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배려한다는 것

우리는 지금 심각한 세대 간의 갈등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작년에 발표한 ‘사회통합 국민인식’ 보고서에 따르면 성인들 가운데 세대 간의 갈등이 ‘매우 심하다’와 ‘대체로 심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무려 62.2%에 이릅니다. 그 결과 높은 관계의 벽이 가로막고 있습니다. 일자리 경쟁은 물론 정치적·이념적 입장 차이로 인한 대립까지 심화되어 사회갈등의 유형으로 부상했습니다.
이런 현상은 가정이나 교회에서도 그대로 드러납니다. 가치관과 문화적 차이로 말미암아 부모-자녀, 시어머니-며느리, 장모-사위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으며, 교회에서도 예배 문화와 방식에 대한 갈등이 세대 간에 존재합니다. 각 세대의 가치관과 생활양식을 신앙적으로 어떻게 해석하느냐 하는 문제를 놓고 크고 작은 충돌이 나타납니다.
여기에다 사회 밑바닥에는 포스트모더니즘과 상대주의 사상의 영향으로 신본주의를 반대하는 인본주의가 활개치고, 공동체의식보다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는 실리주의가 두드러지게 배어 있습니다. 이런 현상들이 세대 간의 갈등을 만들어내는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성경에서 찾은 배려
바울 사도는 일찍이 로마교회에 보낸 편지에서 서로 다른 세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너희는 이 세대를 본받지 말고 오직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아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뜻이 무엇인지 분별하도록 하라.”(로마서 12장 2절)
여기서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뜻을 좇아 세대 간의 갈등을 치유한 사례들 중 하나가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의 배려입니다.
아브람의 가족들은 애굽을 떠나 네게브로 갔을 때 하나님의 복을 받아 풍요로운 삶을 살았습니다. 그러나 네게브를 떠나 벧엘로 들어왔을 때 큰 위기에 봉착합니다. 아브람과 조카 롯이 동거하면서 수많은 양과 소를 돌보았는데, 벧엘은 이들이 함께 있기에 협소했습니다. 결국 아브람의 가축을 돌보는 목자와 롯의 가축을 돌보는 목자가 다투기 시작했습니다. 이른바 세대 간의 갈등이 일어난 셈입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 고민하던 족장 아브람은 조카 롯에게 이렇게 권면합니다.
“…우리는 한 친족이라 나나 너나 내 목자나 네 목자나 서로 다투게 하지 말자 네 앞에 온 땅이 있지 아니 하냐 나를 떠나가라 네가 좌하면 나는 우하고 네가 우하면 나는 좌하리라.”(창세기 13장 8-9절)
손익 계산에 빠른 조카 롯은 자신의 눈에 당장 비옥해 보이는 요단지역의 땅을 가로채듯 선택한 뒤 떠나갑니다. 아브람과 롯, 두 사람의 갈등은 아브람이 롯을 배려한 덕분에 우선 해결되었습니다. 그 결과 아름다운 배려의 덕을 실천한 아브라함이 믿음의 조상이자 복의 근원으로 하나님의 복을 받으면서 마무리됩니다. 아브라함의 착한 성품이 가져온 결과입니다.

타인의 입장에서 보살펴주는
성품은 “한 사람의 생각, 감정, 행동의 표현(이영숙, 2005)”입니다. 우리의 생각, 감정, 행동을 하나님이 기뻐하는 생각·감정·행동으로 바꿀 때 우리는 그를 좋은 성품을 가진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이 좋은 성품은 갈등과 위기 속에서 더 좋은 생각, 더 좋은 감정, 더 좋은 행동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됩니다. 즉 우리를 지으신 하나님의 성품을 묵상하고 그분의 성품을 본받아 살 때 어떤 갈등이든 충분히 해결할 수 있습니다.
세대 간의 갈등 상황을 해결한 아브라함의 좋은 성품은 구체적으로 배려의 성품입니다. 배려란 “나와 다른 사람 그리고 환경에 대하여 사랑과 관심을 갖고 잘 관찰하여 보살펴 주는 것”(좋은나무성품학교 정의)입니다. 배려의 성품 역시 하나님의 성품이어서,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지를 묵상하는 데서 배울 수 있습니다. 마치 “여호와께서 내게 이르시되 내가 나의 처소에서 조용히 감찰함이 쬐이는 일광 같고 가을 더위에 운무 같도다”(이사야 18장 4절) 하신 말씀처럼 우리의 동기와 마음의 중심을 아시고 행위를 감찰하시는 하나님 앞에 서게 될 때 타인에 대한 관심과 배려의 성품이 새싹처럼 돋아납니다.
배려, 곧 타인의 입장에서 그가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를 관찰하고 보살펴주는 너그러운 마음이야말로 오늘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세대 간의 갈등을 치유할 구체적인 하나님의 성품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지금까지 익숙하게 생각해 온 자신의 생각·감정·행동이 과연 하나님을 닮아가도록 이끌고 하나님을 알아가도록 하는 진리인지, 그렇지 않은지를 날마다 점검해야 합니다. 우리 안에 있는 배려의 성품을 그렇게 무럭무럭 자라게 할 때 지금 우리 앞에 놓인 세대 간의 갈등이란 문제를 치유할 수 있습니다.

이영숙
현재 (사)한국성품협회 대표·좋은나무성품학교 설립자, 건양대 대학원 치유선교학과 교수로서 태아 성품교육과정부터 영유아·초등·청소년·성인·노인에 이르기까지 각 연령별 특성에 맞는 성품교육 프로그램을 창안하여 좋은 성품으로 행복한 세상 만들기에 전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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