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세균오염으로 인체 위해 우려

개는 성질이 온순하고 영리해 오래 전부터 인간에게 사육당하며 경비, 사냥, 애완용 등으로 이용돼 왔습니다. 개를 식용으로 하는 나라는 많지 않은데 우리나라의 경우 보신용으로 개고기를 먹곤 합니다. 사실 개고기의 성분을 보면 단백질 18.5%, 지방 4.1%, 탄수화물 0.4%, 무기질 0.8%로 특별히 다른 것도 아닌데 먹을 것이 부족했던 과거 단백질보충원으로 삼았던 것이죠.
동물보호단체들은 동물복지 차원에서 불법적인 개식용 농장 단속과 개고기 유통을 막아야 한다고 촉구해왔지만, 별 성과는 보이질 않았습니다. 그런데 한 단체의 조사결과 전국 25곳 재래 개시장 가게를 대상으로 한 93개 개고기 샘플 가운데 3분의 2에 해당하는 61개에서 항생제가 검출돼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검출율 기준으로 보면 쇠고기의 147배, 닭고기의 496배에 달합니다.

조사에서 나타난 세균 또한 심각한 수준인데요, 대장균을 비롯해 패혈증을 일으킬 수 있는 연쇄상구균 등 사람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는 균들이 검출된 겁니다.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배경에는 부처 간 책임회피를 틈탄 업자들의 불법 개사육, 비위생적 사육환경과 유통, 아직도 이어지고 있는 보신문화가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개를 배터리케이지 형태의 철장에 평생 가둬서 사육·도살해 식용하는 방식을 씁니다.

식용을 위해 조직적으로 1000마리 이상 개 농장을 운영하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고 하네요. 전국에 최소 3000개 이상의 개 농장이 존재하고 연간 100만 마리의 개들이 학대 속에 살다 도살되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개 농장 및 사육 실태를 파악조차 못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불결하고 비위생적인 음식쓰레기가 먹이로 공급되고 있어도 손 놓고 있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사육에서 유통에 이르기까지 개고기가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모든 과정이 열악합니다. 우리나라는 1974년 당시 축산물가공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식용목적 가축에서 개를 삭제해 개식용 금지국가입니다. 따라서 항생제를 먹여가며 식용목적으로 개를 사육, 도살한 것은 엄연한 불법으로 간주하고 법을 엄정히 집행해야 합니다. 이런 내용을 알고도 또 개고기 먹을 생각이 든다면 대단한 배짱이겠네요.

환경일보 편집대표이사이자 한양대학교 행정대학원 겸임교수. KAIST와 POSRI 연구위원, 한국환경공단과 한국에너지공단 비상임이사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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