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배려한다는 것

요즘같이 급식이 아닌, 학교에 도시락을 갖고 다니던 시절이었다. 점심시간이 되면 삼삼오오 각자의 도시락을 갖고 한 책상에 모여 서로의 반찬을 나누어 먹는 식사.
하지만 도시락 뚜껑을 여는 그 순간이 고역일 때가 있었다. 어려운 집안 사정으로 깍두기와 볶음고추장이 다였다. 뚜껑을 열기도 전 얼굴은 달아오르고, 창피하고, 미안하고, 혹여나 친구들이 뭐라 하지 않을까 괜스레 걱정도 되었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 반찬을 확인하게 되었을 때, 한 친구가 이렇게 말했다.
“와~ 나 볶음고추장 좋아하는데, 우리 이거 넣고 다 같이 비빔밥 해먹을까? 진짜 신난다.”
모두가 함께 웃으며 점심을 먹었던 따뜻한 기억. 그 이후로 어떤 반찬을 싸가도 친구들은 서로의 반찬을 칭찬하고 격려해주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리기만 했던 친구들이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그 친구들은 함께 살아가는 삶의 문법에 가장 필요한 것이 ‘배려’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삶의 문법은 분명 가정에서 배운 것일 듯싶다.
한 언론매체에서 미국 시카고대 신경과학과 연구팀이 3살에서 5살 사이 아동들을 상대로 뇌와 행동을 검사한 결과 관용과 배려는 타고난 성격보다는 후천적인 교육의 영향이 더 크다는 연구결과를 보도한 바 있다. 그렇구나. 남을 배려하는 마음은 교육을 통해 길러지는 것이구나.
4월 아름다운동행은 서로 첨예하게 맞서면서 동시에 사람에게 관심을 갖지 않는 이 시대에 필요한 삶의 문법이 바로 이 ‘배려’라고 생각해 특집을 마련했다. 그렇게 ‘배려’하며 살아갈 때 더 풍성해질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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