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용 넘어 ‘새활용’으로!

일산백석교회가 운영하는 초록가게는 올해 4월, 새로운 운동을 시작했다. 기존에 재활용가게로만 활용되던 공간을 리모델링해 공방으로도 활용할 수 있도록 개조한 것이다. 재활용운동을 넘어 ‘새활용운동’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기존의 재활용(Recycling)운동이 단순히 물건을 다시 활용하는 평면적 운동이라면, 새활용(Upcycling)운동은 쓰던 물건을 활용해 새로운 물건을 만들고 거기에 디자인을 더해 예술성까지 표현하는 운동이다.
신석현 목사는 “환경선교의 입체적 운동으로 접어든 게 새활용 운동입니다. 새활용은 재활용의 한계를 넘는 창조적 활동입니다”라고 말한다.

업싸이클링 카페
이렇게 창조적 활동이 일어나는 새활용 공방의 이름은 ‘업싸이클링 카페’. 사람들이 만나 창조적 활동뿐 아니라 소통과 관계가 일어나는 장소라는 의미도 있다. “더 나아가 초록가게가 재정적 한계를 극복해내려는 몸부림이기도 해요. 새활용에 참여하는 분들도 창조적 상품을 만들어 온·오프라인으로 판매해 생활수입에 작지만 보탬이 됐으면 하고요.”
새활용 공방에서 처음 시작한 수업은 ‘생활형 공방’ 입문반이었다. 청바지를 이용해 가방과 파우치를 만들고 비닐끈을 이용해 가방을 만드는가 하면 재활용천을 이용해 퀼트를 하고 브로치와 바늘꽂이도 만들었다. 자연물을 이용해 리스도 만들었다. 이렇게 8주간 입문반 과정을 마친 회원들은 자발적으로 재봉틀 특별반을 시작했다. 재봉틀을 이용해 홈패션을 만드는 반으로 6주간 계획한 일이 9주간으로 연장할 정도로 참여자들의 열정이 뜨거웠다. 여기서는 재봉틀 작동법을 배워 청바지를 이용한 냄비잡이와 파우치 만들기, 앞치마 만들기, 배기 바지 등을 만들었다. 특별반으로 중간 중간 교회 텃밭에서 키운 바질로 잼도 만들고 천연제품 만들기 수업도 열렸다.
“참여한 분들의 반응이 무척 좋아요. 비닐로 가방을 만들 때 어떤 한 분은 ‘그저 버리려고만 했던 비닐도 막상 찾아보니 부족하더라. 쓸 데 없는 비닐도 귀중하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또 직장과 가정만 왔다 갔다 하던 분은 동네에서 공방을 다니며 생활에 활력을 얻었다고 고백하시기도 했고요. 무언가를 창조하며 가족들에게도 새로운 분위기를 제공해주는 것도 즐거움이고, 필요한 물건을 직접 만들어 쓴다는 것에 대한 자부심도 느끼시고요.”

맘몬시대 이겨낼 힘 갖춘다
9월부터는 새활용 공방 고급반과 입문반 2기가 열린다. 더 나아가 앞으로는 목공 리폼 수업도 열릴 예정이다. 기존에 집에서 쓰던 가구들을 리폼해서 쓸 수 있는 과정이다. 신 목사는 이렇게 물건을 새롭게 되살리는 새활용 운동 안에는 맘몬시대를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숨어있다고 말한다.
“사실 이 시대가 돈이면 뭐든 다 되는 시대잖아요. 그래서 사람들은 돈 버는 데 모든 것을 집중하지요. 그렇지만 새활용 활동을 통해 시대를 역행해 물질만능시대를 거슬러 올라갈 수 있어요. 돈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배우고 단순히 소비를 통해 얻는 재미를 넘어 다른 차원의 기쁨을 느낄 수 있으니까요. 이런 자기만의 독특한 창조 행위는 황금만능시대를 극복할 수 있는 자기만의 저력과 에너지를 발견하도록 해줍니다.”
신 목사는 이런 담론 식의 의미 부여가 너무 거창한 것 같기도 하다며 멋쩍은 웃음을 지어보였지만, 인간이 단순한 소비자로 전락한지 오래인 시대에 새활용 활동이 끌어낸 기쁨과 자부심은 우리가 잃어버린 인간성의 중요한 한 지점을 밝혀주는 것임에는 틀림없다.

박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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