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들을 위한 감사

여러분이 20대라면 다음 질문에 10점 만점에 몇 점이나 주시겠습니까? 이의용 교수의 <스무 살 나의 비전>이란 책에 나온 질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당신은 오늘 밤 자기 전 하루 동안 고마웠던 일 5가지 정도는 금방 생각해 낼 수 있는가.”
“저는 학기 초 수업 과제로 이 질문을 받았을 때, 거의 0점에 가까웠습니다. 그러나 한 학기를 마무리하는 시점에 다시 체크를 했는데 10점 가까이 줄 수 있어서 뿌듯했습니다.”
필자가 ‘인생 설계와 진로’라는 교양과목의 종강 수업 때 한 학생으로부터 들은 소감입니다. 소감이 마음에 깊이 남은 이유는 가장 중요한 수업 목표 중 하나인 감사 습관이 학생의 삶에 자리 잡았기 때문입니다. 수업 때 내준 감사 관련 과제는 다음의 3가지입니다.

√ 타인에게 받은 좋은 것들 적기
√ 타인에게 제공한 좋은 것들 적기
√ 한 사람을 정해서 그에게 받은 좋은 것들 적기


감사를 일상에서 인식하고, 표현하는 것이 왜 20대에게 중요한 걸까요?
첫째, 감사는 자신이 무엇을 가졌는지 잘 알게 해줍니다.
인턴 면접 전날 한 학생이 코칭을 요청하였습니다. 많이 긴장되는데 어떻게 인터뷰에 임해야 합격할 수 있을지 물었습니다. 코치로서 저는 그에게 대학생활 동안 가장 좋은 경험이 무엇이었고, 그 과정에 도움을 준 사람들이 어떤 사람인지를 질문하였습니다. 대답하는 그의 표정이 점차 여유로워졌고, 밝아졌습니다. 어떻게 하면 면접관 마음에 드는 답변을 할까 하는 질문에서 내가 왜 그 조직에 필요한 사람인지 스스로 인식하는 모습에서 당당함이 느껴졌습니다. 한 주 후 그 학생이 인턴에 최종 합격했다는 좋은 소식을 전해왔습니다.

둘째, 감사는 친 사회성(Prosocial)을 높여줍니다.
4차 산업혁명이란 이름으로 직업의 변화가 급격히 일어나는 환경 속에 살아가는 20대에게 요구되는 중요한 역량이 있습니다. 바로 ‘협업능력’입니다. 함께하여 혁신적인 과정을 경험하지 않으면, 혼자서는 할 수 있는 일이 점차 제한됩니다. 그러나 오랜 시간 굳어진 ‘나 홀로 학습’으로 인해 자기 생각과 감정을 타인과 나누기가 쉽지만은 않습니다. 그래서 필자는 수업 때마다 각 조에서 한 사람을 선택해서, 그 사람에 대해서 느꼈던 좋은 점들을 조원들이 인정하는 ‘칭찬샤워’ 시간을 갖습니다. 그 시간에 학생들은 타인에게 관심을 두고 그에게서 느꼈던 좋은 점을 표현함으로 서로에게 좀 더 공헌하고자 하는 ‘공동의 힘’을 경험하게 됩니다.
도서관에서 20대에 꼭 해야 하는 것들에 관한 책을 찾아보면 족히 수십 권은 될 것입니다. 그러한 것들이 20대에게 피로감으로 느껴지지 않으려면 삶에서 쉽게 적용할 수 있고, 결과를 스스로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감사는 그런 의미에서 이미 검증된 강력한 도구입니다. 감사를 통해서 좁은 시각에서 벗어나 좀 더 넓게 자신과 타인을 바라볼 수 있는 대한민국의 20대가 되길 기대해봅니다.

한건수
G.LAB의대표로 감동서원 연구원이자 본지 객원기자로 감사의 가치를 꾸준히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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