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경을 전후해서 여인들은 여러 가지 신체적인 고통을 겪게 된다. 아랫배가 아프고, 허리가 무겁고, 전신이 나른하고 우울해지고 과민해진다. 이런 증세가 심한 경우를 월경증후군(premenstrual syndrome)이라고 하는데, 극단적인 경우는 절도나 자살을 시도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그 고통을 아는 남성들은 세상에 아무도 없다.

더군다나 20세기 초반에 이르러서야 여성의 월경 현상에 대한 과학적인 분석과 논의가 시도되었으니 그 동안 여성들의 고초가 얼마나 컸을까는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레위기 15장에 보면 월경을 하는 여인을 부정하게 여겨 7일 동안 사람들의 접근을 막은 것을 알 수 있다.
“어떤 여인이 유출을 하되 그의 몸에 그의 유출이 피이면 이레 동안 불결하니 그를 만지는 자마다 저녁까지 부정할 것이요”(레위기 15:19).
월경하는 여인들을 부정하게 여기는 율법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조금 혼란스럽기도 하지만, 여기에는 월경하는 여인들을 보호하고자 하는 하나님의 사랑이 스며있다고 생각된다. 부정하게 여겨져 사실상 격리됨으로 인해 당시 남성에 비해 많은 차별을 받고 현재보다도 훨씬 힘든 가사노동에 시달렸을 여인들은 지금으로 말하면 생리휴가에 해당하는 휴식을 취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 7일 동안에는 남자들의 동침도 금해졌다.
“누구든지 이 여인과 동침하여 그의 불결함에 전염되면 이레 동안 부정할 것이라”(레위기 15:24), “너는 여인이 월경으로 불결한 동안에 그에게 가까이 하여 그의 하체를 범하지 말지니라”(레위기 18:19).
하지만 정상적인 월경이 아닌 비정상적인 자궁 출혈에 대해서도 같은 율법이 적용됨을 발견할 수 있다.
“만일 여인의 피의 유출이 그의 불결기가 아닌데도 여러 날이 간다든지 그 유출이 그의 불결기를 지나도 계속되면 그 부정을 유출하는 모든 날 동안은 그 불결한 때와 같이 부정한즉”(레위기 15:25)

정상적인 월경일 경우 7일간의 격리는 여인들에게도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 있었겠지만, 만약 그런 출혈이 한 달, 6개월, 1년이 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신약의 복음서에 나와 있는 12년 동안 혈루증을 앓았던 여인이 바로 비정상적인 자궁출혈환자였는데, 그녀가 느꼈던 가장 큰 괴로움은 자궁출혈로 인한 육체적인 괴로움보다도 혈루증으로 인해 부정하게 여겨져 사실상 세상과 격리됨으로 인해 느껴야 했던 외로움과 절망이었을 것이다.
12년 동안 혈루증을 앓았던 여인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연재에서 좀 더 자세히 다루어 볼까 한다.

이종훈
닥터홀 기념 성모안과 원장이자 새로남교회 월간지 편집장을 맡고 있는 저자는 대학시절부터 성경 속 의학적 이야기에 대해 관심을 기울였다. 저서로는 <의대를 꿈꾸는 대한민국의 천재들>과 <성경 속 의학 이야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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