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말 한마디

출근길 버스 안, 한 할머님께서 전화기에 대고 ‘아침은 먹고 출근하니’ 하고 물으신다. 큰 통화음에 딸로 짐작되는 여자의 짜증 섞인 목소리가 들려온다.
‘요즘 누가 아침 먹고 출근해?’
몇 마디를 더 나누고 난 후 전화 통화를 끝낸 할머님께서는 한숨을 쉬며 차 창밖을 가만히 쳐다보신다.

나도 얼마 전까지만 해도 어머니로부터 ‘밥은 먹고 다니냐?’라는 소리를 들었다. 지방에서 서울로 취업한 후 어머니는 거의 매일 ‘밥은 먹고 다니냐?’, ‘밥은 먹었냐?’라는 내용의 전화를 하셨다. 그러면 나는 짜증을 내며 ‘그런 전화하려면 하지 마’라며 전화를 끊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오늘은 왠지 ‘밥은 먹었니’라는 소리를 듣고 싶다. 이제는 그 소리를 해 줄 어머니가 이 세상에 없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6·25 한국전쟁으로 인해 초등학교도 못 나오신 분이셨다. 그리고 평생 가정만 돌보신 분이시며, 자식들 대학 보내느라 편히 살지 못하시고 고생만 하셨다. 자식에게 해 주실 수 있는 것은 집에 오면 그저 따뜻한 밥을 차려 주는 것 뿐이셨을 거라 생각이 든다. 그것은 당신이 나와 우리 형제들에게 해 주실 수 있는 가장 최고의 사랑 표현이었다. 힘들고 지쳐 서울에서 집으로 내려가면 어머니께서는 늘 그렇듯이 ‘밥은 먹었냐?’라고 물으셨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은 밥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어머니의 위로요, 힘내라는 응원의 메시지였다.

왜 어머니가 살아계셨을 땐 그 의미를 몰랐을까? 지금 나는 ‘아들, 밥은 먹고 다니냐?’라는 어머니의 목소리가 듣고 싶다.
“어머니, 죄송하고, 감사하며, 보고 싶습니다.”

이광영·노원구 상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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