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온유가 어렸을 적에 항상 가지고 다녔던 작은 곰인형이 하나 있습니다. 다른 장난감도 많았는데 유난히 아꼈습니다. 그 인형은 초콜릿 선물세트에 접착제로 붙여서 딸려 온 것입니다. 곰인형에는 접착제 흔적의 땜질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많은 장난감 중에 유일하게 온유가 이름을 붙여준 장난감이기 때문입니다. 온유는 곰인형에게 ‘아이’라 이름 지었고 그냥 ‘우리 아이’라고 불렀습니다. 장난감을 치울 때도 그냥 곰인형이나 장난감으로 대우하면 온유가 화를 냈습니다.
내 죄악과 누추함에 울고 있던 어느 날, 주님은 이 말씀을 보여주셨습니다.
“주님, 주님 같으신 하나님이 또 어디에 있겠습니까. 주님께서는 죄악을 사유하시며 살아남은 주님의 백성의 죄를 용서하십니다. 진노하시되, 그 노여움을 언제까지나 품고 계시지는 않고, 기꺼이 한결같은 사랑을 베푸십니다. 주님께서 다시 우리에게 자비를 베푸시고, 우리의 모든 죄를 주님의 발로 밟아서, 저 바다 밑 깊은 곳으로 던지십니다.” (미가 7:18-19) 이 말씀 때문에 나는 다시 얼굴을 들고 주님을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내가 어떤 존재인지와 상관없이 주님이 말씀하시는 대로 나를 바라보고, 주님을 바라보겠습니다.
보잘 것 없어 보이는 인형. 인형으로 생산되었다기보다는 초콜릿을 팔기 위해 덤으로 생산되어 나온 녀석이 가져야 할 자존감은 어느 정도의 수위여야 할까요?
아무것도 아닌 존재이지만 특별했던 곰인형은 제 딸 온유가 이름을 붙여주고 난 뒤부터 어떤 대단하고 값비싼 장난감보다 특별한 존재가 되었습니다.

이요셉
색약의 눈을 가진 다큐 사진작가. 바람은 바람대로, 어둠은 어둠대로, 그늘은 그늘대로 진정을 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풍경을 글과 사진과 그림으로 노래한다. 문화예술 아카데미 Tiissue 대표, 매거진 <Band-aid> 편집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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