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길 위에서 만나다

언젠가 12미터 높이의 철탑에 올랐습니다. 태풍 때문에 쓰러진 섬마을의 십자가를 복원하는 프로젝트 때문이었습니다. 거친 바닷바람 때문에 탑이 기우뚱 거렸습니다. 금방이라도 콘크리트 바닥으로 떨어질 것 같은 두려움 때문에 철근을 잡은 손에 땀이 가득했습니다.
언젠가 네팔에 있을 적에는 규모 7.3의 강진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지축이 흔들렸고, 수많은 여진으로 인해 급히 대피하거나 생명의 위협을 느끼곤 했습니다. 하지만 아찔한 높이나 생명을 위협하는 재해보다 나를 두렵게 하는 것이 있습니다. 나를 정말 두렵게 하는 것은 인생을 살아가는 것입니다.

나는 자주 보이지 않는 길을 걸었습니다. ‘먼저 그의 나라와 의를 구하면 하나님이 먹이시고 기르신다’는 주님의 약속을 믿었습니다.
그러면서 나는 여러 모색과 거절을 해야만 했습니다. 서툰 결심이었지만 주님 앞에 그 진심을 보이기 위해 많은 결단을 해야만 했습니다. 내게 좋아 보이는 것을 다 수용하고 나면 하나님의 나라와 의를 구할만한 시간과 의지와 여지는 없겠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보이지 않는 길을 걷는 것은 단순합니다. 주님의 세미한 음성을 듣고 그분이 주신 감동을 따라서 걸어가면 됩니다.
하지만 이렇게 쉬운 걸음마다 제 안에 치열한 고민과 싸움이 있습니다.
이 길은 눈에 보이지도 머리로 그려지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막막함, 불확실성 가운데 걸어가는 것은 얼마나 두려운 일인가요?‘
나는 지금 인생을 가지고 장난치는 건 아닐까?’
순간순간 이런 생각이 걸음을 멈추게 만듭니다. 걸음을 멈추면 나는 지혜를 구합니다.

과연 지혜는 무엇일까요?
내게 지혜란 어떻게 걷느냐에 대한 답입니다. 길을 걸을 때 수많은 갈림길이 있습니다. 어느 길을 걸을 것인가?
어떤 길을 선택할 것인가?
그 길과 선택이 이어지면 그것을 인생이라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가 인생이라는 길을 걸을 때 불안한 것은 내일을 알지 못하는 데서 오는 ‘불확실’ 때문입니다.
우리는 내일을 알지 못하고, 내 인생의 계획조차 알지 못합니다.

그래서 나는 오늘의 하늘을 바라봅니다. 엎드려 묻는 내게 지혜는 걸어갈 이유를 말해줍니다.
내가 길을 걷는 이유는 주님에게로 가는 길이기 때문이며 이 길 위에 주님이 함께하기 때문입니다.

이요셉
색약의 눈을 가진 다큐 사진작가. 바람은 바람대로, 어둠은 어둠대로, 그늘은 그늘대로 진정을 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풍경을 글과 사진과 그림으로 노래한다. 현재 그는 사진과 그림으로 최빈국의 현실과 어려움을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으며, 문화예술 아카데미 Tiissue 대표, 매거진 <Band-aid> 편집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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