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을 주머니에 넣어 돌을 가지고 물매로 던져 블레셋 사람의 이마를 치매 돌이 그의 이마에 박히니 땅에 엎드러지니라.’(사무엘상 17:49)
물맷돌로 이마를 쳐서 사람을 죽이는 것이 의학적으로 가능한 일일까? 물매(Stone sling)란 가죽으로 만들어진 끈을 사용하여 돌을 회전시킨 뒤 원심력의 힘으로 던질 수 있도록 고안된 도구로, 정확한 유래는 알 수 없지만 이미 청동기 시대로부터 고대 근동 및 유럽에서 전투무기로 널리 애용되었던 기록을 찾아볼 수 있다. 오늘날에도 유목민들이 이를 사용하고 있으며, 가끔 팔레스타인 청년들이 이스라엘 군인들과 맞설 때 등장하기도 한다.

이스라엘군의 탄도학 전문가인 에이탄 허시는 1995년, 한 심포지움에서 ‘David’s Choice’라는 제목으로 실험 발표를 했다.
“시체와 시뮬레이션 모델을 활용한 실험에서 강한 발사체에 의해 두개골에 구멍을 낼 수 있고, 전두골의 일부를 부숨으로써 함몰성 두개골 골절을 일으키거나 강력한 충격으로 사람을 의식불명에 빠뜨릴 수도 있다. 이러한 충격은 두개골 앞쪽 충격을 받은 부위의 혈관과 뇌 조직에 압박을 가져온다.”
야구공에 맞아 뇌진탕을 당하거나 골절, 안면부 함몰과 같은 끔찍한 부상을 입는 야구 선수들을 보면 물맷돌의 살상력을 실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그리스 의사 셀시우스는 물맷돌에 맞은 군사의 몸에 박혀있는 돌이나 납덩이 등의 효과적 제거를 위해 상세한 의학적 처방을 남기기도 했다. 더욱이 물매는 상대가 갑옷이나 투구를 쓰고 있는 상황에서도 효과적인 무기로 이용될 수 있다. 골리앗과 맞선 다윗은 혈기 넘치는 10대 후반으로 추정되는데 그 위력은 상당했을 것이라고 생각이 된다.

다윗은 단 한 번에 골리앗의 얼굴을 명중시켰다. 사무엘상 17:34~35에 보면 다윗은 골리앗을 물맷돌로 상대하기 전에도 이미 사자나 곰을 물맷돌로 기절시키거나 죽인 기록이 있다.
사실 다윗만 물맷돌 명사수인 것도 아니다. 다윗시대 이전에 기록된 사사기 20:16에도 물맷돌 명사수들 이야기가 나온다. 로마의 역사가 리비의 기록에 따르면 에게해 주민들을 최고의 물맷돌 전문가들로 언급하고 있는데, 이들은 단지 적군의 얼굴을 명중시켰을 뿐만 아니라 얼굴의 특정부위를 정밀 타격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한다.

말콤 글래드웰은 베스트셀러 <다윗과 골리앗>에서 보병인 골리앗은 통상적인 예처럼 백병전으로 결투를 치를 계산을 하고 나왔지만, 다윗은 거리를 유지하면서 투석을 이용해서 싸운 방식을 썼기 때문에 이길 수 있었고, 이것은 일대일 대결의 패러다임을 깬 혁명적 전술이었다고 기술했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은 우리가 통상적으로 알고 있는 그런 허무맹랑한 대결이 아니었던 것이다.
다윗은 엄청난 믿음의 소유자였을 뿐만 아니라 엄청난 노력가이자 전략가였던 것이다. 그가 이후 이스라엘을 위해 벌인 전쟁에서 연전연승한 이유가 그것을 증명하고 있고, 다윗은 지금도 이스라엘 최고의 왕으로 칭송받고 있다.

이종훈
닥터홀 기념 성모안과 원장이자 새로남교회 월간지 편집장을 맡고 있는 저자는 대학시절부터 성경 속 의학적 이야기에 대해 관심을 기울였다. 저서로는 <의대를 꿈꾸는 대한민국의 천재들>과 <성경 속 의학 이야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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