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끝을 찾아가 보다 - 제주도 법환교회 이야기<마지막>

하와이 이민자 강한준 씨는 고향인 제주도에 교회를 세우기 위해 어려운 가운데서 헌금을 보냈고, 그것으로 인해 법환교회가 세워졌다. 그 과정 속에 드러난 이야기들을 한병선 피디가 들려준다.

강한준 권사의 사연을 따라가면서 그 당시 하와이 이민에 대해 다양한 자료들을 접하게 되었다. 당시 사탕수수 농장에서 일한 노무자들의 사진을 보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중무장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양쪽 다리엔 각반을 차고 장갑을 이중으로 끼고 겹겹의 옷을 입었는데, 옷 입는 데만 30분이 걸린다는 이 복장은 사탕수수밭에서 나오는 전갈과 독충들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
그런 복장으로 38도가 넘는 뜨거운 열대 날씨 속에서 하루 10시간씩 농장 일을 한다는 것은 삶과 죽음을 넘나드는 행위였다.
한국인들이 사탕수수 농장에서 일하는 방식은 몇 가지가 있었다. 사탕수수를 칼로 쳐내고 옮기는 일을 주로 했는데, 나머지는 사탕수수 공장에서 불을 때거나 물을 대는 일을 했다. 물 대는 일은 임금을 많이 주기는 하지만 하루에 몇 시간씩 물속에 들어가 있어야 되는 아주 고된 일이라 할 수 있는 사람이 적었다.

나라를 위한 사랑
강한준 권사 역시 하루 10시간씩 매주 6일, 24년간을 일했다. 큰손녀인 실비아는 “할아버지는 슈가밀(사탕수수 공장)에서 전기 기술자로 일했다고 들었습니다”라고 전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이덕희 소장(하와이이민연구소)은 아마 불을 담당했을 거라고 추측했다.
그 당시에 한국인중 전기 기술자는 없었기 때문에 아무래도 가장 가까운 일인 불 담당이 아니었을까 조심스럽게 추측해 본다.
그렇게 어려운 가운데, 이미 3명의 아이를 낳은 상태에서 강 권사 부부는 처음 5개월은 15전씩, 그리고 그 후에는 25전씩 5년간 제주도에 보내 법환교회 기초를 세운 것이다. 당시 전도인들의 월급이 22전 하던 시절이기에 그 헌금은 교회가 세워질 수 있는 단단한 기초가 될 수 있었다. 이는 법환교회 역사책에 기록되어 있다.
또한 강한준 권사의 자취를 찾다보니 1914년 대한 국민회 마우이섬 지방회장으로 활동한 기록도 찾을 수 있었다. 국민회는 일제강점기 당시 한국인을 보호하고 대사관처럼 증명해 주며 조선의 독립을 지원하는 역할을 해왔는데, 강 권사는 해마다 연비를 낸 것 외에 매월 10~50센트의 회비를 더 내며 활동했다는 기록을 볼 수 있었다.
회비도 회비지만 회의 참석을 위해 마우이에서 본섬인 하와이섬까지 오가는 배편 비용과 일당을 못 받는 것을 감수하고 회장의 일을 감당했다는 것은 나라에 대한 사랑이 뛰어났다는 것을 보여준다.

강 권사의 묘소를 찾아보고 싶었다. 실비아는 아버지 데이빗이 자신을 데리고 할아버지 묘소를 찾아간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숲이 울창한 곳을 아버지가 낫 같은 것으로 베고 들어가면 할아버지 묘소가 있었어요. 어릴 때 두 번 정도 찾아간 기억이 있어요.”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어느 지역인지 정확히 기억하지 못했다. 강한준 권사의 묘지를 여러 번 찾아보았지만 결국 찾지 못하고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마우이섬의 중국인, 일본인, 본토인의 묘소들은 잘 조성되어 있었지만 한국인들은 법적 문제로 인해 묘지가 흩어져 있고 정리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강한준 권사는 법환리에 교회를 세움으로 가족과 친척들에게 복음을 전했고, 장수하지는 못했지만 놀라운 믿음의 씨앗을 뿌리고 하늘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런 강 권사의 헌신으로 세워진 법환교회가 올해로 100년이 되어 오는 10월 1일 강한준 권사 기념비 제막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교회 측에 따르면 그 행사에 유족들을 초대하였는데, 유족들은 강한준 권사의 뜻이 훼손될까봐 교회에서 보내는 비용도 거절하고 본인들의 자비로 방한한다고 한다. 참 그 자손다운 일이라고 생각된다.
강한준 권사의 삶을 따라가 보며 이렇게 철저히 복음의 빚을 갚으려고 노력한 분이 또 있을까 싶다. 강한준 권사와 부인 최혜경 님의 그 헌신에 감사를 드린다.

한병선
영상프로덕션 ‘한병선의영상만들기’를 설립하여 기독교 단체들의 홍보영상을 만들고 있으며, 기획 다큐멘터리와 영상 자서전 제작에 힘쓰고 있다. 저서로는 1950년대 한국에 왔던 선교사들의 이야기 <이름 없는 선교사들의 마을, 블랙마운틴을 찾아서>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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