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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자리
부활의 소망으로 이어지길
[209호] 2017년 04월 01일 (토) 박명철 @
나이 많으신 어느 선교사님이 회고록 쓰기 교실에서 풀어놓으시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이야기를 들으면 모내기 전에 논을 일구듯 이런저런 생각들이 파헤쳐지다가 어느새 눈물이 글썽해집니다.
선교사님의 아버지는 우리나라가 해방된 이후 부모 잃은 아이들의 부모가 되어주고자 고아원을 시작했습니다. 전쟁이 나면서 고아들의 수는 쑥쑥 늘었고 전쟁 후의 가난한 나라에서 누구보다 가난한 고아들의 부모가 되어 살았습니다. 그 가난한 시절에 아버지의 착하고 숭고한 뜻이 꽃을 피울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어머니의 헌신적인 도움 덕분이었습니다.

어머니가 열째 아이를 낳다가 돌아가셨는데 그날이 하필 추석이어서 어머니는 아이를 낳기 전까지 고아원 아이들이 먹을 명절 음식을 만드시느라 무리를 하셨습니다. 병원에 가서도 대구에서는 이름만 들어도 다 아는 아버지의 이름을 알려주지 않은 바람에 의사의 특별한 관심도, 딸 같은 간호사의 도움도 받지 못했습니다. 많은 고아들을 돌보면서도 아무에게나 폐를 끼치지 않은 어머니의 성품이 결국 어머니의 생명을 단축한 셈이었습니다.
장례식 날 누구보다 아버지는 넋을 놓았고, 고아원 아이들은 자신들을 위해 만들어놓은 어머니의 음식을 보면서 통곡했으며, 고아원에서 일하던 분들도 허탈하여 아무 일도 못한 채 멍하니 눈물만 흘릴 뿐이었습니다. 알지 못하는 마을 사람들도 찾아와 곡했는데, 어머니로부터 받은 사랑이 너무 고마워서 운다 했습니다.
알고 보니 어머니는 가난한 사람들이 살던 그 마을에 오면서, 밥을 지을 때마다 부뚜막에 단지 하나를 놓아두고 쌀 한 줌씩, 아니면 보리나 옥수수 가루 등을 조금씩 덜어서 단지에 모았다가 한 되 쯤 차면 그것을 아무도 모르게 끼니 없는 집 앞에 놓아두곤 한 모양입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마을 사람들은 너도 나도 어머니가 가져다놓은 그 양식으로 끼니를 이었다며 증언했습니다. 아버지도 어머니의 이런 선행을 그때 처음 알았다고 합니다.
어머니의 빈자리는 누가 메우지 못할 만큼 컸습니다. 어머니가 낳은 아이들이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울어댔고, 고아들은 어머니가 떠난 뒤 끼니를 제대로 잇지 못할 정도로 울었습니다.
아버지는 가슴이 무너지는 듯했습니다. 남몰래 어머니의 무덤에 가서 홀로 울고 그 슬픔을 안으로 삭이며 외로움에 여위었습니다. 어머니를 그리워한 아버지와 딸의 이야기를 듣는 내내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4월을 맞으며 누군가의 ‘빈 자리’를 떠올렸습니다. 이념이 분쟁을 불러오고, 독재정치가 젊은이들의 희생을 강요했으며, 타락한 자본주의와 정치가 새파란 어린 생명들을 앗아갔습니다. 그리고 오래 전 갈릴리의 청년이 십자가에서 죽어갔습니다. 하여 우리는 이 잔인한 4월을 보내면서 ‘고난’에 대해 생각하고 ‘죽음’에 대해 묵상합니다. 이 묵상의 끝에서 우리는 ‘부활’의 희망을 불러내야 하는,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십자가의 의미를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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