깐깐하게 고른 먹거리로 차린 ‘살림의 밥상’

길을 걷고 있는 순례자에게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묻는 질문이 세 가지라고 한다.
“왜 이렇게 걸으시나요?”
“어디로 가시나요?”
“혼자 가시나요?”
어쩌면 인생에 있어 제일 중요한 질문일지 모른다. 그리고 그 질문에 제대로 답을 하며 산다는 것은 녹녹치 않을 것이다. 왜 그런 삶의 방식을 선택했고, 목표는 어디이며, 그리고 누구와 함께 가는지에 대한 답을 하며 살려면 ‘대충’ 살아서는 어렵기 때문이다.

왜? 공들이게 되었나
서울 인사동에 위치한 친환경 레스토랑 ‘꽃, 밥에 피다’를 만들고 운영하는 사람들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나름 공들여 갖고 있고, 살고 있다.
무농약 우리밀 및 친환경 농산물 환경급식전문기업 농업회사법인 (주)네니아가 운영하는 식당으로 유기농 쌀, 고춧가루, non-GMO 기름, 친환경 야채와 과일, 무항생제육류 재료로 밥상을 차린다.
재료 하나당 들어가는 비용은 3, 4배가 훌쩍 넘는데, 주변 식당과 가격 균형을 맞추고 있다. 그러니 따지고 보면 좋은 음식을 대접하는 식당이기는 해도, 이윤을 많이 낼 수 있는 구조는 아닌 것. 그럼에도 이들이 건강한 먹거리로 맛있는 음식을 해서 선보이겠다는 이유는 분명하다.
“저희는 가능한 모든 유해한 화학적 합성첨가물을 넣지 않으려고 해요. 100% 무농약 우리밀을 사용하는데 생산이 불가능한 원료를 제외하고는 국내산으로 대체 가능한 모든 원료를 우리 농산물을 사용합니다. 또한 친환경농산물과 무항생제 축산물을 사용합니다. 그 길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자본의 질서 속에서 이 원칙을 고수하려면 출발선이 다른 경주, 체급이 다른 링 위의 게임을 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안 좋은 것을 알면서 어떻게 좋은 것처럼 내놓을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수입농산물 하나만 보더라도 현지의 식품안전 감시체계 및 정보가 미흡한 상태에서 쏟아져 들어오고 있지요. 필리핀 처리장에서는 비누와 헝겊으로 바나나를 씻은 후, 비닐로 덮어 그 안에 살균제인 베노밀을 분무합니다. 이 공정 때문에 작업인 가운데 30%가 뇌졸중, 심장병 등으로 사망하거나 자녀에게 소아암이 많이 발생된다고 합니다. ‘어디에서 어떻게 생산되었는지’ 알 수 없는 식재료를 선택하기 보다는 우리 땅에서 자란 친환경농산물을 선택해야 하는 것이지요.”
송정은 전문이사(사진·맨왼쪽)가 본격적으로 먹거리 운동에 뛰어든 개인적 이유가 있다. 딸이 아토피로 고생했던 것. 어떤 방법도 없다는 것을 확인한 후 먹거리를 바꾸면 어떨까 생각했다.
“냉장고 속 재료를 다 바꾸고, 초등학교 6년 내내 급식을 안 먹이고 도시락을 싸서 보냈어요. 먹거리 바꾸고 딱 1년 지나니 아토피가 사라지더군요. 게다가 아이가 정서적으로나 신체적으로 너무나 안정되더군요. 먹거리와 상관이 있다는 것을 체험하게 되었습니다.”
내 자녀뿐 아니라 다른 자녀들도 바른 먹거리를 먹을 수 있게 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어디로 가고 있는지
‘꽃, 밥에 피다’는 그런 점에서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분명히 보여주는 공간이다. 친환경 먹거리는 맛이 없고, 그렇게 공을 들여 음식을 만드는 것은 비싸고 귀찮다는 생각을 뛰어넘어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공간.
그래서 밥디자이너 유바카 씨와 손을 잡고 퓨전 한식을 멋있게 디자인하였다. 시그니처 메뉴인 보자기 비빔밥은 비빔밥을 오므라이스처럼 계란으로 입혀 나오는데 꽃으로 마무리를 하여 먹기가 아까울 정도다.
“조미료 넣지 않아도 맛있구나, 즐겁구나 하는 신문화를 만들고 싶었어요. 자연스럽게 좋은 것을 선택하도록.”
봉하마을 무농약오리쌀, 장성 김태중 농부의 17년 자연재배 유기농 현미, 김제 황호문 농부의 유기농토종검은깨, 지리산 자락에서 짚으로 띄운 우리콩 메주로 담근 솔뫼약초간장….
“좋은 먹거리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연락하고 가공과정에 있어 몸에 해로운 것은 그 어떤 것도 용서를 안 합니다.”

누구와 함께?
“먹는 것이 바뀌어야 합니다. 먹는 것이 아이들 몸을 이루고 정서와 사회성, 관계성까지 영향을 미칩니다. 몸에 결핍이 일어나면 사람은 그것을 채우기 위해 문제 행동을 일으킵니다. 집중하지 못하고, 공격적인 요즘 세대의 특성은 결코 먹거리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교육의 기본은 먹거리입니다.”
그러나 친환경 식품이 전체 유통 판매되는 비율은 10%도 안 된다. 그러니 가족 구성원 중 한 명이 다른 생각을 갖고 밥상을 변화 시키려고 해도 얼마나 힘들겠는가.
“국민 먹거리 운동으로 가야 합니다. 중요성을 아는 사람들이 계속 늘어나야 하고 까다롭게 공들여 사는 사람이 계속 이야기해야 합니다. 생활이잖아요. 모두가 함께 가야 합니다. 먹거리가 땅이, 농업이, 그리고 국민 건강이 모두 바뀔 수 있도록 말입니다.”

안국역 6번 출구에서 인사동 입구 쪽 골목 안에 위치하고 있으며, 3~6시 브레이크 타임 외에는 점심과 저녁식사가 가능하다.
주일 휴무. 종로구 인사동 16길 3-6 02)732-0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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