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지 못하는 아이들 위해 ‘음악 통한 꿈’ 심어

부르신 그 자리로 이끈 대화
송경호 목사(46세)는 경북 경주시 동천동에서 ‘좋은씨앗교회’를 담임하고 ‘푸르른지역아동센터’를 운영해왔다. 그의 모든 관심은 부모의 자리를 대신 채워주어야 할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에게 집중해 있다.
신학교를 다니면서 시작한 그의 목회생활은 별 차이 없이 평범했다. 그가 맡은 교회학교 부서에는 많은 아이들이 모였다. 아이들 모으는 ‘비법’을 다른 목회자에게 강의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어느 날 그 걸음을 멈추고 말았다.
“목사가 되고 가난한 이들의 이웃으로 평생을 살아가겠다고 다짐한 마음들은 ‘현실적 성공 이데올로기’에 함몰되어 갔다. … 그러던 2005년 어느 날, 한 아이와의 대화가 나를 다시 ‘처음 부르신 그 자리’로 이끌어냈다.”
한 아이는 주일마다 교회에서 만난 아이였다. 저녁을 먹을 시간이 되었는데 아이는 교회당을 떠나지 않은 채 홀로 맴돌고 있었다.
“빨리 집에 가거라. 너무 늦었잖아! 엄마 아빠 걱정한다.”
“아닌데요.” “뭐가? 뭐가 아니라고?”
“엄마 아빠 걱정 안 한다고요. 엄마 아빠 없어요!”
“얌마아! 와 말 안 했노?”
“목사님이 한 번도 안 물어 보셨잖아요. 이씨!”
그렇게 말하고는 울면서 내빼던 아이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순간 그는 멍해져버렸다. ‘내가 뭐하고 있었나?’ 스스로 물었으며, 정작 중요한 것을 놓쳐버리고도 아무 자책 없이 달려온 지난 시간들이 후회스러웠다. 사람의 마음과 삶의 자리, 중요한 것이란 바로 그 점이었는데, 열심히 목회한답시고 달려와 돌아보니 그 방향이 어긋나도 한참 어긋나 있었다.
그 일을 계기로 방황과 고민의 시간을 지난 뒤 지금의 자리에 정착했다. 목회의 길에 들어설 때 품었던 처음의 마음 곧 ‘낮은 자의 친구’로 살아가겠다던 그 다짐을 공들여 다지고 다져 비로소 제 길에 선 것이다.

중창단 ‘드림아이’
그때나 지금이나 그의 관심은 ‘아빠’의 시간을 살아주길 기대하는 아이들이다. 태어나보니 펼쳐진 세상이 하도 팍팍해서 어느새 꿈을 잃어버린 아이들, 마치 만성무기력증 환자처럼 되어버린 아이들에게 다시 꿈을 꾸게 해주고, 뿐만 아니라 그 꿈을 이뤄가도록 튼튼한 뒷배가 되어주려는 소망이다.
지금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크고 작은 성과를 얻은 중창단 ‘드림아이’의 시작도 여기서부터였다. 아이들에게 좋은 꿈을 꾸고, 그 꿈을 움켜쥐고 가기 위해선 인문학적 사고를 길러주어야 했고, ‘음악’만큼 좋은 수단이 없다는 생각에서 2014년 중창단을 만들었다. ‘드림아이’ 중창단은 경주시와 경북청소년페스티벌에서 대상을 차지했고, SBS TV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과 tvN ‘노래의 탄생’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유명세를 탔다. 그리고 자작곡들로 만든 앨범 <마음을 담은 노래>(사진·위)를 발매하며 세간의 주목을 끌기에 이르렀다.

꿈다리를 만들고, 건너기를 응원하고
중창단과 함께해 온 3년 남짓 되는 시간은 아이들에게, 또 송 목사 개인에게 엄청난 변화를 몰고 왔다. 아이들은 막연한 꿈을 꾸었고, 그 꿈을 이루고자 노력하는 아빠 같은 목사님을 보았으며, 막연하던 꿈이 현실이 되는 맛을 보았고, 비로소 꿈을 꾸기 시작했다. 그렇게 어린 꿈이 어른 꿈이 되어가는 과정은 간절함과 정성이 한 땀 한 땀 수놓아 가는 시간들이었다. 함께 모든 공을 들이고 거기에 하늘의 감동까지 더해진 결과였다. 그걸 누구보다 아이들이 감지했다.
“아이들에게 ‘네 꿈이 뭐냐?’고 묻는 사람이 꼰대입니다. 그런데 교회가 그렇게 해요. 진짜 어른이라면 꿈을 가지라고 말할 뿐 아니라 꿈을 이루기 위한 다리를 만들어주어야 합니다. 저는 아이들에게 ‘나는 다리를 만들어주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건 다리를 건너는 건 바로 너희들이라는 사실이다’라고 말해요. 제가 아이들 앞을 가로막고 있는 산을 없앨 수는 없어요. 그러나 능선을 오르는 연습을 시켜서 마침내 산을 오르는 용기를 갖게 해줄 수는 있어요. 그래서인지 ‘꿈을 어떻게 이루지?’라고 물으면 ‘목사님이 하라는 대로 하면 돼요’라고 대답해요.”
중창단이 제법 유명해진 후 사람들은 아이들에게 “너희들은 참 복 받은 아이들이다”라고 말한다. 그러면 송 목사는 “아이들이 복을 받은 게 아니라 내가 이 아이들을 만나서 복을 받은 것이다”라고 정정해준다. 아무리 생각해도 아이들보다 더 바뀐 건 송 목사 자신인 것 같아서이다.
“아이들 때문에 비굴해질 줄도 알고, 아이들 때문에 머리를 길렀다가 자르기도 해요. 아이들이 나를 바꿔요. 아니 아이들 때문에 나는 얼마든지 나를 바꿀 수 있어요. 그러니 아이들이 예수님이지요.”

박명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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