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어느 권사님 댁을 방문했습니다. 서울을 떠나 전원에 널찍한 집을 새로 지었습니다. 무엇보다 집 앞에 걸린 현판글씨가 눈에 띄었습니다.
‘담박영정’(澹泊寧靜).
대강 느낌이 오는 말이지만 그대로 지나쳤습니다. 그러다 서재의 책상에 붙은 이 말의 출처와 뜻을 발견했습니다. 이 말은 원래 재갈량이 아들에게 한 말이랍니다. 원래 구절과 뜻은 다음과 같습니다.
비담박무이명지(非澹泊無以明志)
비영정무이치원(非寧靜無以致遠)
맑고 깨끗지 않으면 뜻을 밝힐 수 없고, 편안하고 고요하지 않으면 먼 데까지 이르지 못 한다는 의미입니다. 마치 성경에 나오는 구절 “마음이 청결한 자가 복이 있나니 저희가 하나님을 볼 것임이요” 하는 예수님의 말씀을 떠올리게 하였습니다. 실로 담박(澹泊)하고 영정(寧靜)하지 않으면 우리의 삶은 그 방향을 잃고, 의미를 잃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스도인이란 참으로 고상하여 단순하고 소박하지만 거기 곧고 굳센 힘이 뿌리 두고 있지요. 짧지만 삶을 돌아보면서 늘 느끼는 진리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바쁘고 시끄러운 세상에서 ‘담박영정’(澹泊寧靜)에 이르기란 얼마나 어려운지요. 다시 자신을 돌아보아야 할 시간입니다. 한 해의 처음을 살아가는 지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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