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말 한마디

골반수술을 하고 나서 허리와 왼쪽 다리를 연결하는 보조기구를 차고 목발에 의지해 6개월을 생활했다. 당시에는 공부를 하기 위해 남산에 있는 독일문화원까지 가야 해서 지하철을 타고, 버스로 환승하는 일이 많았다. 평평한 길을 걷는 것도, 계단을 오르내리고, 오래 서있는 것도 모두 정말 힘들었고, 매번 땀으로 샤워를 해야만 했다.
그렇지만 이런 육체적 어려움보다 더 힘들었던 건 사람들의 시선이었다. 지하철을 타면 사람들은 보는 즉시 흠칫 놀랐고, 자리에 앉아있는 이들은 눈을 감거나 위아래로 훑어보기가 일쑤였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시선이 이런 것이었을까? 어느 누구하나 자리를 양보해 주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할머니가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학생! 힘들지! 여기에 앉아.”

할머니는 자신의 자리를 기꺼이 양보하며 나에게 앉으라고 말씀하셨다. 너무나 평범한 말이었지만 그 누구도 하지 않았던 특별한 말이었다. 몸도 힘들고, 사람들의 냉랭한 시선도 견디기 어려워, 하던 공부도 그만 두고 싶다는 생각이 점점 커져갔던 때였는데 할머니의 그 말 한마디가 나에게는 정말 큰 힘이 되었다.
우리는 자신과 다른 사람 보는 것을 불편해 하며, 때로는 무서워하기조차 한다. 그래서 못 본 척 하거나 그저 피하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린 지금, 말 한마디로 인해 사랑을 나눠보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 본다. / 최명식·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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