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들을 위한 감사

이번 호부터는 ‘감사’가 연령별로 삶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이야기를 나누려 합니다. 그 첫 대상인 10대들에게 감사가 주는 영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겠습니다.
요즘 청소년들의 일상은 대부분 아침에 학교 가서, 수업을 마치면 학원에 다녀와 저녁에 밀린 숙제를 하는 것의 반복일 것입니다. 그런 아이들에게 유일한 위안은 바로 ‘스마트폰’입니다. 게임을 하고, 음악을 듣고, SNS를 하며, 반복적인 일상 속에서 혼자만의 즐거움을 스마트폰에서 찾아냅니다. 10대들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소유물이 되었습니다. 그러기에 이 시대 청소년들을 이해하는 데에 있어 스마트폰 속 세계를 들여다보는 것은 필수입니다.
스마트폰 속 세계에 들어가면 나와 ‘다른’ 사람과의 소통이 존재하기 어렵습니다. 주로 SNS에서 이루어지는 소통은 내가 싫어하는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지 않습니다. 좋아하는 콘텐츠에만 철저하게 집중하여, ‘좋아요’를 누르면, 결국 그런 콘텐츠만이 자신의 세계에 가득하게 됩니다. 이런 과정 속에서 자기가 싫어하는 것들과 분리되고, 차단되는 자기중심성을 지속적으로 경험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것이 강화되면, 어떤 문제가 일어날까요? 나와 의견이 다른 사람을 이해하지 못하게 되고, 다른 성향이나 가치를 가진 사람들과 함께 문제 해결하는 것에 대한 ‘내적 동기’를 찾지 못하게 됩니다. 점점 더 다른 성향의 사람들과 모이는 공간을 불편하게 여깁니다. 나와 다른 타인을 이해하는 경청에 대한 올바른 기술을 배우고, 활용할 기회를 잃게 됩니다. 결국 나와 다른 사람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우리’라는 삶의 중요한 키워드를 놓쳐버리게 됩니다.
그럼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소년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나와 다른 타인에 대한 ‘인정’일 것입니다. 스캇펙 박사는 저서 <아직도 가야 할 길>에서 나와 다른 사람을 이해할 수 있고, 그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표현으로 ‘경청’을 말합니다. ‘경청’은 기본적으로 타인을 인정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사랑의 기술입니다. 이러한 경청이 가능해질 때 자기중심성에서 벗어납니다. 경청은 그저 듣는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감사’(gratitude) 할 때 가능해집니다. 나에게 좋은 일이 일어났을 때, 그것이 타인으로부터 온 것임을 인정하고 표현하는 감사는 타인으로부터 받은 많은 것들을 생각할 기회를 제공합니다. 즉, 타인을 인정할 수 있는 마음의 공간을 만들어 줍니다.
임경희 교수(순천대학교)는 ‘아동의 스트레스 경험과 감사 성향이 학교적응에 미치는 영향’이란 논문에서 ‘감사 성향이 높은 학생들이 학교 적응을 잘 한다’는 결과를 확인하였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스트레스가 학교 적응에 미치는 영향보다는 감사 성향이 학교 적응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컸다고 결론지었습니다.
따라서 청소년 시기 때부터 감사를 통해 공동체의 소중함을 인식시키고, 이를 통해 타인과 더불어 살아가는 기쁨이 얼마나 큰 것인지를 느낄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할 것입니다.

한건수
G.LAB의 대표로 감동서원연구원이자 본지 객원기자로 감사의 가치를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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