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은 ‘나눔과 행복’입니다”

문평선 여사가 빚은 떡을 맛본 이들은 ‘명품’이란 이름을 붙이곤 한다. 확실히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내음이 다르고 느낌이 다르고 맛이 다르다. 품격이 있다. 내밀한 무엇이 느껴진다. 그 느낌은 과연 어디서 오는 걸까?
문 여사는 ‘수칙(守則)’을 지키는 것이라고 간단히 말한다. 그가 강조하는 그 수칙을 따라가 본다. ‘공들임’이었다.

공들임 * 수칙 지키기
문 여사의 떡의 맛과 품격은, 그야말로 품격 있는 수칙에서 온 것이다. 그 수칙은 세태의 흐름을 거꾸로 가는데 공을 들이는 것이었다. 다른 말로 하면, 공정을 제대로 지키는 것.
이 공정을 제대로 거치려면 대춧물을 달이는 데 14시간, 쌀 수침에 하절기는 8시간, 동절기는 12시간을 지킨다. 대추편 고물을 만드는 데 드는 시간까지 계산하면 답이 나오지 않는다. 게다가 ‘최상의 재료’를 고수한다. 쌀은 신안 증도에서 최상품을 가져오고, 잣만큼은 가평잣을, 간장은 어느 동네 무슨 간장, 소금은 간수를 얼마나 내린 어느 소금을 고집한다.
수칙을 지키니, 보는 이에 따라서는 공정이 길고 번거롭게 여겨질 수 있다. 그리고 최상의 재료를 사용하려니 원가 개념을 버린다. 경제성이니 마진률이니 하는 단어는 여기 게재되지 않는다. 임금님 수랏상도 아니고, 쌀을 가루 내어 쪄서 만드는 떡의 재료가 ‘최상의 것’이어야 한다니…. 일반적으로는 벌레 나거나 묵은 쌀이 있으면 버리기 아까워서 떡을 해먹는다지 않는가. 보통 사람들의 상식이나 습관과는 사뭇 다르다.
그러나 문 여사의 이런 ‘수칙’ 지킴이 명품 떡 맛을 가져다준다. 그에게 떡이란 “나눔이고 행복”이다. 떡을 빚고 나누면 그 길을 따라 언제나 행복 공작소가 생기는 것 같다. 그래서 결코 쉽지 않은 떡 빚는 고된 작업도 기쁨이고 감사가 된다.

공들임 * 간 보기
‘대추편’, ‘두텁편’, ‘흑임자 구름’.
이건, 문 여사의 창의적 떡 빚기에서 이름 지어진, 자연향이 그대로 살아있는 그의 떡 이름들이다. 모두들 소금으로 간을 맞추지만 그는 깊은 맛의 간장으로 간을 본다. 떡 맛은 ‘간 보기’에 달렸단다.
쌀 한말에 간장 얼마, 잣 얼마, 호두 얼마, 다른 견과류 얼마 이런 식으로 정량을 정해놓았다. 이미 익숙해진 그의 손맛과 눈매는 저울의 측량과 한 치도 다르지 않다. ‘명품’은 떡 빚는 이의 기분에 따라 맛이 달라지지 않는 법. 언제나 변함없는 맛과 향을 유지하는 ‘공들임’이 모든 과정에 배어있다.

그 떡, 사랑받는 이유가 있네
문 여사는 어릴 때부터 음식 만들기를 좋아했다. 궁중음식연구원에서 발행된 책을 보고 떡 만들기를 연습했고, 언젠가 그 책의 저자 황혜성 선생(궁중음식 전수자)께 자신이 만든 떡을 시식시키러 찾아들어 갔다가, 뜻밖에도 ‘환상적인 간맞춤’이란 높은 평가를 받았단다. 따를 수 없는 그 절묘한 간맞춤이 떡에 품격을 입혀준다. 그때 극찬을 받고 자신감을 얻었다. 방앗간 떡집에서 배운 떡이 아니다.
가족과 친지들을 위해 만든 떡이 소문이 나기 시작했고, 새사람교회(김중기 목사)가 창립예배를 드릴 때, 두텁떡 200인분을 만든 것이 떡 빚는 작업의 공식 시작이었다. 17년 전 일이다.
그는 떡을 진열해놓고 파는 법이 없다. 아니, 아예 떡 진열장이란 걸 가져본 적이 없다. 17년 동안 떡을 공들여 빚어왔지만, 진열해놓고 팔겠다는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다. 상품으로서의 떡을 생각하지도, 더더구나 그 비즈니스에 몰두할 생각도 없다.
소문 듣고 주문하면 그때부터 떡이 사용될 곳을 위한 기도를 마음에 담으며 떡쌀을 담근다. 서울근교는 따끈따끈할 때 직접 배달해 줘서, 포장을 열면 그 내용이 고객 기대를 절대 저버리지 않는다. 포장까지도 장식미술을 전공한 문 여사의 눈높이에 따라 품위가 있다.
지금 문 여사에게는 한 가지 고민이 있다. ‘떡 빚기’를 전수받아야 할 젊은이들이 문 여사의 모든 것을 전수받을 마음을 갖지 않는다는 것이다. 수칙을 지키고, 나눔과 행복의 도구라는 떡의 철학까지 담을 젊은이의 가슴을 기다린다.
방배예당병과 ☎ 02)593-5992

박에스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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