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프타임, 마중하라-서울신대 김희성 명예교수

22년 넘게 학생들을 가르쳐온 한 신학교수가 은퇴 후 노숙인들을 섬기는 교회를 세웠다. 서울신학대학교 신약학 교수였던 김희성 목사(68·길벗교회 담임, 서울신대 명예교수)가 2014년 2월 은퇴한 후 2015년 1월 노숙인들을 위한 길벗교회(www.gilbertnc.or.kr)를 개척한 것.
“사람들이 왜냐고 많이 물어봤어요. 그러나 ‘갑자기’ 내린 결정이 아니었어요.”
서울대학교 기상학과 졸업반 시절, 회심 후 김 목사는 유학과 취업의 선택 앞에서 고민을 하게 되었다.
“3일 동안 금식하면서 하나님께 미래를 맡기며 기도했어요. 기도하는 가운데 하나님께서 시편 37편 5~6절 ‘네 길을 여호와께 맡기라 그를 의지하면 그가 이루시고 네 의를 빛 같이 나타내시며 네 공의를 정오의 빛 같이 하시리로다’ 말씀으로 절 위로해주셨지요. 아, 길을 맡기고 헌신해야 겠구나 생각해서 신학대학원으로 진학을 했습니다.”

어려운 이들을 향한 비전
가난한 사람들, 어려운 사람들을 섬기면서 복음을 전하는 비전을 이미 그때 주셨다고 김 목사는 설명했다. 그래서 대학원 시절 ‘하나님의 백성 선교회’를 만들어 신학생들과 한 끼씩 금식하며 그 돈으로 넝마주이라 불리었던 어려운 이들을 도왔다.
“그러다 독일로 유학을 갔다 왔지요. 서울신학대학교에서 교수생활을 하면서도 그 비전은 계속 제 마음 속에 남아있었어요. 그러나 두려웠고, 불가능한 것처럼 여겨졌어요.”
1999년 12월 ‘2000년을 내다보며 이 문제를 놓고 죽으면 죽으리라 작정하고 기도해야겠다’는 생각에 40일 금식기도를 하게 되었다.
“바로 응답을 받지는 않았어요. 대신 엄청 많이 울었지요. 주님이 이렇게 나를 사랑하시는데 나는 그만큼 사랑을 드리지 못하는 모습이 안타까워서요. 이후 새벽기도에 나가 기도하는데 세미한 하나님의 음성을 듣게 되었습니다. ‘희성아, 모세가 홍해를 어떻게 갈랐니?’, ‘네, 믿음의 지팡이로 홍해를 갈랐나이다.’ ‘그렇다면 너도 혼자 하면 되지 않겠느냐’는 음성을 들었지요.”

그래서 김 목사는 교수시절 ‘하나선교회’를 조직, 2001년부터 노숙인, 장애인, 병원선교를 시작했다. 특별히 노숙인에게 더 집중하였고, 서울역에 나가 노숙인들에게 필요한 생필품을 나눠주고 식사봉사를 하며 계속 섬겼다.
“은퇴를 하면서 교회를 세워 함께 노숙인들과 신앙생활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이미 운영하고 있는 ‘하나님의 나라&성서연구소’를 확장할 수도 있었지만 기도하는 가운데 교회를 세우기로 한 것이지요. 홍해를 가르시는 것은 하나님이시니까요.”

서울역 주위에는 임대해주는 곳이 없어 노숙인이 많은 서울역에서 이동거리가 짧은 이수역 인근 상가에 교회를 마련했다.
“첫 주에는 강대상 하나밖에 없었는데, 다음 주에는 의자가 들어오고, 그 다음 주에는 마이크 시설이 들어오고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지요.”
찾아오는 노숙인들을 위해 작은 샤워실을 마련하고 갈아입을 속옷과 겉옷을 준비해두었다. 또한 혹한기를 이겨내도록 쪽방을 구해주는 일을 했으며, 방 3개짜리 주택 하나를 임대하여 ‘길벗쉼터’로 운영하고 있다. 노숙인들과 목요 성경공부를 진행하고, 주일예배는 노숙인과 일반인 5~60여 명이 함께 모여 예배 드리고 있으며, 일주일에 3번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이런 일들이 가능한 것은 후원자들의 도움과 김 목사를 포함한 봉사자들이 활동비 정도만 받고 사역을 하기에 가능하다.

“사실 성서학자로서 몇 십년간 성경을 연구해왔지만 지금 만나는 형제 자매들에게 말씀을 가르친다는 것이 얼마나 영광스러운지. 또한 성경공부할 때 본질을 꿰뚫는 질문들에 놀라 답을 하고 있으며, 받기만 하던 노숙인 성도들이 회복되어 자신의 것을 나누어주는 모습에 너무나 기쁩니다.”
한 노숙인 성도는 신앙생활을 시작하며 목돈도 모으게 되고, 교회 안에서 자신의 장기를 살려 식사봉사에도 힘을 쏟고 있다고. 또한 짧은 목회기간에도 지역 내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 동작구 관민 협업 우수사례가 되었단다.
김 목사의 고백이자 하프타임을 지나는 다른 이들을 향한 권면이 이렇다.
“젊은 시절부터 품었던 비전을 이제야 감당하며 살아갑니다. 혹시나 다른 이들도 두려움으로 인해 숙제를 하고 있지 못하다면 믿음으로 나서길 바랍니다. 하나님의 통치에 순종하며 젊은 시절 그러했듯이 주님의 도우심을 입으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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