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들 가족공동체 <1>

노숙인과 출소자들을 위한 푸른들 가족공동체. 상처로 얼룩진 이들의 회복을 돕는 이들과 변화되는 이야기를 한병선 피디가 들려준다.

평소에 알고 지내던 미술치료를 전공하신 교수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한 피디, 의미 있는 전시회가 열리는데 촬영해 줄 수 있을까요? 노숙인이었던 분들이 함께 사는 공동체에서 나온 작품과 그들을 후원하는 분들이 함께 모여서 하는 전시회예요.”
소식을 듣고 지난해 10월 카메라를 들고 인사동으로 나갔다.
‘미술의 힘, 그 치유의 능력’이란 제목의 전시회였다. 전시된 작품들은 노숙인들이 미술치료를 받는 과정 속에서 나온 작품들로 그 그림들을 자세히 보니 그분들 마음이 회복되어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변화가 드러나는 미술 표현
처음 그림들은 형태도 없고, 힘도 없고, 색도 희미한 그림들이었으나 상담이나 강좌를 한 번씩 진행할 때마다 조금씩 형태가 잡히고 내용이 들어가고 색이 나타나는 것을 보면서 이 분들에게 지속적으로 미술치료를 하는 것이 의미가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전시회 중심에는 ‘푸른들 가족공동체’(대표 조태례 교수)가 있었다. 공동체를 소개한 내용을 보니 노숙인들에게 일시적으로 식사나 숙소제공을 하는 수많은 사역들의 한계에서 벗어나 진짜 집처럼 머물면서 시간을 통해 각 사람이 달라지게 하는 곳이라고 하였다. 사실 이런 사역을 하는 곳을 비교적 취재를 많이 해 봐서인지 특별한 기대감은 생기지 않았다.
그러나 미술이 어떤 치유의 힘이 있는지, 미술치료를 통해 변해가는 분들의 모습을 한번 제대로 촬영하고 싶어 그분들이 살고 있는 곳을 방문하게 되었다.

한 사람의 회복으로 시작된 공동체
충남 당진에 있는 공동체는 넓은 잔디밭이 펼쳐져 있는 흰색의 3층집으로, 초원 위의 그림 같은 집에 자리 잡고 있었다.
이곳에서 나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다. 처음 만난 이명진 집사님은 반백의 머리색, 가무잡잡한 얼굴색에 손을 많이 떨고 계셨다. 음성도 떨리고 걸음걸이도 좀 불완전하고 목소리도 작았다. 이 집사님은 자신의 이야기를 조금씩 해주셨다.
불우한 어린 시절을 지내며 폭력 조직에 들어가서 어두운 삶을 살았다. 후에 건설 쪽으로 진출해서 돈도 많이 벌었으나 결혼생활은 행복하지 못했다. 마음의 허기를 채우듯 매일 밤마다 술을 마시고 도박도 하고 방탕한 생활을 하면서 몸도 망가지고 마음도 망가져서 더 이상 갈 데가 없게 되었다. 건강에도 적신호가 오고 폐에 문제가 생기면서 시한부를 선고 받게 되었다.
그대로 죽을 수 없어서 하나님을 찾아보자고 교회에 갔다. 몇 날 며칠을 예배당에서 ‘하나님이 있다면 내 인생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알려달라’고 매달리며 기도하던 중 하나님을 만나는 놀라운 일이 생겨났다.
“교회에서 밤새 기도하고, 새벽이면 교회 의자를 닦고 섬기는 것이 너무 좋았고 그것으로 행복했습니다.”
그런 시간들이 지나 이 집사는 교회의 일원이 되며 자신이 받은 하나님의 은혜를 나누고 싶어졌다. 그런 열망이 커지면서 자신과 같이 보호자 없이 살아온 이들, 불우한 어린 시절을 겪고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사람들을 도와 그들이 그런 삶에서 벗어나게 하는 일을 해야겠다는 목표가 생겨났다. 푸른들 가족공동체의 노숙인과 출소자들을 위한 사역의 시작점은 바로 이 한 사람이 하나님의 깊은 은혜를 경험하고 나서 그 감동을 전하기 위해 내딛으면서 시작된 것이다.

* 푸른들 가족공동체 소개

푸른들 가족 공동체는 노숙인과 출소자들이 자활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심리치료와 농사짓는 과정을 함께하며 경제적인 자립과 가정 복귀를 꿈꾸고 있다.
한 회기 지켜주신 은혜 감사하며

한병선
영상프로덕션 ‘한병선의영상만들기’를 설립하여 기독교 단체들의 홍보영상을 만들고 있으며, 기획 다큐멘터리와 영상 자서전 제작에 힘쓰고 있다. 저서로는 1950년대 한국에 왔던 선교사들의 이야기 <이름 없는 선교사들의 마을, 블랙마운틴을 찾아서>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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