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기르다, 알아가다 / 아이와 함께 크는 엄마

아이를 ‘기르는’ 일은 아이를 ‘알아가는’ 길이 된다. 역으로 아이의 발달 단계별 특징만 잘 ‘인지’한 상태로 성장을 지켜보아도 아이를 ‘기르는’ 일에 도움이 된다.

아이가 갖는 공통된 생각
“아이들은 누구나 엄마 마음에 드는 아이가 되고 싶어 한다”고 심리학자 케빈 리먼은 말한다. 특히 아들들은 평생 이 욕구에 따라 살아간다고도 한다. 인정받고 싶은 욕구를 비롯해 눈앞의 성취 욕구들을 이뤄내려 아이들의 마음엔 얼마나 많은 희로애락이 춤출까.
이러한 아이들의 표현과 행동은 자기중심적으로 나타난다. 이에 대해 엄마는 즉각적으로 무엇을 해주려 하기보다 먼저 마음을 알아주어야 한다고 <힘겨루기 없는 양육>의 저자 수잔 스티펠만은 말한다.
어린 아이는 엄마를 머릿속에 각인하느라 집중하다가 이어 주변을 탐색하며 손을 통해 느끼고 무언가 해보려 애쓰게 된다. 또 눈과 말, 분위기를 통해 사랑을 느끼며 안정감을 갖게 되는 것이다.

아이를 기르는데 알아야 할 것은 무얼까.
무엇보다 아이의 기질을 파악해 그에 맞게 대해 주어야 한다. 타고난 순한 기질의 아이가 있는 반면 까다로운 기질의 아이가 있음을 알아야 한다. 또 느린 기질의 아이가 있고 급한 기질이 있어 엄마는 아이에 맞게 돌봐줘야 서로 스트레스를 덜 받게 된다. 어른 입장에서 재촉하거나 예민하게 같이 맞서서는 잘 기를 수 없음도 명심해야 한다.
아이가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고 사랑하며 지내는 것을 배우기 위해서는 ‘나를 알아주는 사람, 내 편, 나를 응원해주는 사람’이 반드시 필요한데 대부분 부모가 그 역할을 하게 된다.
이것은 성장해가며 어려운 상황을 만날 때 아이는 자신을 알아주는 그 사람의 응원을 힘입어 일어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있으므로 매우 중요한 부분이 된다.
특히 사회적 속성을 지닌 언어는 상호 작용에 의해서만 학습되기 때문에 부모와의 대화가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은 직접적이며 매우 큰 부분이 된다.
에릭 에릭슨이나 피아제의 아이의 발달단계에서 과제로 대두되는 것이 자율성, 자기주도성, 자립심, 자신감, 자존감인 것을 보면, 부모가 아이의 시도하는 일을 바라보며 기다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한 예로 아이들의 놀이나 숙제를 일일이 지시하거나 대신해주면 자립심을 키울 기회를 잃게 하는 것이 되고 만다.
이 밖에 아이들의 독립적인 지능인 신체 운동, 논리 수학, 언어, 대인 관계, 자기 성찰, 음악, 공간지각, 자연 친화의 각 영역의 발달을 눈여겨보아야 하는데, ‘다중 지능’이라 불리는 각 분야를 놓고 아이를 돌보다보면 두드러지는 부분이 있어 적성을 알 수 있고 부족한 면을 도와줄 수도 있게 된다.

기르는 일에서 힘 빼기
아이를 기르는 일은 어느 시점에서 엄마 자신을 내려놓는 것으로 이어진다.
아이가 어렸을 때에는 엄마가 하나부터 열까지 돌봐주다가 어느 순간 차츰 뒤로 빠지며 자녀를 품에서 내보내야 하는 데까지 이르게 된다. 아이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엄마의 적절한 힘 빼기는 발달 단계별로 이뤄져야 한다.
임신 출산의 수고와 돌봄의 헌신과 함께, 아이로 인해 느꼈던 기쁨과 보람의 감정들을 감사한 마음으로 정리하며, 변해가는 엄마 역할에 새로운 아이덴티티를 만들어가는 것이 아이를 ‘기르는 일’의 정점이 될 것이다.

엄마 자신 알아가기
살아가며 누구나 불안을 갖지만 젊은 엄마는 아이에게 안정감을 주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이런 저런 걱정이 더 많다. 엄마들의 이런 질문에 대해 소아정신과 전문의 오은영 원장은 “적절한 불안은 자신과 가족을 보호하는 역할이 된다며 ‘어떤 때’ 더 불안한지, ‘무엇이’ 불안한지를 파악해 보라”고 한다. 세상의 수많은 정보들을 선별해 내 것으로 아름답게 만들 사람은 바로 자신이므로 엄마는 이런저런 말들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자신의 불안을 잘 처리하지 못하면 화를 내게 되는데 그 대상은 아이가 되기 쉽다. 그러므로 엄마 자신의 모습을 직시하며 감정을 읽으며 삶의 큰 그림 안으로 한걸음씩 걸어가야 한다.

엄마 자신을 찾아가는 길
엄마 자신의 모습을 탐구하는 것은 자신과 주변의 하모니를 위해 평생 해야 하는 일이다. 그 가운데서도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며 엄마가 중년기에 접어들면 ‘사는 방식을 어떻게 변화시켜야 할지’ 제대로 점검해보는 것이 매우 유익하다. 그간의 삶을 점검하며 자신에게 어떤 특성이 있는지, 어떤 강점과 약점이 있는지를 파악하면 미처 알지 못한 새로운 자신을 발견해 중년 이후 예상치 못한 즐거움을 맞이할 수도 있다.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는 연습, 자신을 제삼자가 되어 관찰하는 행위를 아리스토텔레스는 최고의 삶이라 했다. 그렇게 하면 ‘오만함’이 없어지고 좀 더 유연하게 살게 되기 때문이란다.
엄마 자신이 이렇게 자신을 응시하게 되면 아이의 성장과 함께 새로운 세상에 도전하는 모습으로 길러지게 된다.
이 밖에 엄마가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십대의 자녀와 너무 친구같이 지내려 하는 것인데, 이런 경우 아이들은 가치 기준이 흔들려 또래와 문화를 원칙으로 삼게 된다는 것이다. 그것은 도덕성이나 신앙의 우위를 인정하지 않게 이어질 수 있으므로 부모는 삶의 길을 제시할 수 있는 권위를 지녀야 한다고 제임스 답슨 교수는 말한다. 아이와의 우정은 사춘기를 지난 다음에 이루어가라고.
부모의 자신감은 바람직한 훈육과 지도력에서 오는데 그 힘은 사랑과 관심, 헌신을 통해 이뤄지게 된다.

부모의 완벽하려는 강박증이
아이의 실수를 큰 결점으로 보게 한다.
가족은 영원히 내 편이 되어줄
언덕이 되길 원하기에
가족 안 완벽주의는
구성원을 외로운 존재로 만들 수 있다.
아이의 약한 면을 보며 나를 보고
내 지난날을 돌아보며 아이를 이해한다.
싫어서 도망칠 때 그 다음을 생각지 않던 모습,
불합리한 관심이나 간섭은
참을 수 없는 이물이어서
쳐다보지도 않으려 했던 모습.
- 나의 노트에서


전영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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