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다니던 이십 대의 밤 시간, 제가 기거하던 고시원 앞에는 작은 교회가 하나 있었습니다. 그 교회에는 장의자가 3개 정도 놓여있었고, 지나가는 나그네들은 누구라도 멈춰 기도할 수 있게 항상 열려있어서 제게는 ‘기도처’였습니다.

매일 밤, 장의자 한 쪽에 앉아 기도했습니다. 무엇을 해달라거나 무엇을 하겠다는 기도가 아니라 대부분 의문형이었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있을까요?’, ‘이런 나를 사용할 수 있겠습니까?’
불확실한 내일의 두려움 앞에 나의 존재는 지나치게 유약했고, 실제로도 가진 것 하나 없었습니다.
“이런 나를 사용할 수 있다면 한번 사용해 보세요.”
여전히 답을 알지 못하는 긴 시간을 통과하는 동안 나는 역설적으로 일하시는 주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바울이 육체의 가시가 떠나가기를 세 번이나 간구했지만 주님은 도리어 이렇게 응답하십니다.
“내 능력이 약한 데서 온전하여진단다.”
바울은 똑같은 가시를 두고 이제는 정반대의 찬양을 하게 됩니다.
“이제는 이 연약함을 가지고 자랑하겠다. 왜냐하면 이로써 그리스도의 능력이 내게 머물게 하려 함이라.”(고린도후서 12:7~9)
내가 얼마나 연약한지 혹은, 큰 능력을 가지고 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가 그리스도와 어떤 사랑을 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눈이 색약이라 저는 제대로 된 색을 보는데 일부 제약이 있습니다. 제대로 된 색을 볼 수 없기에 제대로 된 그림 또한 그릴 수 없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아프리카에 우물을 파면서 그림을 그리고 전시회를 하게 되었습니다. 제대로 된 색을 볼 수 없어서 일반적이지 않은 색들이 제 그림에 가득했습니다. 사람들의 얼굴에는 생명을 상징하는 초록이 가득 칠해져 있었습니다.
내 연약함을 주님께 올려드리면 대신 그 연약함을 통해 일하시는 주님을 보게 됩니다.

반가운 연락을 받고 인도 콜카타로 향했습니다. 이 사진을 통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수혜를 얻게 되고 또 마을이 기뻐하게 될지…. 그들의 웃음을 상상합니다.
하나님을 알수록 ‘우리가 가진 연약함이 하나님의 영광됨’을 알게 됩니다.

이요셉
색약의 눈을 가진 다큐 사진작가. 바람은 바람대로, 어둠은 어둠대로, 그늘은 그늘대로 진정을 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풍경을 글과 사진과 그림으로 노래한다. 문화예술 아카데미 Tiissue 대표, 매거진 <Band-aid> 편집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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