픔 문제를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인간의 아픔 속으로 들어가 그 아픔을 규명하려고 노력하는 대신, 하나님의 아픔으로 시선을 돌리는 저자는 하나님에게는 아픔이 있는가? 하나님의 아픔이란 어떤 아픔인가? 하나님의 아픔은 우리 인간의 아픔을 어떻게 다른가? 인간의 아픔은 하나님의 아픔과 어떤 관계가 있는가? 계속해서 묻는다.
그리고 저자는 이렇게 답한다.
‘하나님은 자기 자신의 아픔으로 인간의 아픔을 해결하여 주시는 하나님, 자기 자신의 상처로 우리의 상처를 치유하여 주시는 주 예수시다’ 라는 것. 그것이 바로 하나님의 아픔에 기초한 사랑이며, 사람은 아픔에서 하나님과 하나가 된다고 한다.
“하나님의 아픔은 자신을 신비주의적으로 우리와 하나로 결합시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결합을 배반하여 깨뜨리는 우리의 죄를 최후까지 용서하고 감싸 안기 때문에 하나님의 아픔이다.”

이 가을에 무슨 책을 읽어 볼까?
<한국 기독교문학 꼭 읽어야 할 작품들>
김수중 지음/비움채움
이 책은 최근 조선대학교 부총장을 지낸 김수종 교수가 현대 한국 기독교문학에 대한 평설을 담아낸 것이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전체적으로 문학 분야는 많은 이들에게 관심을 불러일으키지 못하고 있지만 그래도 한국 기독교문학은 제법 선전해왔다고 평할 수 있겠다. 특히 내용면에서 기독교 정신을 담아내는 그릇이 이전보다 커졌다고 할 수 있는데, 그것은 작가들의 문학의 질에 상당한 진보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이 책은 한국 기독교문학에서 문제작이라 판단되는 대상들을 가려내어 신앙과 문학 이해에 도움이 될 만한 평설 36편을 모은 것으로, 기독교문학으로 선정된 작가들은 소설가 이청준, 권정생, 조성기, 이윤기, 문순태, 공지영 등 19명이 등장하고, 수필 부분에 김교신 김현승 이현주 박완서 이해인 정호승 등 10명, 평론과 논설문 분야에 한완상 이어령 송우혜 이혜성 신영복 한병철 조현 등 7명의 인물들이 작품과 함께 소개되고 있다.
저자는 작가와 직접 대화를 했거나 신뢰할 만한 자료를 바탕으로 작가들의 신앙 이력에 대해서도 기술해 놓아 작가가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을 갖고 창작에 임했는지의 여부를 독자들이 판단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책에 선정한 작가와 작품들은 2000년대 이후의 작품을 주로 택했지만 권정생의 <몽실 언니>같은 예전 작품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고 특히 최근 <채식주의자>로 맨부커상을 받으며 국내외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한강의 <소년이 온다>도 소개하고 있다.
저자의 말을 빌리면 “한강 작가는 기독교인이 아니지만 작품에 기독교적 정신이 스며 있다. 깊은 영혼의 세계를 추구하는 이 시대 최고의 소설가 중 한명으로 그녀의 작품을 기독교 문학에 넣고 싶었다”고 평한다.
특히 현존하는 기독 작가로서 소설가 이승우 씨를 꼽고 인간의 죄의식을 깨우는 소리를 들려주는 <지상의 노래>를 이 시대 기독교 문학의 정수로서 강추하고 있다.

김현호
기독교전문서점 기쁨의집 대표로 부산지역을 중심으로 독서운동과 문화사역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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