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보이는 많은 것들로 분주하게 살다가, 잠시 눈을 감고 내가 있는 곳의 좌표를 생각해 봐요. 나는 어디에서 왔을까? 어디를 향해 가고 있나? 내가 지금 서 있는 곳은 어디쯤일까? 내 자리에 맞게 서 있나? 너무 많은 걸 쥐고 있지는 않나? 하는 생각들을 말이지요. 그렇다고 뭐 그리 사는데 큰 변화가 있진 않지만, 정리가 좀 되는 느낌이 들어요. 주변을 서성이느라 갈 길을 가지 못하고 뱅글뱅글 돌고 있는 날 발견하지요.

산 중턱에라도 올라 아래를 내려다보면 내가 종일 바쁘게 왔다 갔다 하는 곳이 겨우 조만큼인가 싶어요. 고 조그만 틀 안에서 큰일인 양 아웅다웅 붙들고 힘쓰는 일들이 너무 많거든요. 그래서 가끔 눈을 감아요. 그러면 일상의 수많은 것들은 사라지고 보이지 않던 무언가가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해요. 그 가운데 계신 예수님이지요.

작은 퍼즐 조각 안에서 벗어나지 못해 뱅글뱅글 돌던 내 좁은 시야가 예수님을 바라보면 비로소 큰 그림이 보이기 시작하며 넓어져요. 그 땐 너무 힘들고 괴로웠던, 그래서 내 인생에서 없어졌으면 했던 조각이 ‘아~! 이렇게 맞춰지는 거였구나’ 싶어요. 퍼즐 하나만 보면 이게 뭔가 싶게 못 생기고 이상해 보여도, 전체 그림은 완벽하고 아름답거든요. 퍼즐 하나에 들어가고 나온 굴곡이 있듯 때론 실패라 여겨지고, 넘어진 것이라 아파했는데, 좋은 곳을 준비하신 예수님께서 다른 길로 향하는 나로 하여금 방향을 바꾸게 하시고, 내 욕심 때문에 억지로 쥐고 있던 것들을 내려놓게 하셔서 더 좋은 것으로 만족하게 하시네요.

테이크아웃 커피를 들고 바쁘고 급한 일들을 처리하느라 곁에 있는 가장 소중한 내 친구를 지나칠 뻔 했어요. 그 친구가 날 붙들고 청하네요.
“종혜야, 앉아서 차 한 잔 마시자. 그리고 종일 밀린 수다 좀 떨자.”
이 가을, 좋은 친구 예수님과 차 한 잔 하세요. 예수 믿으세요.

수필가이자 온곡초등학교 교사. 예수님과 함께하는 삶 속 따뜻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저서로는 <자녀는 엄마의 축복으로 자란다>가 있다. 서울광염교회 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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