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시민공동체 협치해야

중앙아시아 대부분 나라들은 한국을 부러워합니다. 성공적인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룬 기적의 나라, 원조 받다가 원조하는 세계에서 유일한 나라, 그들의 이웃인 25만여 고려인들의 어머니 국가이며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한류의 나라이기 때문이랍니다. 한국에서 공부하고 취업하려고 치열하게 준비하는 청년들도 많습니다.
그런데 정작 한국인들은 별로 만족하지 않습니다. 한국 사회는 압축적 경제성장과 민주화 과정을 겪으면서 사회 불평등, 공공복지체계 축소, 집단 간 갈등, 담론의 장 부재, 공정성 훼손, 시민정신 부족, 신뢰 저하, 소통 부재 등의 문제들을 갖고 있습니다. 학자들은 제도에 대한 불신, 현재 삶에 대한 불만,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한국 사회가 ‘헝그리(hungry) 사회’에서 ‘앵그리(angry) 사회’가 되었다고 평가하기도 합니다. 가족 갈등, 결혼기피, 직장에서 차별과 생존경쟁, 잦은 이직, 학교의 교권위기, 따돌림, 지역사회의 무관심과 소외, 이권다툼 등 고립과 소외, 경쟁과 갈등으로 삶의 질은 하락하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관계의 위기 시대’라는 겁니다.

한국의 GDP수준은 절대 세계 기준에서 뒤지지 않지만 행복하다고 느끼지 않습니다. 삶의 자유로운 의지를 추구하는데 불안감을 느끼며, 정권이나 대기업의 부패 사실을 알 때 분노했습니다. 사람들은 사회 참여에 대한 열망을 갖고 있지만 반대로 사회로부터 소외될 때 불행하다고 느낍니다. 한동안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궜던 촛불집회의 또 하나 중요한 기능은 삶에 대한 불안과 희망부재에 대한 불만과 분노의 정서를 표출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판단합니다.

한국 직장인들도 하루 대부분을 보내는 직장에서 별로 행복하지 않답니다. 작업시간을 줄이거나 다양하게 조정하고, 유연하게 선택토록 하는 등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는 일도 중요합니다. UN이 정한 지속가능한 발전목표(SDGs) 중에는 건강(G3)과 지속가능한 경제성장(G8), 안전하고 포용적인 주거생활(G11), 기후변화대응(G13), 평화롭고 포용적인 사회(G16) 등이 행복과 밀접하게 연관됩니다. 획일화되고 규제로 일관된 사회를 벗어나 지속가능한, 행복 대한민국을 이룰 동력은 관심 갖고 서로를 배려하는 건강한 사회에서 시작됩니다. 정부와 시장, 시민공동체가 소통하면서 각자 역할을 잘 감당하며 협치를 이루도록 힘써야겠습니다.

환경일보 편집대표이사이자 한양대학교 행정대학원 겸임교수. KAIST와 POSRI 연구위원, 한국환경공단과 한국에너지공단 비상임이사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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