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여자대학교 전혜정 총장

56년 역사의 기독교 사학 서울여자대학교는 고황경 박사의 특별한 교육관과 공동체 생활교육 커리큘럼을 기반으로 여성 교육의 새 지평을 열어 온 대학이다. 지금까지도 개교 당시의 전통을 잘 이어오고 있는 서울여대의 특별한 교육문화를 전혜정 총장으로부터 들어본다. 전 총장은 서울여대 동문으로, 4년 전 제7대 총장으로 취임하였으며, 올 봄 다시 연임하여 두 번째 임기를 수행하고 있다.

- 서울여대는 특별한 교육프로그램과 좋은 전통을 가진 학교로 유명하지요. 서울여대의 이런 특별한 교육내용과 기독교대학으로서의 정체성을 통해 배출하고자 하는 여성상은 어떤 것일까요?
“우리 학교는 1961년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지(智)․덕(德)․술(術)을 겸비한 바른 여성 지도자 양성을 목표로 설립되었어요. 그 후 반세기 넘는 세월 동안 이른바 ‘바롬인성교육’이라는 매우 특화된 공동체 생활교육의 전통을 견지하면서 동시에 시대가 요구하는 전문지식과 인성을 겸비한 여성 인재를 배출해 왔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작지만 강한, 명문 여자대학으로서 서울여대가 목표로 삼는 여성 인재상은 창의적 전문성은 물론 영성과 인성을 겸비하여 공동체를 위해 봉사할 줄 아는 ‘플러스형’ 인재입니다.”

- 총장으로서 첫 임기를 마무리하고 이제 2기를 맞으셨는데 그 동안 서울여대의 변화와 그 의미를 설명해 주십시오.
“우리나라 대학교육의 환경은 급변해왔으며, 지금도 그 변화는 놀라울 정도입니다. 그동안에 경험해 온 방식과 내용으로는 대학의 생존이 어려운, 그야말로 무한경쟁의 상황이지요. 서울여대는 이러한 시대의 특징에 부응하여 변화를 주도하고 양질의 교육환경을 구축하는 데 매진하고 있습니다. 지난 4년을 돌아보면 매우 바쁘게 움직였고, 무엇보다 구성원들과 함께 행복하게 보낸 기간이었습니다. 모든 구성원들이 신뢰하고 화합하여 가장 경쟁력 있는 대학으로 우뚝 설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서울여대는 여자대학으로서는 유일하게 ‘학부교육선도대학육성사업’에 2회 연속 선정되어 2010년부터 2017년까지 180억 원을 지원받았다. 또 대학특성화사업 분야에서도 모두 6개의 사업단이 선정되어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약 100억 원의 정부재정을 지원받았다. 이 규모는 수도권 소재 대학들 중 가장 많은 사업단을 배출한 셈이다.

또 2015년에는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최우수 A등급을 받은 34개 대학들 중 여자대학은 2곳뿐이었다. 2014년에는 정보보호특성화대학에 선정되었으며, 2016년에는 소프트웨어중심대학 지원사업에 선정되어 최장 2021년까지 110억 원을 지원받게 되고, 여성공학인재양성지원사업(WE-UP)에도 선정되었다. 이로써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사회 맞춤형 여성 공학 인재를 양성하는 데 선도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고교교육 정상화 지원사업’은 2014년부터 4년 연속 선정되었으며, 2014년 대학 최초로 대한민국 인성교육대상을 받았고, 올 들어 장병인성교육 위탁운영 기관으로 선정되어 군인들을 대상으로 한 인성교육도 실시하게 된다.

- 정부가 선정하는 정부재정지원사업에서 좋은 결과를 거둔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갖습니까?
“아마 서울여대가 학생들을 잘 선발하여 탄탄한 학부교육 및 특화된 교육을 통해 인재를 잘 키워낸다는 반증이 아닐까요? 우리 학교 입장에서는 글로벌 교육중심대학을 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꽤 의미 있는 결과입니다. 즉, 서울여대가 ‘잘 가르치는 대학’인 동시에 기본을 중시하여 튼튼한 기초를 가진 대학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특히 1961년 개교 이래 한 번도 쉬지 않고 지속해 온 ‘바롬인성교육’의 토대 위에 특성화된 교육을 실천함으로써 그간의 노력이 값진 결과로 돌아온 것으로도 볼 수 있지요.”

- 새로 시작한 임기동안 역점을 두고 진행하실 사업은 무엇인지요?
“현재 우리나라 대학들은 생존하고자 고강도 구조개혁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 대학 역시 예외일 수 없어서 최근에는 강도 높은 구조개혁을 통해 변화를 추진 중입니다. 무엇보다 넉넉하지 못한 재정상황에서 구성원들의 도움으로 정부재정지원사업에 다수가 선정되는가 하면 객관적 지표들도 많이 향상되었습니다.
이처럼 대학 발전을 위한 밑바탕이 어느 정도 구축되었으므로 이제부터는 내실을 다지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보다 견실한 틀을 구축하려고 합니다. 이를 토대로 4차 산업혁명 시대가 필요로 하는 융합적이고 복합적인 인재를 키우는 데 집중할 예정입니다. 서울여대가 산업체들과 쌍방향 교육시스템을 구축하여 산업체에서 원하는, 이른바 ‘실사구시’형 인재를 육성할 것입니다.
지난 3월에는 성공적인 산학협력모델을 구축해 온 미국과 캐나다의 대학들(Harvey Mudd College, University of California San Diego, San Diego State University, Ryerson University)을 방문해 그곳의 시설과 프로그램들을 살펴보고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이와 함께 글로벌 사회에 필요한 인성과 역량을 강화함으로써 글로벌 공동체를 섬길 수 있는 미래지향적 인재 육성에 힘쓸 계획입니다.”

- 지금은 남녀 간의 전통적 역할 구분이 사라지고 개인의 다양성이 존중되는 시대입니다. 이런 변화는 결국 여성상의 변화를 가져오고 대학으로서는 이에 따른 여성 인재의 가치도 새롭게 자리매김해야 할 텐데요.
“21세기의 키워드는 ‘여성’이라고 믿습니다. 강력한 ‘소프트 파워(Soft Power, 물리적인 힘보다 보이지 않는 가치를 중심으로 드러나는 힘)’로 특징 지워지는 21세기의 ‘여성’은 더 이상 보조자가 아니라, 사회와 전 인류를 위해 움직이는 핵심주체로서 막강한 힘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고학력 여성 인재들이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강력한 힘으로 인식되면서 여성교육의 중요성이 더욱 크게 부각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최근 사회가 개방화되고 양성평등이 보편화되면서 여학생들은 여자대학보다 남녀공학에서 교육받기를 선호합니다. 또 출산률 저하로 학령인구가 감소함에 따라 여자대학의 생존이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여자대학이 전문적이고 집중적인 교육을 통해 여성의 지위 향상과 사회 진출에 크게 기여해왔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앞에 펼쳐진 이 새로운 변화는 여자대학의 냉철한 자기반성과 개혁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 위기를 새로운 기회의 발판으로 삼아 여성교육의 핵심주체로서 여자대학의 정체성을 보다 확고히 다지고 미래지향적인 사고를 통해 새로운 도약의 기틀을 확립해야 합니다. 이런 취지로 2015년부터 7개 여자대학들이 함께 힘을 모아 여자대학의 상생을 고민하고 발전적인 미래를 만들어가고자 한국여자대학총장협의회를 구성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 마지막으로 우리 시대가 요구하는 여성의 사회적 가치와 이를 위해 서울여대는 어떤 교육적 대안을 가지고 있는지 듣고 싶습니다.
“앞으로 여성의 삶은 타고난 여성으로서의 성(sexuality)의 역할과 사회화 과정(sociality)에서의 성의 역할을 모두 고려하여 이 양면의 능력을 함께 갖춘 여성의 삶을 요구받고 있습니다. 다변화된 사회에서는 남성과 여성을 구분하여 각각의 역할을 요구하고 있지만 지금까지의 남녀 역할을 넘어 양면(sexuality와 sociality의 두 가지 측면)을 겸비한 멀티플레이어로 역할할 수 있도록 정체성을 확장하고 강화하는 교육을 해가야 하지요. 이에 따라 서울여대도 우리 사회를 보다 건강하게 변화시키는 여성 전문인력을 육성하는 것을 시대적 사명으로 알고 꾸준히 정진할 것입니다.”

특히 기독교 사학으로서 서울여대는 올 6월부터 명지대 숭실대 등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채플과 기독교 과목에서의 교육 역량 강화 등을 위해 상호협력하기로 했다. 이처럼 기독교 대학들이 서로 연대하여 각 대학의 장점을 살리면서 섬김과 나눔의 정신으로 훈련된 리더를 양성할 경우 시너지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특히 여자대학으로 기독 여성인재 양성이라는 중요한 사명을 부여받은 서울여대의 역할에 한국 교회가 더욱 주목하고 있다.

박명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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