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스 테이블 대표 정성자

캐나다 여행 중에 커피전문점 조스 테이블(Joe's Table) 정성자 대표를 만나러 간 것은 세계 속의 한국인으로 알려진 남편 정문현 회장의 사업성공 스토리 때문이 아니었다. 40여 개의 전문대학을 통해 젊은이들에게 필요한 직업을 갖게 할 뿐 아니라 한국이민자 중·노년과 장애인들의 삶의 질까지 마음을 써 가까이 돌보고 있다는 귀한 소문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먼저 정 대표가 지휘하는 캐나다 밴쿠버 시온 선교 합창단 연습실에 들어서자 1백여 명 이상이 독립적으로 악보를 보며 노래할 수 있게 잘 배치된 보면대와 의자가 눈에 띄었다.
“가을 연주를 앞두고 요즘 일주일에 두 번씩 연습을 합니다. 여성들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반까지 하는데 각자 도시락을 가져와 식사를 하며 전심으로 참여하십니다. 평균 나이 60세가 넘는 분들로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도 하고 꽤 멀리서 오시기도 하는데 출석률은 거의 백 프로예요. 전곡을 외워야 하니까 연습이 센 편이지요. 힘드실 텐데 건강이 허락하는 한 성실히 참여하십니다. 나이 제한이 없으니까요.”

✽ 합창단에 들어가기 어렵다는 말이 이렇게 빠지는 사람이 없으니 더 그렇겠군요.
실버 합창단이니 연주회 때는 좋은 소리를 위해 각 파트에 전공자를 넣어야 하지 않나요?

- 아뇨, 저희 멤버가 전부입니다. 전곡을 찬양 곡으로만 합니다. 단원의 영적인 일치가 매우 중요하여 매 연습 때마다 기도회로 시작하고 매일 밤 10시를 중보기도 시간으로 정해 서로를 위해 기도합니다. 그러다보니 연주회 때 잘 보이려고 특별히 사람을 넣지 않아요. 마음과 목소리를 모아 노래하다보니 본인이 먼저 은혜를 받아 연주회마다 청중들이 놀랍게 큰 은혜를 받습니다. 전석을 초대석으로 하지만 그 감동으로 인해 풍성한 자선모금이 이뤄집니다.

✽ 모금이 입장권 수익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이뤄지는군요. 그동안 어떻게 쓰였나요?
- 지금까지는 아프리카에 우물을 파는 데에도 보냈고 특별히 건물이 필요한 곳에 보태기도 했어요. 그런데 올해는 극동방송 어린이 합창단과 함께 음향이 좋은 챈 홀에서 공연하며 밴쿠버 이웃병원에 암환자를 수술하는 로봇 구입을 위해 기증하기로 했습니다. 췌장암이나 어려운 부위를 GPS가 달린 로봇이 직접 찾아내 수술하는 기계예요. 그 병원은 한인 어르신들이 많이 계신 지역 병원입니다.

✽ 합창단에는 기독교인이 아닌 분들도 들어갈 수 있나요?
- 네, 다른 종교인으로 들어와 찬양을 부르며 믿음을 갖게 된 분이 계셔요. 놀라운 것은 그 자녀들이 엄마의 변화를 보며 예수를 믿게 되어 ‘엄마를 통해 내가 만난 그리스도’라는 간증을 내게 되었어요. 이렇게 찬양 가운데 일하시는 역사를 보며 앞으로 안 믿는 분들에게 기회를 좀 더 드리려고 합니다.
발레리나를 연상케 하는 작고 단단한 체구에서 뿜어 나오는 정 대표의 말들은 명료하고 정겨웠다. 서울 음대에서 피아노를 전공하고 남가주대학원에서 석사를 마친 후 여러 음악 캠프 감독을 역임한 정 대표는 5남매를 기르는 중에도 교회 반주 봉사를 놓지 않고 살아오다 시온 선교 합창단을 지휘하며 크게 주목을 받게 돼 오바마 대통령 봉사상과 WOW상까지 받았다.
여기까지는 정대표가 날개를 편 최근 5, 6년의 이야기다.

그 이전의 이야기가 카페 조스 테이블(Joe’s table)에서 펼쳐진다.
밴쿠버 버나비 ‘조스 테이블’ 카페는 10여 명의 발달 장애인이 직업 훈련을 받고 자활의 삶을 사는 터전이다. 맛으로 승부하는 이 카페에 들어서면 벽에 “Hi, how are you? My name is Joseph. What's your name?”이라는 문장이 순진한 청년의 얼굴과 함께 눈에 띈다. 그녀의 첫아들 조셉의 얘기다.
아들의 자폐와 간질로 잠시도 마음을 놓지 못하고 살아온 날들, 하나님께 탄원하며, 절망하며, 간간히 위로받으며 지탱해온 나날들을 정 대표는 저서 <너는 하나님의 메시지란다>를 통해 솔직하고 절절하게 표현하고 있었다. 보통 엄마들이 상상할 수 없는 정신적, 육체적 수고 속에 사랑과 수치심이 성숙해가는 과정을 신앙의 성장과 더불어 잘 볼 수 있는 귀한 책이었다. 차마 그 어머니의 입을 통해서 들을 수 없었던 것은 조셉 이름을 올리며 그녀는 벌써 울고 있어서였다.
9살에 물에 빠져 죽음의 문턱에 간 조셉을 안고 회개의 눈물로 새로운 엄마가 된 후, 다시 최고로 힘든 사춘기의 조셉이 우람한 신체로 매일 간질을 일으키며 사투하던 대목에선 책을 계속 읽어 내려갈 수가 없었다. 이런 질고를 견뎌낼 수 있는 사람은 특별히 선택된 사람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 기간이 지나자 놀랍게도 조셉은 ‘젠틀맨’이라는 별명을 들을 만큼 변해가며 시편을 필사하게 되었다. 맡겨진 일에 사력을 다했던 청년은 그림 같은 글씨로 시편 150편을 완성한 그 해, 사고로 인해 32세 나이로 숨지고 만다.
매주 주보를 접어 나누는 일을 기뻐하던 아들, 이제 뭔가 할 수 있을 것 같은 청년이 되었는데 떠나버린 아들 앞에 정 대표는 어려서 제대로 못 돌본 회한과 안타까움으로 주저앉지만, 하나님은 더 가까이 찾아와 깊이 만나주셨다. 조셉과 같은 장애아들의 엄마가 되어 그들을 위한 일자리, 카페를 열게 하신 것이다.
만나는 사람 누구에게나 자기의 이름을 말하며 스스럼없이 상대의 이름을 묻곤 하던 친절한 아들을 기억해 카페 벽엔 그런 문구를 넣었다. 캐나다와 한국에 3호점까지 낸 조스 테이블은 이제 중국과 미국으로도 나가 장애우들의 일터가 되어 예수님의 사랑과 용서의 메시지를 전하는 장이 되길 꿈꾸고 있다.

또 하나의 사랑, 아메니다 시니어 하우스
이 시니어 하우스는 정 대표 부부가 연세든 한인들을 위해 제공한 캐나다 사회적 기업이다.
“한국에서 이민 온 분들이 연세 들면 혼자 집에서 지내게 되며 더 외로워집니다. 어른들이 특히 음식과 언어로 인해 많이 불편한 것을 생각하고 있을 때 마침 한인들이 많이 살고 있는 지역의 군인 요양원이 이사를 가게 되어 인수하게 됐습니다. 140명 정원의 절반 정도를 한인으로 지정해 한국인 거주 동을 따로 두어 편안하게 어울리시도록 했지요. 좋은 시설에 비해 비용이 낮아서 캐나다인들도 무척 좋아하고요.”
신앙을 푯대 삼은 이민자로서 초청해준 나라에 염치를 실천하는 부부, 그들의 경제 활동은 약한 자를 위한 관심과 한국인의 정체감이 연결된 그리스도인의 사랑과 지혜였다.

* 시니어 하우스 사람들
“오늘은 좀 분주한 날이에요. 그동안 방과 복도에만 있던 비상벨을 각자 목에도 걸고 다닐 수 있도록 장치를 나눴거든요. 누르면 바로 담당자와 연락이 되어 도움을 받도록 한 거예요.”
한인 매니저 박순금 씨와 하우스 총책임자 티나 로브(사진)가 밝은 얼굴로 설명했다. 마침 점심 식사시간이라 하우스는 활기를 띠고 있었다.
“양식과 한식으로 나뉘어 차려지므로 미리 신청해 식사할 수 있어요. 낮에는 공원 산책로를 따라 함께 걸어요. 비가 오지 않으면요. 음악치료, 미술치료 등 매일 활동 프로그램이 있고 당구장, 미용실도 있어요.”
부부가 쓰는 넓은 방도 보이고 혼자 나름대로의 방을 꾸며 쓰고 있었다. 한국 TV도 나오고 마사지와 말벗해주는 봉사자들이 학교와 교회에서 나와 무료한 시간을 채워 주며 음악 공연도 열린다. 그런데 누구나 여기서 지낼 수 있는 건가?
“저희 하우스는 의사소통이 되어 자신의 상황을 알릴 수 있는 분들, 그것이 가능할 때까지 지내실 수 있습니다. 어디가 아픈지, 약을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를 모르면 도와 드릴 수가 없으니까요. 그런 경우, 다음 단계인 양로원으로 가셔야 하는데 그 시점을 결정하는 일이 가장 어렵습니다.”
매주 의사가 회진을 하고 매달 몇 가지 검사를 통해 건강을 체크해 큰 병이 없다면 계속 지낼 수 있는데 백세가 넘은 분들도 거주하고 있었다.

전영혜 기자
저작권자 © 아름다운동행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