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기르다, 알아가다 / 언어를 넘어 비언어를 읽다

“정확하게 사랑받지 못하는 사람은 고통을 느낀다.”
문학평론가 신형철이 쓴 <정확한 사랑의 실험>의 발문이다. 사랑이란 상대방에 대한 정확한 앎을 바탕으로 이루어진다는 말. 언어와 몸짓같은 비언어까지 공유하는 인간 사이에도 정확한 사랑은 서로를 알아가는 긴 시간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 상대가 자기표현에 서툰 어리고 약한 존재라면 더더욱. 사랑의 대상을 다른 피조물로까지 확장한다면, 표현의 약자일 수밖에 없는 존재의 바닥에는 ‘동물’이 있을 것이다.

반려인구 천만 시대에 반려동물 돌보기
동물을 정확히 사랑한다는 것에는, 동물 또한 감정이 있고 고통을 느끼므로 동물실험과 공장식 사육을 반대해야 한다는 거시적 차원부터 지금 내 곁에 있는 반려동물을 어떻게 대할지 고민하는 미시적 차원까지 다양한 방식이 있을 것이다. 일단은 반려동물을 어떻게 길러야 그들과 진심으로 동행할 수 있는지 배워보는 것부터 시작해도 좋겠다.
수의학자 이원영은 반려동물을 대할 때 인간의 입장을 강요하지 않고, 그들의 존재 자체를 존중하며 정성을 다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들이 맘 편히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요건들이 무엇인지 잘 알고 제공해줘야 한다”는 것. 그러면서 반려동물을 키울 때 명심해야 할 리스트를 알려준다.
일정한 시간에 일정한 방식으로 먹이 주기, 제때 백신·구충·중성화·정기검진하기 등과 같은 기본부터 개와 볕 좋은 날 흙 밟으며 평지 산책, 고양이가 조용히 햇볕 쬐기 좋게 창 앞에 포근한 깔개 깔아주기, 볼 만져주기·싫어하지 않는다면 많이 쓰다듬어주기 같은 애정표현까지 리스트는 구체적이다.
사료를 이유 없이 자주 바꾸기, 고양이에게 낯선 고양이와 곧바로 대면시키기, 개 산책 시 질질 끌고 다니거나 개가 옆이나 뒤에서 따라오도록 통제하기, 양파·마늘·자일리톨·닭뼈·견과류 주기 등은 해서는 안 될 일들이다.
특히 유기동물을 반려동물로 데려온 경우에는 더 세심한 돌봄이 필요한데 반려견 행동 전문가 강형욱은 그런 경우 ‘보듬 5.10.7 법칙’을 제안한다. 5초씩 하루 10번, 7일을 연습하면 유기견에게 있는 분리불안 증상에 서서히 변화가 온다는 것. 먼저 반려견과 순간적으로 떨어지는 시간을 5초 정도로 한다. 그리고 방을 옮겨 다니면서 떨어짐과 만남을 반복한다. 이런 행동을 10번 계속 한다. 유기를 경험한 개에게 주인이 잠깐 눈에 보이지 않아도 반드시 네게 돌아온다는 믿음을 주는 연습이다.

반려동물이 행복하도록 함께 놀아주기
반려동물의 기본필요를 제공해주는 것을 넘어 그들이 자신의 신체 일부를 심하게 물어뜯거나 몸을 자주 터는 등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신호를 보낼 때, 그 마음을 알아주고 함께 놀아주는 것도 중요한 사랑의 방법. 이 때도 동물이 좋아하는 놀이를 정확히 아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반려동물이 놀아달라고 졸라댈 때 주인들이 할 줄 아는 놀이는 대체로 고작 한두 가지에 불과한 게 현실이다. 이 때 동물행동학 전문가 클레어 애로스미스가 제안하는 반려견 두뇌 활성 놀이는 도움이 된다.
집에서는 코로 냄새를 맡아 장난감을 찾도록 자극과 오락을 제공하는 ‘찾아와 놀이’, 주인의 다리 사이를 8자 모양으로 도는 ‘다리 사이 돌기’ 등을 좁은 공간에서는 목표물을 터치하도록 가르치는 ‘타게팅 임무’, 여닫이문 안쪽에 표식을 두어 반려견이 정확히 표식을 터치하는 ‘여닫이문 닫기’ 놀이 등을 할 수 있다. 실외지에서는 장난감 같은 작은 물건 나르기, 산책 시 슬쩍 숨었다가 다시 나타나는 반복 훈련으로 숨바꼭질하기 등을 실행해볼 수 있다. 이런 놀이들은 반려견의 스트레스를 해소시키고 긍정적 정서 상태 유지하도록 도움을 준다.

철학자 피터 싱어는 <동물 해방>이라는 고전에서 인간이 동물보다 지능이 높고 좀 더 복잡한 도구를 이용하는 우월한 존재로서 열등한 존재인 동물을 함부로 대하는 ‘인간 중심주의’를 지적했다.
인간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동물을 수단화하는 것 또한 철저히 인간만을 중심에 둔 이기심일지도 모르겠다. 이제는 그 이기심을 넘어, 하나의 생명체로서 동물을 알아가고 그 감정에 공감하며 ‘정확한 사랑의 실험’을 실천해보면 어떨까.

박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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