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길 위에서 만나다 / 필그림하우스 <천로역정 순례길>

자연스럽게 난 길을 걷는 것이 좋지, 인위적으로 조성된 길을 걷는 것은 별 기대감이 없다는 이들이 제법 있다. 하지만 누군가 ‘의미’를 담아 만든 길이라면 그 길을 걸으며 의미를 함께 공유해 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 아닐까. 길 위에서 ‘의미’를 만날 수 있으니.
경기도 가평에 위치한 기독교영성센터 필그림하우스(대표 이동원 목사)가 조성한 ‘천로역정 순례길’은 그렇게 ‘의미’를 담아 만든 ‘길’이다. 필그림하우스 인근에 약 1km 구간의 순례길을 만든 것.
“그리스도인은 이 땅에서는 모두 천성으로 가는 도상위 순례자이며 영적인 나그네입니다. 믿음으로 순례의 여정을 걷는 이들이 이 ‘천로역정 순례길’에서 쉼을 얻고 영적인 힘을 공급받길 바라는 마음에서 마련했습니다.”

책 내용을 바탕으로 구성
영국 설교가이며 작가인 존 번연(John Bunyan)이 1678년에 출간한 책이자 기독교 최고의 고전 <천로역정 The Pilgrim’s Progress>의 내용을 바탕으로 구성한 순례길. 성경 다음으로 신앙서적 가운데 가장 많이 읽힌 책이다. 복음이 전해지면 제일 먼저 번역되는 책으로 한국에서는 1895년 캐나다 선교사 게일(James Scarth Gale)이 번역하여 소개했다. 특히 한국 초대교회의 거목 길선주 목사가 이 책을 읽고 회심하였으며, 독립운동가 이상재 등의 회심에도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내용은 이렇다. 천로역정의 주인공 크리스천이 “저 빛을 따라가라”는 전도자의 인도함을 받아 믿음의 순례를 떠난다. 멸망의 도시를 떠나 낙담의 늪, 사망의 골짜기, 허영의 거리를 지나 마침내 ‘천성’(天城)에 이르는 과정을 그리는데, 신앙인의 구원 과정을 비유적으로 묘사한 것.
“당신은 순례자입니다(YOU ARE A PILGRIM).”
순례길에 들어서면 이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그렇게 시작된 순례길은 책 주인공 크리스천이 만나는 다양한 인물과 장소를 여러 방식으로 체험하도록 구성되어 있다. 필그림하우스 측에 따르면 이 주제로 만들어진 순례길은 세계 최초라고 한다.
실제로 좁은 문을 지나가고, 십자가 언덕에서의 세 천사를 만나며, 마귀를 상징하는 두 사자 사이를 지나가게 된다. 잘 보면 줄에 매여 있는 사자이니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않으면 통과할 수 있다는 설명을 들으며.
“순례길에서 만나는 거짓 순례자와 진실한 순례자들은 우리 믿음의 여정에 교훈과 도전을 주고, 신앙 여정의 길을 완주할 수 있도록 안내합니다. 그동안 천로역정 책 속에 문자로만 머물러 있던 크리스천, 소망, 무지 등 40여 인물이 눈에 보이는 조형물로 재탄생되었습니다.”

믿음의 길 완주…교회 공동체 중요
목회리더십연구소 소장이며 필그림하우스를 담당하는 이근선 목사는 “성경은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성도들을 천국으로 가는 도상에 있는 순례자 곧 나그네라고 말합니다. 잠시 순례자가 되어 걸어가면서 인생에 대한 도전과 교훈을 받길 바랍니다”라며, “크리스천의 길 가운데 구원사건은 너무나 중요한 것이지만 때로 그것이 끝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거듭남 이후에 순례의 길을 끝까지 ‘완주’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 완주에 중요한 것이 교회 공동체입니다. 순례길을 걸으며 교회 공동체의 중요성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는 참여자들이 많습니다. 끝까지 믿음의 여정을 완주할 수 있도록 서로 돕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걸으며 묵상할 수 있을 것입니다”라고 전했다.
이를 돕기 위해 필그림하우스에서는 매주 주일과 수요일을 제외하고 오리엔테이션을 포함한 약 3시간 여의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주인공의 이야기를 따라 그대로 걸어보는 것만으로 자신의 신앙을 복기해 보는 좋은 시간이 될 것.
장년성도 외에도 청소년, 어린이들을 위한 천로역정 세미나도 준비되어 있으며, 이동원 목사가 2박3일 일정으로 진행하는 ‘순례 영성의 길 세미나’는 연 2회 개최될 예정이다.
세미나 신청 및 문의 www.pilgrimsprogress.kr, 031-589-7600
저작권자 © 아름다운동행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