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주변에 항상 존재하며 발견하는 자가 누릴 수 있다. 행복한 노후생활도 마찬가지다.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노년을 행복하게 보내려면 그동안 얼마나 거두었느냐를 견주기보다 이제부터의 삶에 어떤 가치를 부여할 것인가에 집중해야 한다.
흔히 노후의 삶을 여생(餘生), 남은 생이라고 표현한다. 하지만 노후의 삶은 남아있는 여분의 시간이 아닌 지난날의 삶을 발판삼아 더욱 깊은 호흡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는 시간이며, 동시에 무거운 삶의 짐을 가볍게 바라볼 수 있는 성숙한 시야를 가질 수 있는 시간이다. 성숙한 호흡과 시야를 통해 이 ‘여분의 시간’을 훌쩍 뛰어넘을 때 행복하고 가치 있는 노후의 삶을 영위할 수 있다. 늙기는 쉽지만 아름답게 늙기는 쉽지 않다.

성공적인 노후를 위한 준비
행복하고 가치 있게 잘 늙어가는 삶, 우리는 학문적인 말로 이것을 ‘성공적인 노화’라고 한다. 미국의 노년학자 로위&칸(Rowe & Kahn)의 유명한 저서 <성공적 노화(Successful Aging, 1999)>에서 언급했듯이, 성공적인 노화를 위해서는 질병과 장애가 없고, 인지적 기능과 신체적 기능을 유지하며, 적극적으로 인생참여를 지속하는 것이 필요하다. 개성적이고 주체적인 마음의 자세로 자신을 관리하여 품위를 갖춘 존경받는 인격적 자세가 필요한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성공적인 노후를 준비할 수 있을까.

첫째, 지속적인 배움을 통한 인지기능 유지
지속적인 배움과 창조적 생각을 가져야 한다. 인간의 뇌는 생각하는 만큼 성장하고, 상상하는 만큼 커져간다.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누구나 새롭게 시작하는 것에 대해서는 두려움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시작’이라는 단어에 갇힌 두려움은 찰나이며, 찰나가 익숙함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느끼는 배움의 환희와 자아 발견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중한 보물이다. ‘나는 할 수 없겠지’ 라며 차마 시도해 보지 못했던 것들이 이제는 새로운 ‘시작’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나이 듦과 배움은 반비례가 아니며, 지속적인 배움을 통해 우리는 비로소 한 곳에 고이지 않는 새롭고 창의적인 노후 준비를 계획할 수 있다.

둘째, 적당한 운동을 통한 신체기능 유지
이를 위해 건강한 신체와 긍정적 생각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매일의 적당한 운동은 신체 건강과 더불어 기억력 또한 좋게 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건강한 신체와 뇌는 성공적인 노후준비라는 그림을 그리기 위한 탄탄한 도화지 역할을 한다. 깨끗하게 정돈한 도화지에 붓이 잘 먹듯이, 노후 준비를 위한 밑바탕에 긴 호흡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이를 잘 활용할 수 있는 긍정적이고 진취적인 생각이 함께 필요함은 너무나 자명한 일이다.

셋째, 행복한 부부, 가족 관계
유명한 시인인 칼릴 지브란은 부부의 삶을 다음과 같이 노래했다.
‘두 나무가 있는데, 어느 한 나무가 무성해 다른 나무가 자라는데 그늘을 주어선 안 된다.’
각자의 독립된 영역과 생활을 존중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 상호 신뢰가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말일 것이다. 한 사람의 의견과 입장만을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보고 함께 더불어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

넷째, 봉사를 통한 사회적 유대관계
이렇게 부부와 가족 안에서 행복한 관계를 갖게 될 때 그 유대관계는 이웃과 사회로 이어진다. 행복심리학의 대가인 미국 일리노이 대학의 에드 디너 교수는 ‘매우 행복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좋은 관계와 유대’라고 말한다. 그리고 좋은 유대관계의 형성은 어려운 이웃과의 사회적 관계, 봉사활동을 통해 극대화되는데, 다양한 경험을 통해 선사받은 지혜와 기술이라는 선물을 최대한 활용하고 이웃과 나누려는 자세를 갖는다면 가치 있는 노후의 삶을 준비할 수 있다. 누군가에게 잘 쓰이는 삶, 세상에 잘 쓰일 수 있는 존재, 그것이 바로 우리가 될 수 있다.

다섯째, 신앙을 통한 정신적 안녕과 자아실현
신앙생활은 인생의 유한성을 극복하게 하면서 사회적 소속감을 갖게 한다. 특히 종교단체에서 사회봉사를 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정신적 안녕과 신체건강이 좋게 나타난다는 연구결과는 이를 대변한다. 또한 신앙을 통한 사회참여와 유대관계 형성은 영성과 함께 자아실현에도 연결된다.
행복한 노후 생활을 위해서는 ‘현재’를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행복은 현재에 있으며, 행복의 근원이신 하나님은 현재 우리와 함께 하신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현재의 삶을 누리는 대신 미래를 준비하며 즐겁고 편안히 사는 것을 바라며 준비한다. 그러나 결국 모든 준비는 ‘현재를 사는데’ 부터 시작된다.
성공적인 노후를 준비하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하나님과의 깊은 사귐으로 자기 자신과 화해하며 지금 현재를 살아가는 것을 익혀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노후에 대한 두려움과 외로움은 커지게 된다. 참된 노후 준비는 ‘영적인 풍성함’으로 하나님께서 주시는 사랑에 만족하고 행복할 수 있어야 한다. 감사하고, 내려놓고, 맡기는 것의 습관화가 필요하다.

‘희망에 사는 사람은 음악이 없어도 춤을 춘다’는 영국 속담이 있다.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나약하거나 움츠려 드는 것이 아닌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삶의 자세를 통해 아름다운 노년을 준비할 수 있다. 성숙한 호흡과 시야를 가지고 찬찬히 그렇지만 무겁지 않게 우리의 행복한 생을 스스로 계획하는 멋진 디자이너가 되길 바란다.

김찬란
서울여대 겸임교수. 다양한 곳에서 ‘아름다운 인생 후반기’ 강의를 통해 노년을 준비하도록 돕고 있으며, (재)일가재단 사무처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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