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사랑해~ 사랑해 너를, 너를 사랑해~”
재경 씨의 노래가 울려 퍼집니다. 뇌성마비로 누워 지내는 재경 씨는 노래를 참 좋아합니다. 아니, 노래 부르는 걸 더욱 좋아합니다.
처음 재경 씨를 찾아간 날, 재경 씨는 제 노래를 계속 따라 불렀습니다. 그래서 재경 씨가 노래를 부르면 제가 반주를 해 주겠다 했지요. 밝고 맑고 투명한 재경 씨. 그날 알록달록 색동옷 같은 옷을 입고 누워 계셔서인지 동심이 가득 차 보였습니다. 마음이 앞선 재경 씨가 노래 제목을 툭, 툭 말해주면 기타 반주가 곧 들어갑니다. 재경 씨 노래가 길을 찾자 금세 흥에 젖습니다.

그랬습니다. 저는 제가 부르는 노래로 위로를 전하려 했습니다. 그런데 재경 씨를 만나고,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껏 만나왔던 한 사람, 한 사람. 그들에게 불러주었던 나의 노래들. 어쩌면 그 노래들보다, 그들이 부르고픈 노래에 반주를 해 주는 것이 어쩌면 더 큰 위로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불러주고 싶은 노래보다, 그가 듣고 싶은 노래. 내가 불러주는 노래보다, 그가 부르는 노래.”
‘한 사람을 위한 콘서트’가 노래를 불러주기도 하지만 노래를 부를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한다면 더욱 감동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짧은 이 글을 쓰는데 재경 씨의 노래와 목소리가 자꾸만 들려옵니다.
재경 씨가 부르는 ‘섬마을 선생님’, 정말 구수합니다. 음정도 박자도 뛰어넘어 어느새 그 섬마을에 가 있는 저를 느낍니다. 마음결에 갈매기 울음소리가 음표로 걸리고요. 마치 저를 위한 콘서트 같습니다.

그날 저는 재경 씨에게 숙제를 받았습니다. 재경 씨가 간절히 부르고 싶은 노래를 제가 몰랐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얼마 후 다시 재경 씨를 찾아간 저는 준비한 그 노래를 불러주었지요. 이어서 재경 씨가 다시 부릅니다. 아! 그 노래의 맛은 저보다 재경 씨가 훨씬 좋습니다. 그날도 헤어지면서 숙제 몇 곡을 받아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자연스레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박보영
찬양사역자. ‘좋은날풍경’이란 노래마당을 펼치고 있다. 오직 한 사람을 위한 콘서트라도 기꺼이 여는 그의 이야기들은 아름답고 감동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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