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독서운동을 벌이고 있는 필자 기쁨지기는 많은 독서량뿐 아니라 진정성을 가지고 책을 권하는 삶을 살고 있어, 진정한 ‘북 소믈리에’라 할 수 있다. 그가 권하는 향기로운 책을 만나보자. <편집자 주>

교환의 공동체에서 선물의 공동체로
<페어 처치> 이도영 저/새물결플러스

한국교회 안에 새로운 물결이 일고 있다. 그동안 방어적 방식으로 존재했던 교회의 모습을 반성하고, 지역 사회와 유기적 관계 속에서 지역을 섬기는 교회로 탈바꿈하려는 도전적 시도들이 그것이다. 이 책은 경기도 화성에서 더불어숲 동산교회를 세워 그런 대안적 공동체를 실천해 가는 이도영 목사의 선교적 교회론이다.
‘페어’에는 공정, 공평이란 의미가 담겨 있는데, 성경의 가장 핵심인 하나님의 공평(미쉬파트)과 정의(쩨다크)를 실현하는 ‘페어 처치(Fair Church)’를 세워가는 것을 목표로 ‘더불어숲’이란 교회이름을 지었다. 개척과 함께 ‘마을 만들기 운동’을 시작했고, 페어라이프센터라는 NGO를 만들어 카페와 도서관, 마을학교와 꿈의학교 등을 운영하고 있는데, 카페는 공정무역 카페로 화성시의 사회적 협동조합 1호이다.
책에는 왜 이런 공공성을 강화한 공동체를 세워가려는지 선교적 교회론이 탄탄하게 전개되어 있다. 개척이 시작되면서 가장 고민됐던 부분이 바로 ‘복음의 공공성’ 회복이었고, 교회는 뿌리내리고 있는 지역에 대한 비전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여긴 것. 이 비전이 ‘마을 만들기’란 키워드를 가지고 지역과 소통하게 한 것이다.
“교회는 하나님 나라의 가치를 실현하고 마을을 가장 잘 섬길 수 있는 최적의 공동체에요. 교회는 새로운 마을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마을이 가지고 있는 자원을 통해서 어떤 변화를 이끌어낼지 고민해야 합니다. 저희 교회는 공정무역, 교육, 사회적 경제, 생태와 같은 주제를 선정하고 이에 맞는 사역들을 시작했어요.”
마을 살리는 일에 앞장서다 보니 지역에 좋은 소문이 나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 사역은 전도의 수단이 아니라 ‘복음의 공공성’과 ‘타자를 위한 교회’라는 튼튼한 신학적 기반 위에서 진행된 사역들이다.
개교회주의를 넘어 공교회성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교회는 선명한 제자공동체의 체질을 갖추게 될 것이다.

복음에 빚진 한 내시경 의사의 따뜻한 이야기
<통과> 정성 저/좋은씨앗

지구촌 글로벌 시대에 아직도 선교사가 필요할까 의문을 가질 법한데 놀랍게도 2015년에만 예수를 믿는다는 이유로 살해당한 사람의 숫자가 7,100명을 기록했다고 한다.
아직도 지구상에는 기독교를 전하는 것도, 성경을 배포하는 것도 법으로 금지되어 있는 나라가 상당히 많다. 이 책은 외국인의 선교활동이 금지되어 있는 히말라야 고원에 의료선교사로 파송된 한 선교사의 10년간 사역을 기록한 것이다.
정 선교사는 소화기내과 전문의로 진료하던 의사였다. 그랬던 그가 선교사 소명을 확인하게 되고 동아시아 미전도 종족에게 파송된다. 현지 대학병원에서 레지던트를 가르치는 한편, 도시빈민들, 소수민족들을 무료로 진료해주는데, 기독교에 강한 거부감을 보이던 현지인들이 회심을 한다.
내과 의사답게 선교사역의 에피소드들을 음식물이 위와 장을 통과해 배설물로 나오기까지의 과정으로 녹여 내는데, 비자가 거부되어 선교지로 돌아갈 수 없게 된 정 선교사가 하나님의 기적과 함께 자신의 실수까지도 정직하게 기록한 선교현장보고이다.
책속에는 링링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결과를 전해주어야 하는 저자가 무능한 의사임을 자책하며 겨우 입을 열어 말했다.
“링링, 하나님이 너를 축복하신단다.”
하지만 어린 링링은 오히려 의사보다 더 침착했다.
“선생님, 하나님이 선생님을 정말 축복해주시길 원합니다.”
링링은 죽어가는 환자가 아니었다. 눈에 보이는 삶에 매달리던 연약한 의사에게 ‘보이는 것은 잠깐이요 보이지 않는 것은 영원함이라’(고린도후서 4:18)고 가르쳐준 천사였다. 죽음은 끝이 아니라 영원한 소망의 시작이다.
이 나라 말로 안녕은 “굿바이”(Goodbye)가 아니다. “다시 만납시다”(See you again)다.
진료실 바깥까지 배웅하는 정선교사에게 링링은 가냘픈 손을 흔들었다. “다시 만나요.”

김현호
기독교전문서점 기쁨의집 대표로 부산지역을 중심으로 독서운동과 문화사역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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